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가 지난 2월, 모바일 MMORPG 신작 ‘롬: 리멤버 오브 마제스티(이하, 롬)’을 출시했습니다. 과거 무한 PK를 표방했던 ‘에오스 레드’ 핵심 개발진이 모인 레드랩게임즈에서 개발한 작품으로, 올해 초 쇼케이스에서 정통 하드코어 MMORPG를 표방하며 출사표를 던진 바 있죠.
당시 작품 목표 연령대는 30대~50대 유저들… 명확한 타깃을 가진 만큼, 작품도 기본기에 집중한 단순명료한 모습을 테스트에서 보여주면서 주목을 받았죠. 이를 두고 테스트 시점의 <첫인상>에서도 ‘과감한 도전’이라고 표현한 바 있죠.
정식 출시 이후에도, 여전히 ‘롬’은 최고 매출 순위에서 3위를 유지하며 순항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작품이 내세운 과감한 시도는 유저들에게 어느 정도 먹혔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이번에 작품을 쭉 체험해보면서, 느낀 바를 정리했습니다.
정말 기본기만으로도
괜찮은 걸까?
‘롬’은 레드랩게임즈에서 개발한 모바일 MMORPG 신작으로, 전란에 휘말린 ‘칼데라스’ 대륙을 무대로 한 여정을 그립니다. 플레이어는 나이트, 레인저, 매지션 3가지 클래스 중 하나를 선택해, 주어지는 메인 퀘스트를 따라 진행하게 되죠.
일단 기본적인 진행은 시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리니지라이크’ 모바일 MMORPG 문법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주어지는 메인 퀘스트를 따라가며 캐릭터를 일정 시점까지 손쉽게 육성하고, 그 이후부터는 반복 사냥과 장비 성장 등으로 캐릭터를 보다 강하게 만드는 식이죠.
자신의 캐릭터를 강하게 만드는 방법도 크게 남다르진 않습니다. 장비 주문서를 활용한 ‘강화’와 능력치를 부여하는 ‘세공’ 그리고 중복 장비를 모아 능력치를 소폭 올려주는 ‘도감’ 같은 방법에 더해, 확률형 아이템으로 진행하는 코스튬, 가디언 등이 있죠.
직접 체험해본 바로는, 다른 비슷한 방식의 작품들에 비하면 조금 성장에 들어가는 활동을 극단적으로 줄였다는 느낌입니다. 메인 퀘스트는 조건만 충족하면 약간의 대화 장면만 거치면 금방 완료되고, 이를 위한 순간이동 기능도 별도 이동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지원하고 있죠.
그래픽과 인터페이스도 이런 가벼운 분위기에 맞춰, 간소화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은 쿼터뷰 시점 하나를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수준으로만 조절이 가능하며, 반복 사냥을 위해 자동으로 설정해줄 수 있는 단축창은 비교적 부족함 없도록 충분한 크기로 준비됐죠.
가령, 전투 중에 몬스터 체력이라던가, 몬스터를 공격했을 때 피해량이 수치로 표기하고 있지 않는데요. 실제로 몬스터를 타격하면 영어로 ‘GOOD’과 ‘EXCELLENT’ 그리고 ‘MISS’ 정도만 표기되죠. 이런 부분에서 과거 ‘리니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구석들도 있습니다.
부가 콘텐츠로는 일정 시간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할 수 있는 ‘던전’이라던가, 보스를 상대하고 큰 보상을 노려보는 ‘레이드’ 등이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이 역시 성장을 위한 하나의 선택지 정도로만 마련되서, 사실상 큰 재미를 선사한다고 보기는 힘들었습니다.
쭉 살펴본 바를 말하자면, 이번 ‘롬’은 다양한 시도를 더하는 ‘리니지라이크’ 방식 모바일 MMORPG 중에서도 그야말로 기본기 하나로만 승부수를 띄운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만큼 작품에는 군더더기라고 할만한 부분이 없을 정도로 사냥과 성장에만 집중하고 있죠.
특히, 이번 작품은 코스튬과 가디언 같은 확률형 아이템의 거래소 등록이 가능한 ‘자유 경제’를 추구하고 있는데요. 이런 부분에서 좋은 아이템을 얻고, 판매한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지라 할 수 있죠.
다만, 지금까지 이렇게까지 기본기 단 하나만을 내걸었던 작품은 없었기 때문에, 이번 ‘롬’을 두고 과감한 시도라고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데요. 한편으로는, 다른 개발사들이 이런 과감한 시도를 하지 않았던 이유도 그 나름대로 있지 않을까 싶기는 합니다.
이런 장르는
모바일 ‘다마고치’라지만…
총평하자면 ‘롬’은 그야말로 ‘리니지라이크’의 기본기 하나에 최적화된 게임입니다. 사냥을 통해 아이템을 얻는 즐거움, 그리고 이를 위한 범용성 높은 거래소, 이 두 가지가 사실상 작품의 중심에 자리한다고 과언이 아니죠. 물론, 필드 PK와 같은 부가적인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이런 부분은 어디까지나 ‘선택’이라 핵심 재미와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각 시스템 수치를 세심하게 다듬어 유저들이 질리지 않도록 만든 부분은 분명 호평할만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하나 아쉬운 것은 기본기에만 치중해 자기들만의 독자적인 색채는 거의 전무하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최근 모바일 MMORPG 장르를 ‘다마고치’와도 같다고 보기는 하지만, 이런 작품의 모습은 마치 철근 뼈대만 탄탄하게 세운 건물을 보는 느낌이죠.
지금은 아직 영지전과 공성전과 같은 엔드 콘텐츠라고 할만한 부분이 개방되지 않았기에 명확한 평가를 내리기는 이를 수도 있는데요. 부디 앞으로 나올 부분들이 ‘롬’만의 색채를 더해줄 수 있는 부분이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