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人워치]자녀 4명 키우며 스타트업 하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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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윤 딥서치 대표./사진=비즈워치

김재윤 ‘딥서치’ 대표는 10년가량 스타트업을 하면서 자녀를 네 명이나 낳은 아빠다. 직장도 현재까지 네 곳을 경험하고 있다.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투자심사), 딜로이트안진(감사본부), NHN(백엔드 플랫폼 서버개발) 등을 경험하고 창업에 나선 것이다. 딥서치의 비즈니스모델도 크게는 네 가지라고 설명하는 김 대표. 그를 최근 서울 영등포구 IFC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공든 탑 비즈니스는 무너지지 않는다”

딥서치는 2013년 3월 설립된 기업 도메인 특화 인공지능(AI) 플랫폼이다. 20억건이 넘는 방대한 기업 및 금융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업 분석에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관리·제공해 합리적인 비즈니스 의사 결정을 지원한다는 설명이다. 깊게(딥) 기업 정보를 연구·분석(서치)하고 시장에 제공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VC(벤처캐피탈)에서 많은 리서치를 진행하면서, 이를 기술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란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사업이다.

그동안 시장의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스톤브릿지벤처스와 한국투자파트너스, 신한벤처투자, HB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유치한 누적 투자금액은 123억5000만원으로 기업가치가 1000억원에 이른다.

사업이 처음부터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창업 당시 회사명은 ‘소셜인베스트먼트’였고 이듬해인 2014년에 ‘위버플’로 사명을 변경했다. 2017년 딥서치란 서비스를 개발한 뒤 2018년부터 사명을 현재의 딥서치로 바꾸면서 성장해왔다. 이런저런 사업을 추진하면서 구체화 작업을 거쳐 주력 ‘딥서치’를 만들고, 사명 변경으로 이어진 셈이다.

그는 그동안 과정에 대해 “기술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어려웠다”며 “주변에서 돈을 빨리 벌 수 있는 것을 하라는 말도 많았지만, ‘공든 탑 비즈니스’를 한 것”이라고 요약했다. 공들여 만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기나 유행에 따르지 않고, 하면 작년보다 올해가 되면 더 가치가 쌓이는 비즈니스를 하면 언젠가는 빛을 발할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며 “실제로 꽤 많은 스타트업들이 주변 상황, 유저 반응에 따라 사라졌지만, 어제보다 오늘이 더 의미 있는 것은 사회에서 죽이진 않을 것이란 ‘정신승리’도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비즈워치

솔루션에서 플랫폼으로

비즈니스모델은 크게 네 가지다. 자체 개발한 엔진을 바탕으로 ETF(상장지수펀드)를 만들고, 이와 관련 수익을 일부 가져가는 것이다. 딥서치의 기술 기반으로 상장한 주요 ETF는 ‘KODEX 2차전지핵심소재’, ‘KODEX 2차전지산업 레버리지’, ‘KINDEX 원자력테마딥서치’, ‘KBSTAR 비메모리반도체’, ‘KODEX 혁신기술테마’ 등이 있다.

두 번째는 기업가치평가다. 회계사가 직접 하는 것도 있지만 자동화 도구를 통해서도 진행하면서 보고서당, 평가당 얼마씩 받는 것이다. 엔진 자체를 판매하는 모델도 있다. 국민연금, 한국거래소를 비롯해 은행·증권사 등이 고객사다. 아울러 ‘딥서치닷컴’ 이용료를 받는 모델도 운용 중이다. 김 대표는 “더 나아가 기업정보 플랫폼을 통해 기업간 연결을 돕는 서비스로 시너지 효과를 내려고 한다”며 “기업과 투자자 등이 투자, 인수·합병(M&A), 거래 등에 이용하는 일종의 기업 네트워크 플랫폼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딥서치는 국내 거의 모든 기업의 데이터를 갖고 있고, 그런 데이터를 잘 검색할 수 있다”며 “개별 비즈니스모델 단계에선 유사 서비스가 있으나, 이런 서비스 모두를 제공하는 기업은 없다고 판단해 접근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챗GPT도 경쟁 관계라기보단 협업 관계에 가깝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챗GPT가 똑똑하지만, 일반적 내용을 다루는 특징이 있다”며 “딥서치는 챗GPT와 연결해 융합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예는 ‘마이노트’다. GPT 기술을 접목해 사용자가 업로드한 업무 문서 검색 기능과 업무 문서 관련 질문에 답하는 기능이 탑재됐다. 가령 A기업에 대한 기존 보유 데이터를 업로드하면, 딥서치가 수집한 자료와 통합해 한 눈에 열람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방식이다.

빅데이터를 지속 추가하고 관리해야 하는 만큼 비용문제에 대한 부담은 어떨까. 그는 “매출의 30~40%는 데이터 처리와 구입 비용에 들어가지만 데이터는 어디로 사라지진 않는다”며 “게다가 고객 증가에 비례해서 비용도 증가하는 구조가 전혀 아니므로, 시장을 키울수록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딥서치는 현재 월 단위 손익분기점(BEP)은 넘은 상태다. 그는 “먹고사니즘은 해결한 것”이라며 “최근에는 투자금을 하나도 쓰지 않았을 정도이지만, 솔루션 제공 기업으론 성장에 한계가 있으므로 앞서 언급한 기업 네트워크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기업 규모를 더욱 키우기 위한 글로벌 시장 진출은 꿈이다. 김 대표는 “2019년에 싱가포르에 태핑했는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후퇴했다”며 “글로벌 시장은 직접 진출보다는 해외 정보를 국내에 제공하고, 해외 이용자를 위한 국내 데이터 제공 같은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딥서치를 창업할 당시는 이미 자녀가 두명이나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 아내가 셋째를 임신한 상태였다. 넷째는 창업 이후 또 생겼다.

“셋째가 나오면 창업을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했습니다. 사업도 육아도 고생하는 타이밍은 지나갔습니다. 제가 고향이 부산인데요. 가는 방향에 대한 확신이 있으면 어떻게든 서울까진 갈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10시간을 갔는데 이 길이 맞나 싶을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대전 정도까지는 온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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