[현장에서]경영권 분쟁 속 한미약품 직원들 만나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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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미약품 본사./사진=김윤화 기자 kyh94@

21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 앞. 입춘이 지났지만 아침 공기는 여전히 차가웠다. 로비 안은 미술관을 방불케 할 만큼 다양한 사진작품들로 가득했다. 출근시간이 다가오자 빨간 명찰을 멘 직원들의 발소리가 높아졌다.

한미약품은 고(故) 임성기 회장이 1966년 서울 동대문구에 개업한 임성기 약국에서 시작해 오늘날 국내 5대 제약사 반열에 오른 회사다. 본사 20층에 있는 임성기 기념관을 포함해 회사 곳곳에는 그에 대한 존경심이 묻어났다.

최근 한미약품은 임 전 회장의 배우자와 장녀(송영숙·임주현), 두 아들(임종윤·임종훈) 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여느 때보다 시끄러운 내홍을 겪고 있다. 모녀가 지난 1월 OCI그룹과 통합 계획을 발표하자 형제 측이 반발하면서 시작된 갈등은 현재 법정분쟁과 주주총회 표대결으로 번진 상태다.

임종윤,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21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미그룹-OCI그룹 통합 관련해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형제는 이날도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협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녀 측에 맞선 한미약품그룹의 새 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오는 28일 개최 예정인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선임 표대결을 앞두고 주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서다.

초유의 경영권 분쟁 상황 속 이날 만난 한미약품 직원들은 흔들림 없이 업무를 이어갔다. 직원들은 휴게실에 삼삼오오 모여 업무 이야기를 나누고, 바로 옆 회의실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여하는 등 평소와 다름 없는 일상을 보냈다.

본사에서 이야기 나눈 직원들은 모두 경영권 분쟁 사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민감한 사안인 만큼 터놓고 이야기하지는 않는 분위기였다.

관련한 질문에 대부분의 직원들은 답변하기 어렵다며 정중히 손사래를 하거나, 함부로 인터뷰하면 안 될 것 같다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한 직원은 “경영권 분쟁에 모두 관심이 많지만 내부적으로 잘 얘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석달 가량 이어진 경영권 분쟁은 이달 커다란 변곡점을 맞이할 전망이다. 이르면 이번 주 내로 형제가 법원에 신청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인용 여부에 따라 모녀와 형제, 어느 한쪽의 계획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달 말에는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가 열린다. 여기서 양측은 본인들이 지정한 이사 선임안을 두고 표대결을 펼친다. 모녀와 형제 측의 지분율이 비슷한 데다, 최근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의 입장이 엇갈려 결과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미약품 직원들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표대결 결과 형제와 모녀 측이 추천한 이사가 ‘5대 5’ 비율로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 경우 이사회 기능이 마비되면서 회사의 경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경영권 분쟁이 정기주총으로 끝나지 않고 장기화되면서 직원들의 피로감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회사 바깥에서 만난 한 직원은 주주총회 이후 사안이 조속히 마무리됐으면 하는 심정을 밝혔다.

그는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거나 기각되거나 상황이 우선 일단락나면 좋겠다”라며 “얼른 회사가 제자리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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