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경영권 분쟁]①OCI, 니가 왜 거기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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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분야의 한미그룹이 소재·에너지분야 OCI그룹과 그룹간 통합을 예고하면서 한미그룹 오너 일가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미그룹은 창업자인 고(故) 임성기 회장이 지난 2020년 별세한 후 그의 아내이자 당시 송영숙 한미약품 고문이 회장직을 이어받았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어오긴 했지만 임 회장 생전에 장남 임종윤 사장의 경영권 승계가 유력했고 장녀 임주현 사장, 차남 임종훈 사장 삼남매의 관계도 돈독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고 임 회장이 별세한 지 1년8개월이 지난 2022년 3월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재선임에 실패하면서다. 송 회장은 책임경영을 위한 단독경영 체제로 전환한다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당시 임종윤 사장은 이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고 모자 간 이상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송 회장은 아무리 장남이지만 개인회사 코리그룹과 디엑스앤브이엑스(DxVx)를 운영하는 임종윤 사장에게 한미약품을 맡기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거라는 관측이 많다. 임종윤 사장이 DxVx에 한미약품 임원들을 영입하며 한미약품이 아닌 개인회사를 통해 신약 개발을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이후 송 회장은 2023년 7월 임주현 사장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으로 임명하면서 지금의 경영권 승계구도를 확립했다. 

현재 임종윤 사장은 OCI와 통합이 한미그룹에 득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영위하는 사업이 서로 달라 시너지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반대에는 한미그룹의 승계구도에서 영원히 멀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컸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통합작업이 완료되면 한미사이언스는 OCI그룹의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게 된다. OCI홀딩스의 지분이 없는 그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결정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OCI와 통합은 5000억원이 넘는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 주도로 이뤄졌다. 모녀는 지난해 사모펀드 운용사(PEF) 라데팡스파트너스와 한미사이언스 지분 11.8%를 3200억원에 매각해 상속세를 마련하려고 했지만 라데팡스에 투자하기로 했던 MG새마을금고가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위기를 겪으면서 무산됐다.

이후 벤처캐피털(VC) IMM인베스트먼트, KDB인베스트먼트가 라데팡스와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공동 인수하는 방안이 제기됐지만 경영권 불안을 우려한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OCI와 통합은 라데팡스의 자문으로 이뤄졌다. 신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OCI와 신약개발을 위한 자금줄이 필요한 한미간 이해관계를 물밑에서 조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와 OCI의 통합시 독일의 ‘바이엘’처럼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몫했다. 바이엘은 과거 석유, 화학 전문기업이었지만 타 기업과 합병을 통해 의약품 개발에 뛰어들었고 로슈와 미국 제약사 머크의 일반의약품 사업부를 잇따라 인수하면서 세계 3대 일반의약품 기업에 오른 글로벌 제약사다.

현재 한미그룹은 OCI와 통합이 무산될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변수는 남아있다. 

임종윤 사장은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를 상대로 진행할 예정인 3자 배정 유상증자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할 예정이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기존 주주가 아닌 3자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걸 무효로 하는 대법원 판단을 근거로 한다. 특정인을 정해놓고 실시하는 3자 배정 신주 발행은 지분율 희석 등 기존 주주에게 불이익이 갈 수 있는 조치라 신기술 도입이나 재무구조 개선 등 제한적 범위에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지난해에도 에스엠(SM)이 카카오를 상대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시도했다가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 인수전에 제동이 걸린 바 있다.

만약 임종윤 사장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한미사이언스가 유상증자에 실패할 경우 OCI가 확보하는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20% 밑으로 떨어져 양사간 통합 추진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관건은 한미그룹을 경영권 분쟁 상태라고 볼 수 있느냐인데 이번 통합 발표 전까지 임종윤 사장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기에 그의 승소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와 OCI의 통합은 국내 산업계에서 볼 수 없었던 이종기업 합병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승인은 무리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임종윤 사장이 우호 지분을 모아 이사회를 변경할 수도 있고 지분 매입, 유상증자 가처분신청 등으로 대응에 나설 경우 통합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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