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신약 출시에 ‘들썩’이는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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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 신약이 국내 출시를 앞두면서 방사성 의약품 기업이 뜻밖의 수혜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라이일리의 ‘도나네맙’, 에자이와 바이오젠의 ‘레켐비’ 등의 알츠하이머 신약은 치료 과정에서 방사성 진단제품을 활용해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특정 단백질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해서다. 

방사성의약품은 크게 치료와 진단용 두 개로 나뉜다. 질병을 고치는 방사성 치료의약품과 달리 진단의약품은 뇌 속에서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아밀로이드 베타 등 체내에 있는 비정상적인 조직을 영상진단기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 약물이다.

알츠하이머병 신약이 온다

2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미국계 제약사 일라이릴리는 현재 알츠하이머병 신약 후보물질 도나네맙의 국내 임상 3상을 밟고 있다. 국내 18세 이상 성인 114명을 포함해 중국, 유럽 등 다국적 임상참가자 1500명을 대상으로 도나네맙의 알츠하이머병 진행 지연 효과를 확인하는 시험이다.

일본계 제약사 에자이와 미국계 바이오젠이 공동개발한 새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는 지난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하고 현재 승인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도나네맙과 레켐비는 모두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 과발현되는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의 축적을 막는 원리의 항체의약품이다. 레켐비는 지난해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고 도나네맙은 현재 FDA에 승인을 요청한 상태다.

두 신약이 주목받는 이유는 임상에서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질병 진행 속도를 크게 늦추는 효과를 보이면서다. 도나네맙은 임상 3상에서 알츠하이머병 초기 증상이 있는 참여자들의 인지능력 감퇴 속도를 위약 대비 29%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사한 구조의 임상시험에서 레켐비는 이 속도를 27% 낮췄다.

방사성 진단의약품, 왜 중요할까

두 신약이 국내 시장에 진출할 시 제품을 위탁생산하는 CMO(위탁생산) 업체 외에도 방사성 의약품 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두 신약은 치료 과정에서 모두 방사성 진단의약품을 사용해 환자의 뇌 속에 있는 아밀로이드 베타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해서다.

지난해 FDA 허가를 받은 레켐비는 처방정보에서 치료 전 아밀로이드 베타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이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PET는 방사성 진단의약품을 혈액에 주입한 후 영상진단기기를 통해 신체에 있는 아밀로이드 베타 등 비정상 조직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미국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공보험인 메디케어는 지난해 10월 아밀로이드 베타를 확인하는 PET 검사 보장범위를 확대했다. PET를 활용하면 레켐비 등 항아밀로이드 베타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선별할 수 있고, 치료 과정에서 개별 환자별 치료반응과 부작용, 약물 투여 중단 여부 등을 효율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다.


레켐비의 경우 지난 임상에서 연간 약 2회의 PET 촬영이 이뤄졌다. 임상에서 사용된 진단의약품은 GE헬스케어의 플루트메타몰 성분의 ‘비자밀’인데, 현재 국내에서 듀켐바이오가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듀켐바이오는 플로르베타 성분의 아밀로이드 베타 진단 의약품인 ‘뉴라체크’의 국내 판권도 보유하고 있다. 두 제품은 모두 메디케어가 보장하는 아밀로이드 베타 진단 의약품이다.

일라이릴리는 지난 도나네맙 임상에서 플로르베타피르 성분의 방사성 진단의약품인 ‘아미비드’를 사용했다. 국내에서 아미비드 판권을 확보한 곳은 없지만 퓨쳐켐이 지난 2022년 일라이릴리 자회사와 국내 임상시험에 쓰일 아미비드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적이 있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국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3%가 연간 총 3회의 PET를 받는다고 가정할 때, 알츠하이머 방사성 진단의약품 시장 규모는 약 3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알츠하이머 환자 5%가 PET 진단을 받으면 이 규모는 800억원으로 증가한다. 우리나라 알츠하이머병 환자 수는 2022년 기준 약 90만명으로, 2025년 100만명을 넘을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아밀로이드 베타 방사성 진단의약품이 비급여 대상이지만 향후 미국을 따라 급여가 적용되면 시장이 급격하게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비자밀 등 방사성 진단의약품의 1회 투여비용은 약 50만원에 달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알츠하이머병 신약이 국내에 도입되면 혈액검사나 AI(인공지능) 진단검사보다 정확한 방사성 진단의약품을 사용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치매는 개인이 아닌 사회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질환으로 치료제뿐만 아니라 진단의약품도 향후 건강보험 급여화 논의 대상에 함께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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