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우울증 치료시장…누가 선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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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우울증 치료 시장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몸집이 커지면서 국내 제약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약효가 나타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심각한 부작용 우려가 있던 기존 치료제의 단점을 극복한 신약을 개발하거나 우선 도입하는 곳이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울증 인구 100만 시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우울증 진료를 받은 국내 환자수는 100만744명으로 팬데믹 발생 이전인 2019년보다 20만1733명(25.2%) 증가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사회적 고립감, 건강에 대한 불안감 등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항우울제 처방량도 증가하는 추세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보건통계 조사에서 한국인 1000명당 하루에 복용하는 항우울제수는 지난 2021년 31.1개로 2019년 23.4개보다 32.9% 늘었다.

우울증 치료제 처방 기준이 완화되면서 앞으로도 우울증 치료제 처방량은 점진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아니면 처방이 어려웠던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계열 약물을 비정신과의사도 최대 60일까지 처방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SSRI는 현재 임상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3세대 우울증 치료제다.

여기에 정부가 최근 대국민 정신건강정책을 강화하면서 중장기적인 시장 성장발판도 마련됐다. 정부는 지난 5일 청년들의 정신건강 검진 주기를 기존 10년에서 2년으로 대폭 줄이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내년도 정신건강정책 분야 예산을 2023년 대비 22% 증액한 3866억원으로 편성했다.

4600억 시장, 누가 선점할까

제약업계는 기존 치료제가 가진 단점을 극복한 신약을 개발하거나, 글로벌 치료제를 발 빠르게 도입하는 곳이 승기를 잡을 것으로 보고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항우울제는 일반적으로 약효가 나타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수면장애, 불안과 같은 부작용이 커서다.

대웅제약은 현재 바이오벤처 뉴로라이브와 다중표적 기반의 우울증 치료제 ‘NR-0601’을 개발하고 있다. 세로토닌, 노르아드레날린 등의 뇌 신경전달물질을 억제하는 모노아민계 치료제보다 약효가 빠르고, 강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또 기존 치료약제에 반응하지 않는 치료 저항성 우울증에도 작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광약품은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조현병 및 제1형 양극성 우울증 신약 ‘라투다정’의 국내 품목허가를 받았다. 라투다정은 일본 스미토모파마가 개발해 부광약품이 국내 개발 및 판권을 확보한 제품으로 임상에서 체중 증가, 고혈당증 등 대사계 부작용이 낮은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환인제약은 지난 2019년 프랑스 세르비에사와 독점 공급계약을 맺은 우울증 치료제 ‘아고틴정’을 국내에 출시했다. 아고틴정은 노르아드레날린과 도파민 분비를 상승시키고 24시간 생체 리듬을 재설정해 환자의 삶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는 치료제로 작년 매출액 94억원을 기록했다.

환인제약은 올해부터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항우울제 ‘웰부트린’, ‘팍실’, ‘세로자트’ 등 3개 품목도 도입해 판매 중이다. 또한 최근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우울증 보조요법제로 품목허가를 받은 카리프라진 성분의 ‘브레일라’의 개발권을 이전받아 국내 출시를 위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우울증 치료제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어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국내 우울증 치료 시장은 지난해 2억8740만 달러(3700억원)에서 연평균 3.6% 성장해 2028년 3억5480만 달러(46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코로나19 이후 우울증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관련 정부지원이 확대되면서 국내 우울증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며 “기존에 항정신병약물을 취급하지 않던 제약사들도 오픈이노베이션 등을 통해 신약 개발에 나서는 추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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