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 쉬고 있는데도 마라톤 뛴 것처럼 피곤하다면 당장 병원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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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픽사베이 자료사진.

폭염에 에어컨을 틀고 자도 여전히 덥다고 느껴지고 땀을 흘리고, 식욕이 왕성하나 되레 체중이 줄어든다면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50~60대에서 많이 발병하고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많이 나타나는 ‘갑상선기능항진증’에 대해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문재훈 교수와 알아보도록 한다.

◇ 쉬고 있는데 마라톤 뛴 느낌…골다공증·심부전 부르는 갑상선항진증이란?

갑상선항진증의 정확한 명칭은 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갑상선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이 만들어지는 증상을 말한다. 갑상선에서 만들어지는 갑상선호르몬은 몸 전체에 작용해 심박수, 소화, 신체 온도 등의 신진대사 속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많이 분비될수록 신진대사의 속도가 빨라진다.

따라서 갑상선항진증으로 인해 갑상선호르몬 분비가 많아지면 조금만 움직여도, 심지어 가만히 쉬고만 있어도 내 몸은 마치 마라톤을 뛰는 것과 같은 상태가 지속돼서 금방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갑상선항진증을 방치하면 과한 신진대사가 계속되기 때문에 심장이 혹사당해 심부전이 발생할 수 있고, 신진대사율 상승으로 인해 뼈를 생성하는 속도보다 파괴하는 속도가 더 빨라져 골다공증이 발생할 수 있다. 심한 경우 사망률이 50%에 달하는 갑상선중독발작이 생기기도 한다.

◇ 환자 90% 이상 ‘그레이브스병’이 원인…스트레스는 증상 악화시켜

갑상선항진증이 발생하는 원인 중 가장 흔한 것은 그레이브스병이다. 갑상선항진증 환자의 약 90% 이상이 이 병에 의해 발생한다. 그레이브스병은 면역 체계에 오류가 생겨 환자 자신의 면역 세포가 갑상선을 자극하는 항체를 만들어내 갑상선호르몬을 과다 분비하게 만드는 질환이다. 그 외에 갑상선에 발생한 혹이 갑상선호르몬을 과다 생성해 갑상선항진증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그 비율은 적은 편이다.

많은 사람이 갑상선항진증의 원인이 피로와 스트레스라고 오해하는데, 스트레스와 피로가 갑상선항진증의 원인은 아니고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에 한해 질병 스위치를 켜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이미 갑상선항진증이 생긴 사람에게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원인은 아닐지라도 평소에 잘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 몇 달 새 체중 5㎏ 이상 감소했다면 ‘의심’…맥박 빠르고 합병증 ‘안구 돌출’도

갑상선항진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피로감, 식욕은 그대로인데 몇 달 사이 5㎏ 이상 체중이 줄어드는 것, 쉬고 있는데도 맥박이 분당 90회 이상의 속도로 빠르게 뛰는 것, 열이 오르고 땀이 비 오듯 흐르는 것, 손 떨림, 몸의 마비 등이다.

이외에 갑상선기능항진증의 합병증으로 잘 알려진 것이 갑상선 안병증, 즉 안구 돌출이 있다. 갑상선을 자극하는 자가항체가 눈 주변의 근육, 연부조직에 염증을 일으키고 이것이 굳어지면서 변형을 일으키는 것이다. 안구 뒤의 지방 조직이 증식되면서 눈꺼풀이 말려 올라가거나, 안구가 나오게 되고, 심해지면 안구 주위 근육에도 영향을 미쳐 사시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맨눈으로 보일 만큼 안구 돌출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해외에서는 약 20~30%, 한국에서는 약 15%로, 모든 환자에서 나타나지는 않는다.

◇ 약물 치료 최소 6개월 이상…재발하면 갑상선 제거술도 고려

갑상선항진증을 진단받게 되면 환자의 연령과 성별, 병력을 고려해 치료를 진행하게 된다.

첫 번째 치료법은 약물 치료이다. 항갑상선제 복용을 통해 갑상선호르몬의 양을 정상범위로 조절하는 기본적인 치료법이다. 초반에는 경미한 두드러기나 과민반응, 그리고 백혈구 수치가 미세하게 감소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나 대부분 꾸준히 약을 복용하면 호전된다. 그레이브스병에 나타나는 항체의 생성만을 억제하기 때문에 내성이 없고 효과 또한 일정하게 나타난다.

다만 약물을 써도 갑상선항진증이 재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재발률을 최대한 낮추는 방법은 약을 최소 6개월에서 약 1~2년 정도, 경우에 따라서는 더 길게 쓰는 것이다. 다만 이렇게 최대한 낮춘 재발률이 약 50%이기 때문에 약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조절이 잘 안되거나 재발하면 갑상선 제거 수술이나 방사성 요오드 치료 등을 고려하게 된다.

두 번째로, 갑상선 제거 수술은 갑상선을 절제해 영구적으로 체내에서 갑상선호르몬을 생성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갑상선을 제거하고 나면 갑상선에서 나오는 호르몬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에 호르몬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한다.

세 번째 치료법은 방사성 요오드 치료이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는 적은 용량의 방사선으로 체내 갑상선을 부분적으로 파괴하는 치료법이다. 갑상선 기능을 저하해 갑상선호르몬의 생성량을 낮추는 것이다. 갑상선 제거 수술은 전신마취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수술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먼저 고려할 수 있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는 저용량을 사용할지라도 몸 안에 방사선이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임산부에게는 시행하지 않고, 6개월 이내에 임신 예정인 임산부에게도 권하지 않는다. 더불어 눈이 튀어나오는 증상도 심해질 수 있어 갑상선 안병증이 심한 환자에게도 권유하지 않는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시작하면 6개월 정도 진행하며 경과를 지켜본다. 치료 과정에서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나타날 수 있는데, 적절한 용량의 갑상선호르몬제를 복용하면 2개월 내에는 대부분 갑상선저하증 증상이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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