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아재의 건강일기] No 배달, No 택시, No 마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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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음식(왼쪽) VS 샐러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배달음식(왼쪽) VS 샐러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No 배달, No 택시, No 마사지. 몇 년 전부터 나도 모르게 몸에 밴 규칙적 3무(無)다. 불과 5년 전까지 없어서는 안 될 밥 먹듯 하던 습관들이었다. 회사에 다니는 한 택시는 무조건 ‘국룰’이었고 야간에 출출할 때, 주말 귀찮을 때 배달은 필수 코스였으며 한 달에 한 번 혈액순환과 피로회복을 위해 잊지 않아야 할 단 하나의 바디테라피(body therapy)가 마사지, 그중 타이 마사지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초부터 나의 3무도 비슷하게 전개됐다. 금연에 돌입한 후 후각과 입맛이 돌아오자 수시로 무언가를, 특히 단 음식을 ‘흡입’하기 시작했고 이는 당뇨병 전 단계라는 나와 거리가 먼 듯한 병이 ‘잠입’하기 시작했다. ‘단짠’ 가득한 배달 음식은 가장 먼저 끊어야 할 목록 1호였다. 배달 음식을 끊으면 거의 모든 음식이 심심하다. 하지만 인간은 환경의 동물인지라, 금세 새로운 맛에 길들여진다. 고작 1주일이다.

음식값에 배달비까지 합한 돈으로 집에서 질 좋고 푸짐한 한 상을 내놓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팩에 든 고등어 10조각을 사서 1조각당 값을 매기면 1000원 꼴이다. 상추도 1000원 꼴, 두부 한 모 1000~1500원, 시금치(한끼 당) 500원 등 합하면 6000원 내외에서 건강을 챙기는 한 끼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이는 생선 대신 돼지고기나 닭고기 등으로 대체해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배달을 잊고 있다가 어쩔 수 없이 회사나 다른 모임에서 배달 음식을 시킬 때 그 맛이 주는 느낌은 생경하기까지 하다. 몇 년 전엔 달고 살았던 그 맛이 마치 세상에서 처음 맛보는 것처럼 낯설게 느껴진다. 과장을 좀 하자면 같은 양을 먹었는데도, 집밥을 먹었을 때 만져지는 뱃살과 배달 음식을 통해 느껴지는 뱃살의 두께부터 달라 보인다. 채소와 건강식 양념이 사라진 음식이 불러오는 부정 효과가 무엇인지 제대로 증명해준다고 할까.

택시(왼쪽) VS 자전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택시(왼쪽) VS 자전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국노래자랑’의 송해 선생님이 생전 즐겨 타던 이동 수단은 BMW라고 했다. 버스(Bus), 지하철(Metro), 걷기(Walking)인데, 건강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르기 전까지 나의 전유물은 택시였다. 걷기를 알고부터 (택시보다 걷는 거리가 상대적으로 더 긴) 버스로 눈을 돌렸고 뛰기를 체험하고는 자전거에 관심을 뒀다. 다리 대신 대체 가능한 교통수단들을 눈여겨보다 보니, 택시는 눈앞에서 점점 멀어져갔다. 무엇보다 택시비가 만만치 않았다. 아무리 적은 거리를 간다고 한들, 버스나 자전거처럼 1000원대는 아니니 말이다.

직장을 가진 30대 초반부터 마사지도 필수 아이템으로 이름을 올렸다. 중국식 마사지로 시작해 태국마사지로 정착할 때까지 매달 할부 내듯 카드를 긁고 다녔다. 효과는 단 하루뿐이었지만 마사지를 받는 그 순간, 짜릿함의 중독에서 벗어나기란 금연만큼 쉽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독일이나 파리보다 중국이나 태국 쪽으로 취재 가는 걸 속으로 더 열렬히 환호했을 정도였다.

마사지에서 겨우 벗어난 계기도 결국 코로나19 기간 혈관 질환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운동에서 시작됐다. 바로 맨발 산행이다. 우연히 박동창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회장의 인터뷰를 보고 머릿속에 느낌표(!)가 훅 지나갔다. 그가 주장하는 맨발 산행의 효과는 딱 두 가지다. 지압효과(Reflexology)와 접지효과(Earthing)가 그것.

지압은 말 그대로 맨발이 산에 놓인 돌멩이나 나무뿌리, 돌 등과 부딪히며 안마하듯 눌러주는 식의 효과를 노린다. 한 10년 전 일본의 한 온천에서 자갈로 깔아놓은 작은 길을 맨발로 걸으며 시원했던 기억이 이 기사를 읽는 내내 스쳤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는데, 시멘트나 아스팔트가 아닌 흙길이 발과 만나면 몸에 쌓인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접지효과까지 준다고 하니, 당장 실행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마사지(왼쪽) VS 맨발 산행.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마사지(왼쪽) VS 맨발 산행.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랑인지 모르겠으나, 내 발은 통증을 두려워하는 편이 아니다. 맨발 산행을 처음 해보는데도, 발이 아프거나 붓거나 상처를 동반하지 않았다. 되레 더 세게 눌어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일부러 뾰족한 돌을 찾아다닐 정도였다. 그렇게 1시간 정도만 했는데도 효과는 당일 바로 나타났다. 저녁 9시밖에 안 됐는데 졸음이 쏟아졌다. 참다못해 결국 10시에 쓰러져 개운한 아침을 맞았다. 잠자리에 드는 순간, 발 마사지를 받고 싶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마사지가 오히려 고통일 수 있다고 생각해 본 것도 이때가 처음이다.

택시와 배달 음식을 이용하지 않고 마사지까지 받지 않으니 수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운동 시간이 늘어나고 건강한 음식을 먹을 기회가 많아졌다. 비용도 크게 줄었으나 줄어든 비용은 죄다 채소니 과일이니 건강 재료들에 재투자돼 결국 손익분기점에 맞췄을 뿐이다.

그래도 눈 뜨자마자 하품부터 하고 시작하는 여느 하루와 달랐다. 점심 먹고 졸리고 저녁 먹고 바로 또 졸리는 식곤증의 감옥에서도 탈출했다. 군침 넘어가는 케�揚� 배달해서 먹고 금세 나온 뱃살을 어루만지며 속이 더부룩했던 경험은 100% 호밀빵과 샐러드 식단으로 차린 끼니 앞에서 이제 명함도 내밀기 힘든 추억이 됐다.

그래도 아주 멀리 하지는 않는다. 한 달에 몇 번은 나에게 주는 선물처럼, 아니 ‘이 정도는 극복 가능’의 테스트처럼 일부러 도전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선 자신 있게 이렇게 자문한다. “예전 맛이 아닌데. 내가 이걸 다 먹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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