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닐라웨어는 ‘오딘 스피어’, ‘드래곤즈 크라운’, 그리고 ‘13기병방위권’ 등을 만든 게임사입니다. 고유한 색감의 미려한 만화풍 2D 그래픽으로 ‘살아 움직이는 만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선사하고, 배경에 흐르는 음악도 귀를 즐겁게 하죠. 게임플레이는 다소 마이너한 편이지만 입맛에 맞다면 몰입감이 남다릅니다.
바닐라웨어가 아틀러스와 합작한 SRPG ‘유니콘 오버로드’에서도 앞서 언급한 특징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3월 8일 정식 발매에 앞서 세가퍼블리싱코리아로부터 코드를 제공받아 정식 버전을 미리 플레이해볼 수 있었는데요. 예상밖의 게임플레이가 특히나 인상적이었습니다. SRPG하면 대개 체스·장기 같은 형태의 턴제 전투를 떠올리게 되는데, ‘유니콘 오버로드’의 전투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 같다는 느낌이 들었죠.
이미 5시간 분량의 체험판으로 입소문을 탄 ‘유니콘 오버로드’. <첫인상>을 통해 그 재미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수십 명의 캐릭터와 만나는
판타지 세계 군상극
‘유니콘 오버로드’는 SF 에 잠시 눈을 돌렸던 바닐라웨어가 오랜만에 다시 선보이는 중세 판타지 세계관입니다. 무대가 되는 페브리스 대륙에는 환경과 풍습이 다른 다섯 개 나라가 들어서 있는데요. 이야기는 대륙 중앙에 위치한 강대국 ‘코르니아 왕국’에서 시작됩니다.
여왕 일레니아가 통치하던 코르니아 왕국은 과거 대륙 전역을 지배했던 ‘제노이라 제국’의 후예 자처한 발모어 장군의 반란으로 멸망하게 됩니다. 발모어는 신생 제노이라 제국의 갈레리우스 황제로 즉위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페브리스 대륙 전역을 지배하게 됩니다. 그렇게 코르니아 왕국이 멸망한지 10년 후, 살아남은 코르니아 왕국의 왕자 어레인이 저항군을 이끌고 코르니아 왕국 재건과 대륙 해방을 위한 싸움을 시작하죠.
어레인이 이끄는 저항군은 신생 제노이라 제국의 압제에 고통받는 지역들을 하나둘씩 해방시켜 나가는데요. 이 과정에서 아무런 전조 없이 발발한 발모어의 반란으로부터 시작된 10년간의 이변들의 이유에 대해서도 한꺼풀씩 벗겨지죠. 고작 10년만에 대륙의 모든 나라가 멸망해버리는 급전개 속에서 느껴졌던 당혹스러움·의아함이 해소되면서 이야기에 한층 더 몰입하게 됩니다.
또, 해방 지역을 늘려나가는 과정에서 수십 명에 달하는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만나게 됩니다. 캐릭터별 배경스토리 역시 매우 충실해 플레이어로 하여금 캐릭터에 애정을 갖게끔 하죠. 캐릭터간 친밀도 시스템도 존재하는데 특정 캐릭터 사이에는 친밀도에 따른 별도 대화 이벤트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파이어 엠블렘’과 같은 게임을 좋아한다면 마음에 쏙 들만한 요소입니다.
페브리스 대륙 해방은
치밀한 사전 준비로부터
그럼 페브리스 대륙 해방의 구체적 방법인 전투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SRPG하면 대개 체스·장기 같은 형태의 게임을 떠올리게 된다고 했는데요. ‘파이어 엠블렘’이나 ‘택틱스 오우거’,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 등을 예시로 들 수 있습니다. ‘유니콘 오버로드’는 SRPG이긴 하나 이러한 예시들과는 다른 전투 시스템을 지녔죠.
