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가상자산사업자는 고객이 맡긴 예치금에서 발생한 수익 등을 고객에게 돌려줘야만 한다. 해킹이나 전산장애 발생, 국세청이나 법원의 요청을 비롯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상자산사업자가 임의적으로 가상자산 입출금을 차단하는 조치도 금지한다. 기존의 규율체계를 보완하고 가상자산 시장 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금융당국은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1일부터 이같은 내용의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대한 법률 시행령 및 감독규정 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10일 밝혔다. 내년 7월19일 시행하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대한 법률(이하 가상자산법)의 세부내용을 규정하기 위해서다.
시행령 및 감독규정에서는 가상자산의 범주를 명확히 했다. 기프티콘 같은 모바일 상품권이나 전자채권,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NFT(대체불가능토큰)를 추가했다.
이용자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예치금의 관리기관을 은행으로 정했다. 은행은 자본시장의 투자자예탁금과 동일하게 국채증권·지방채증권, 정부·지자체가 지급을 보증한 채무증권을 비롯한 안전한 자산에만 운용할 수 있다. 또한 가상자산사업자는 예치금이용료를 이용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기존에는 국내 원화거래소 중 업비트만 케이뱅크로부터 고객 예치금에서 발생한 이자수익을 받고 있어 논란을 빚었다. 당시 두나무는 고객에게 이자를 지급할 법적 근거가 없다보니, 유사수신여부 등으로 위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두나무는 이번 제정안에 따라 예치금이용료를 지급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또한 이용자 가상자산의 콜드월렛(오프라인 형태 지갑) 보관비중을 70%에서 80%로 상향했다. 해킹, 전산장애를 대비한 보험·공제 보상한도나 준비금 적립 기준은 핫월렛(온라인 지갑)에 보관중인 가상자산 경제적 가치의 5% 이상으로 정했다.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해 이상거래 감시의무를 부과하고, 내부자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 공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도 마련했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법에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던 제3자 위탁을 통한 가상자산 예치·운용업에 대해 “사실상 불가하다”고 못박았다. 이용자로부터 위탁받은 가상자산을 제3자에게 옮겨 실질적으로 보관하고 있지 않을 경우 법을 위반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 가상자산법에서 직접 언급하고 있진 않지만, 블록체인 검증을 목적으로 네트워크에 가상자산을 위임하는 형태의 스테이킹 서비스는 형태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있다. 전요섭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단장은 “위탁받은 고객 자산의 실질적 보유 의무가 주어지므로 제3자에게 맡길 경우 실질적으로 보유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말했다.
이번 제정안은 오는 11일부터 내년 1월 22일까지 입법예고를 실시한다.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 7월19일부터 시행된다. 금융당국은 “관계부처, 전문가, 업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시행령 및 규정의 내용을 보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