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간섭 리보핵산(siRNA)’ 치료제 개발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핵심원료인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올리고)가 관심을 받고 있다. 올리고는 DNA와 RNA를 구성하는 분자인 뉴클레오타이드를 여러개 결합한 고분자 물질이다. 주로 RNA 치료제 원료로 쓰인다. ‘올리고 생산력 글로벌 3위’ 제약사인 에스티팜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iRNA 치료제, 만성질환 정복에 성큼
미국계 제약사인 앨나일람 파마슈티컬스는 지난달 siRNA 기반의 고혈압 치료제 ‘질레베시란’의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다. 앨나일람은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질레베시란을 6개월간 1~2회 투여한 시험에서 환자들의 혈압 감소 상태가 이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된 것을 확인했다.
이번 임상결과가 주목 받은 이유는 siRNA 치료제가 만성질환군에서 우수한 치료효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만성질환은 RNA 치료제가 이전까지 주요 타깃으로 삼던 유전자희귀질환보다 환자 수가 많아 시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siRNA 치료제는 질병을 원천적으로 고치는 원리로 일반 치료제보다 강하고, 지속적인 효능을 낼 수 있다. 지난 2021년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siRNA 치료제인 렉비오는 연간 단 2회 투여로 고지혈증 관리가 가능하다.
최근 siRNA 치료제는 원하는 조직으로 유전자를 전달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치료영역이 뇌신경질환, 암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대표 기술은 AOC(항체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접합체)다. 표적성이 높은 항체에 siRNA를 붙인 것으로 현재 심혈관계, 근골격계 질환 치료제 등으로 개발 중이다.
에스티팜, 보여줄 일만 남았다
질레베시란이 상용화하면 올리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에스티팜에 따르면 세계 고혈압 환자의 1% 수준인 1000만명이 질레베시란을 연 2회 투여받는 데 필요한 올리고는 총 12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현재 에스티팜의 전체 올리고 생산능력의 약 4배에 이르는 규모다.
렉비오가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점도 올리고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요인 중 하나다. 지난해 렉비오의 글로벌 매출액은 약 4억 달러(5300억원)로 전년 대비 217% 증가했다.
현재 에스티팜의 올리고 생산능력은 6.4mol(약 1.1~3.2톤)로 글로벌 3위다. 여기에 에스티팜은 미래 수요에 대비해 공장설비를 신속하게 확장하고 있다. 오는 2025년 말 제2 원료 생산 공장을 완공할 시 에스티팜의 올리고 생산능력은 약 14mol(2.3~7톤)까지 늘어나 글로벌 1위에 오르게 된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RNA 치료제 시장은 2021년 6조5000억원에서 연평균 17.6% 성장해 2030년 32조6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최근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한 번에 잡는 치료제부터 제2형 당뇨병, 면역항암제 등의 siRNA 치료제 임상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RNA 치료제는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10년 내에 폭발적인 성장을 거둘 분야”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