맵상에서의 유닛 운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기본 규칙은 아군 거점을 지키면서 메인 공격 목표로 지정된 적 거점을 주어진 시간 안에 점령하면 작전에 성공하는 방식입니다. 왼쪽 상단에 보이는 브레이브 포인트를 소비해 거점에 유닛을 소환, 전장에 배치한 다음 각 유닛을 선택해 이동, 공격 등 명령을 내려야 하죠. 명령을 받은 유닛은 스스로 움직이는데요. 이때 전장의 시간은 별도 턴 구분이 없이 흐르면서 아군과 적군이 동시에 행동합니다.
유닛에게 명령을 내릴 때 혹은 특정 버튼을 누를시 시간이 멈추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는듯한 느낌이 듭니다. 게임을 진행할수록 적의 배치 형태나 숫자, 맵 병기, 필드 스킬 구사 등이 고도화되고 고려해야 하는 지형 특성도 다양해지기에 빠른 판단과 그에 따른 조치를 요구합니다. 생각외로 패드를 쥔 손을 바삐 움직여야 하죠.
다음으로 아군 유닛이 적군 유닛을 만나게 됐을 때의 상황입니다. 각각의 유닛은 최대 6명의 캐릭터로 편성되는데, 턴제 기반 자동전투가 진행되죠. 캐릭터마다 AP, PP라는 행동력 포인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AP는 자신의 턴이 됐을때 시전하는 액티브 스킬, PP는 일정 조건하에 발동되는 패시브 스킬에 쓰이는 자원입니다.
플레이어가 전투 중간에 직접 개입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저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면 안됩니다. 캐릭터들은 플레이어가 전투 전에 설정한 유닛 편성, 캐릭터가 보유한 스킬들의 발동 우선 순위· 조건 등에 따라 싸우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사전 준비 단계가 ‘유니콘 오버로드’가 지닌 ‘전략성’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병종별 특징을 숙지한 다음 유닛을 편성하고 상성이 좋은 적과 맞상대하게 해야합니다. 아울러 전투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낭비되는 스킬이 있다면 발동 우선 순위나 조건 등을 수정해 다음 전투에선 보다 나은 결과를 거둘 수 있게끔 해야 하죠.
손쉬운 초반 진행으로 인해 이러한 부분들을 간과하면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공방 모두 준수한 병종의 캐릭터가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지 않음에도 방어용 액티브 스킬 ‘월’만 사용하며 AP를 모두 축내거나, 중상인 적을 냅두고 체력이 가득한 적을 공격해 회생 기회를 주는 등 전투 진행이 매우 답답해지죠. 종종 귀찮음과 머리 아픔이 동시에 찾아오는 요소이긴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쳐 얻어낸 승리의 쾌감은 짜릿합니다.
첫인상
작은 맛집의 독특한 풍미 갖춘 전략 신메뉴
전투를 통해 지역을 해방한 다음에는 자원 채집과 마을 재건 등 비롯한 필드 콘텐츠도 있습니다. 게임에 구현된 페브리스 대륙의 크기는 꽤 큰 편인데, 이러한 콘텐츠가 꽤 밀도 있게 배치되어 있어 필드 탐색이 심심하지 않죠. 이밖에 투기장에는 AI와 대결하는 것은 물론, 다른 유저와 유닛 편성 전략을 겨루는 온라인 기반 PvP도 있어 즐길만한 콘텐츠가 부족할 일은 없어 보입니다.
전반적인 게임 진행이 전투 → 지역 해방 → 재건의 반복이라 종종 지루해지기도 하고, 대규모 전투에서는 꽤나 큰 피로감을 느끼기도 하죠. 하지만 바닐라웨어 특유의 2D 그래픽과 흥미로운 서사, 몰입감을 더하는 배경음악, 그리고 독특한 형태의 전략 전투 등은 쉽사리 패드를 놓지 못하게끔 합니다. 개인적으로 ‘13기병방위권’으로 바닐라웨어 작품을 처음 접했고, ‘유니콘 오버로드’에 대한 기대도 큰 편이었는데요.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는 게임이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