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TV·치지직, 인기 스트리머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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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TV와 치지직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그래픽=비즈워치

트위치가 떠난 자리를 채우기 위한 아프리카TV와 네이버 ‘치지직’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방송 플랫폼의 경쟁력은 결국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트리머(인터넷 방송인)에게 달려있는 만큼 이들이 어디를 택하느냐에 따라 두 회사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간판 교체로 승부수 띄운 아프리카TV

아프리카TV는 지난 11일 글로벌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SOOP(숲)’ 베타버전을 올해 2분기 중 서비스하겠다고 발표했다.

숲의 가장 큰 특징은 1440p(SD급보다 4배 선명한 등급) 화질의 생방송, 인공지능(AI) 챗봇 기능이다. 기존 아프리카TV 방송 플랫폼은 최대 1080p(풀HD급)을 지원하고 있었다. 경쟁 플랫폼으로 손꼽히는 네이버의 ‘치지직’도 1080p 화질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보다 더 나은 화질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또 아프리카TV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올해 3분기 국내 서비스명도 숲으로 바꿔 이미지 변신을 노린다. 기존에 쓰고 있던 BJ(아프리카TV 내 방송인 명칭), 별풍선(아프리카TV 유료 재화) 명칭도 함께 바꾼다. BJ들이 자극적인 방송으로 별풍선 수익을 창출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보다.

간판을 바꾸겠다는 아프리카TV 경영진의 의지가 처음으로 포착된 건 지난해 7월이다. 당시 실적 발표 생방송을 진행한 정찬용 아프리카TV 대표는 “개인적으로 아프리카TV에서 TV를 빼고 로고도 바꾸고 싶다”며 “TV 자체가 너무 올드패션 느낌이 들기 때문인데, 어설프게 바꾸면 안 바꾼 것만 못하므로 긴 호흡으로 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명 스트리머, 어디로 갈까?

아프리카TV와 치지직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플랫폼의 핵심 요소인 스트리머의 행방이 주목받고 있다. 인기 스트리머의 이동 소식에 따라 다른 스트리머도 따라가는 모습을 보여서다.

네이버가 치지직 베타테스트를 시작한 지난해 12월 말 무렵 스트리머들은 소위 ‘대기업(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인터넷 방송 업계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방송인)’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행선지를 정하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164만명(12일 기준)의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한 20대 스트리머는 지난해 12월 트위치 서버 종료 공지 직후 “대기업은 빨리 플랫폼을 결정할 필요가 없다. 가는 곳이 길이기 때문”이라며 “종합 게임 스트리머면 ‘머독’을 따라가고, 버튜버(카메라나 특수 장비로 행동이나 표정을 대신 표현하는 방송인)면 ‘우왁굳’을 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두 스트리머는 2008년부터 인터넷 방송을 시작한 1세대 스트리머다.

이후 판세는 치지직으로 기우는 듯했다. 유명 종합 게임 스트리머 ‘풍월량’을 비롯한 ‘서새봄냥’, ‘한동숙’이 치지직으로 이동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네이버가 치지직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트위치와 유사하게 구성하고 지난 9일부터 제공하고 있는 트위치 구독 승계 프로그램 등의 ‘친 트위치 정책’도 치지직행에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우왁굳의 아프리카TV 이동 선언을 계기로 판세가 다시 수평으로 맞춰지는 추세다. 12일 기준 104만명의 트위치 팔로워를 유지하고 있는 우왁굳은 지난 5일 방송을 통해 “여러 가지를 많이 고려했는데 많은 시청자분들이 아프리카TV를 원했다”며 “우왁굳과 ‘이세돌(이세계 아이돌)’, ‘왁타버스’는 이제 트위치에서 아프리카TV로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세돌은 국내 6인조 가상 인간 아이돌 그룹으로, 우왁굳이 기획한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우왁굳과 이세돌의 평균 시청자수 단순합계는 15만명인데, 아프리카TV 평균 시청자수(14만명)를 넘을 정도로 많은 이용자들이 시청하고 있다. 왁타버스는 65만명의 유튜브 구독자(12일 기준)를 보유하고 있는 가상 인간 채널로 우왁굳이 운영 중이다.  

치지직에서 발생한 ‘욱일기 방송’도 변수로 작용했다. 앞서 지난 3일 치지직에서 방송하던 한 20대 스트리머는 욱일기가 그려진 티셔츠와 일장기가 그려진 머리띠를 착용하고 방송해 논란이 있었다. 네이버는 즉각 해당 스트리머의 치지직 베타 테스트 권한을 회수했지만 아프리카TV와의 경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업계 관계자는 “대표적으로 ‘침착맨(구독자 79만명, 트위치 기준)’, ‘괴물쥐(92만명)’와 같은 대형 스트리머가 아프리카TV와 치지직 사이를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며 “두 플랫폼의 경쟁 중 발생할 수 있는 ‘방송인 리스크’ 관리도 병행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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