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진이 개발 중인 메신저리보핵산(mRNA) 코로나19 백신을 두고 제약업계 내부에서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모더나,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의 mRNA 백신보다 용량이 16~26배(다가백신 기준) 크지만 항체양전율(항체 생성 비율) 등 주요 면역원성(백신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능력) 지표가 뒤떨어지면서다.
접종용량, 왜 이렇게 클까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아이진은 현재 코로나19 다가백신 ‘EG-COVII(이지코브투)’의 임상 1·2a상을 호주에서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원형 바이러스(SARS-CoV-2) 백신인 ‘EG-COVID(이지코비드)’와 오미크론 변종 백신 ‘EG-COVARo(이지코바로)’를 결합한 제품이다.
이지코브투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은 적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부스터 백신이다. 아이진은 지난 2020년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착수해 지난해 이지코비드의 국내 임상 1상 시험을 완료한 상태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이번 이지코브투 임상을 두고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회의적인 쪽이 우려하는 요인 중 하나는 글로벌 제약사의 제품과 비교해 이지코브투의 백신 용량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다.
아이진은 이번 임상에서 2회에 걸쳐 이지코브투 총 1600㎍(마이크로그램)을 임상 대상자에게 투여할 계획이다. 이는 화이자의 코로나19 다가백신의 2회 투여 용량인 60㎍과 비교해 약 25배 큰 규모다. 통상 고용량 의약품은 저용량보다 원가비용과 부작용 발생위험이 높다. 향후 상업화 단계에서 경쟁사에 뒤처질 수 있는 지점이다.항체발현율, 왜 이렇게 낮을까
아이진 백신 용량이 이처럼 큰 이유는 항체발현율이 낮아서다. 아이진은 지난해 발표한 이지코비드 국내 임상 1상 결과에서 다소 낮은 면역원성 지표를 보고했다. 이지코비드 50㎍을 2회 투여한 환자를 4주 뒤 관찰한 결과 항체양전율(혈청반응률)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지코비드 100㎍과 200㎍를 투여받은 임상참여자에게서는 항체양전율이 각각 20%, 46%로 나타났다.
유사한 조건에서 확인한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 원형 바이러스 백신인 코미나티(성분명 토지나메란)와 스파이크박스(엘라소메란)의 항체양전율은 약 80~90%에 달한다. 이지코비드보다 적은 용량으로 최대 4배가 넘는 효능을 내는 셈이다. 항체양전율은 백신 투여 후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중화항체)가 생성된 비율을 뜻한다.
국내에서 개발 중인 mRNA 백신과 비교해도 이지코비드의 항체양전율은 크게 낮은 편이다. 동아쏘시오홀딩스 자회사인 에스티팜의 코로나19 원형 바이러스 백신인 ‘STP2104’는 지난 임상 1상 중간결과에서 저용량(25㎍)과 고용량(50㎍) 백신을 투여한 대상군의 항체양전율이 각각 100%, 93%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의 코로나19 백신 항체양전율이 보통 90%를 넘는데 아이진은 40%대에 불과해 효능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아이진 측은 “동일한 평가방법을 적용한 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글로벌 mRNA 백신과 이지코비드의 항체양전율을 단순 수치만 가지고 비교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전달효율 최소 2배 높일 것”
전문가들은 아이진 백신의 항체생산능력이 떨어지는 원인이 mRNA 전달체에 있다고 보고있다. 아이진은 글로벌 제약사가 쓰는 지질나노입자(LNP)가 아닌 양이온성리포좀을 mRNA 전달체로 활용한다. 이는 LNP와 달리 mRNA가 전달체 외부에 노출되는 구조로 유전자 전달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아이진은 양이온성리포좀의 항체발현율이 LNP보다 낮을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안전성 측면에서 차별화된 장점을 지닌다고 강조했다. 양이온성리포좀 전달체는 LNP 기반의 mRNA 백신과 달리 전신으로 백신성분이 확산되지 않고, PEG(폴리에틸렌글리콘)이 미함유돼 아나필락시스 등 과도한 알레르기 반응을 피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아이진은 접종용량이 LNP 기반의 백신보다 크더라도 부작용 문제를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아이진은 이지코비드 임상 1상에서 고용량(200㎍) 제품의 안전성을 확인한 바 있다. 또 양이온성리포좀의 전달효율을 높이는 연구가 마무리되면 백신 용량을 기존 대비 절반 이상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이진 관계자는 “양이온성리포좀 기반의 백신은 안전성이 현저히 우수한 것에 비해 항체 발현율은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으므로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에 있다”며 “임상 시험과는 별도로 mRNA 발현율을 높이기 위해 최소한 현재 사용 중인 양이온성리포좀 대비 2배 이상의 발현 효율을 유도할 수 있는 전달체 개선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