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일가족 사망 사건’ 삼 형제가 20년 넘게 집에 갇혀 지낸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모두 장애가 있었던 20대 삼 형제는 초등학교조차 다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전남 영암군 영암읍의 한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가족의 사연을 경향신문이 19일 보도했다.
이 집에선 아버지인 김 씨(59세)와 어머니(56세) 그리고 20대인 삼 형제(각 29세·26세·23세)가 살았는데, 모두 같은 날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경향신문은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사흘 뒤인 지난 18일 이 가족이 살았던 집을 찾았다. 컨테이너와 샌드위치 패널로 엮어진 집은 마을에서도 야산과 가까운 외진 곳에 있었다고 한다.
위치 탓인지 마을에서 오래 산 주민들은 사망한 가족에 대해 그다지 아는 게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지 20년이 넘은 삼 형제를 본 적이 거의 없었다는 게 다수 주민의 증언이다.
마을에서 오래 살았다는 한 주민은 “대소변도 못 가리는 아이들이라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며 “학교도 안 다녔다”고 했고, 10여 년을 이곳에서 산 다른 주민도 “(삼 형제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경향신문에 전했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가 있었던 삼 형제는 실제로 사망 전까지 집 밖을 떠난 일이 드물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형제 중 누구도 초등학교 입학 기록이 없었다. 모두 선천적 장애가 있었음에도 청소년기가 지나서야 장애인으로 등록돼 특수교육 등 혜택도 받지 못했다.
첫째와 셋째는 자폐성 심한 장애(1급), 둘째는 지적 심한 장애(1급)를 진단받았는데, 이들이 장애인으로 등록된 해는 2012년 1월, 2012년 10월, 2016년 3월로 각 18세, 15세, 16세 때였다고 한다.
일찌감치 특수학교 학생으로 등록했다면 교육청으로부터 통학 비용이나 방과 후 치료 등을 지원받을 수 있었지만, 삼 형제는 이를 누리지 못했다.
2016년에야 삼 형제를 특수학교에 등록한 부모는 ‘재택학급'(특수교사가 가정 방문해 수업을 진행하는 식)을 신청, 그 이후로도 자녀들을 집밖에 내보내지 않았다. 마을 주민이나 집배원이 집을 찾아올 때면 삼 형제를 밖에 나오지 못하도록 들여보냈다고 한다.
성인이 된 뒤엔 전문 돌봄 인력이 찾아가는 ‘활동지원서비스’ 대상자로도 선정됐으나, 신청 기간 내 요청하지 않아 자격이 중지됐고, 주간보호서비스 등을 통해 외부 활동도 가능했으나 이 역시 부모는 신청하지 않았다.
삼 형제가 겪은 상황이 알려지자, 명백한 아동학대, 장애인 학대라는 지적도 나왔다. 어린 시절부터 제대로 된 교육 기회를 놓치고 집 안에서만 20여 년을 산 게 본인들의 의지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지현 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경향신문에 “장애가 있는 자녀들에게 아무런 외부 활동이나 교육을 제공하지 않고 집에만 있도록 한 것은 명백한 ‘장애인 학대'”라며 “이런 사정을 누군가가 관련 기관에 신고했다면 조사와 개입을 통해 비극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전남경찰청과 영암경찰서에 따르면 사망한 일가족 1차 부검 결과(추정), 아버지 김 씨의 사인은 약독물사, 어머니와 세 아들의 사인은 흉기 손상에 의한 사망으로 보여진다. (관련 기사 보기)
경찰은 가장인 김 씨가 가족을 모두 살해하고 극단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 폐쇄회로(CC)TV와 주변인 탐문 등을 통해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사망한 가족은 부검 후 모두 화장됐으며, 따로 장례를 치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