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음도 어려운 공룡 이름을 혀 짧은 소리로 줄줄 외우는 아이들. 엄마, 아빠 눈에는 그저 비슷해 보이는 공룡의 특징을 척척 말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세 살 이후가 되면 공룡이나 로봇과 같은
판타지 속 대상에 흠뻑 빠져드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그 이유를 살펴봤다.
공룡과 로봇 덕후 납시오~
티라노사우루스는 미디어에서 워낙 흔히 접하니까 기억한다고 치자. 파키케팔로사우루스, 프로토케라톱스, 아크로칸토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에드몬토니아…. 이토록 복잡하고 발음도 어려운 공룡 이름을 아이들은 어쩜 그리 잘 외우는 걸까. 이름 외우기가 끝이 아니다. 티라노사우루스의 식습관에 대해 읊어대고, 초식공룡 브라키오사우루스의 신장이 16m에 달하며 벨로시랩터의 달리기 속도가 무려 시속 50km라며 혀 짧은 소리로 신이 나서 떠드는 아이를 보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공룡뿐만이 아니다. 로보카 폴리부터 또봇, 미니특공대에 이르기까지 변신로봇에 꽂히는 시기가 있다. 변신로봇에 대한 애정은 애니메이션 시청, 시리즈 장난감 구입, 히어로 따라 하기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히어로 로봇의 흥미로운 점이라면 애니메이션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따라 하고 즐길 거리들이 많다는 것이다. 로봇이 변신할 때 취하는 액션과 특정 멘트를 따라 하는 아이의 진지한 모습은 부모에게는 무척이나 귀엽게 느껴진다. 특히 제법 긴 주제가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따라 부르는 모습은 봐도 봐도 신기하기만 하다.
공룡 박사가 되는 이유는 동경심 때문
자그마치 6,600만 년 전에 지구상에 존재했던 공룡. 덩치는 고층 건물만큼 크고 기다란 목과 단단한 꼬리, 뿔과 날카로운 이빨 등 종에 따라 개성 넘치는 외모를 지닌 공룡은 지금은 멸종되었지만 분명 존재했던 동물이다. 아이들이 공룡을 사랑하는 이유는 거대하고 신비로운 존재, 막강한 파워에 대한 동경심 때문이다. 용처럼 날개가 있거나 괴수처럼 날카로운 이빨을 지닌 공룡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놓인 너무나 매력적인 존재다. 보통 아이가 공룡에 열광하는 시기는 서너 살 무렵으로 또래와 관계를 맺기 시작하는 때이기도 하다. 아이들의 세계에도 힘의 우열이 존재해 자신보다 덩치가 크고 아는 게 많은 형, 누나(언니, 오빠)들을 동경하며 빨리 그들처럼 강해지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이때 공룡은 아이의 마음을 대변해준다. 많은 아이들이 공룡을 좋아하는 이유는 자신도 공룡처럼 대단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다.
로봇 사랑은 히어로가 되고 싶은 마음의 투영
로봇을 좋아하는 심리도 공룡을 좋아하는 심리와 비슷하다. 네다섯 살이 되면 아이들도 또래 사이에서 사회적 관계를 쌓아가기 시작한다. 그 안에서 우월한 존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때 히어로 변신로봇은 훌륭한 역할 모델이 되어주는 것은 물론, 단체생활에서 받는 억울한 감정을 위로받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또한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특별한 능력을 발휘해 악당을 물리치는 모습은 아이를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로봇 애니메이션은 악당을 사악하게 묘사하고 정의의 용사는 멋진 모습으로 그리는 데다, 대부분 권선징악이라는 일정한 스토리라인을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
공룡과 로봇에 꽂힌 아이와 노는 법
공룡 역할놀이를 함께 해주세요
아이가 매일같이 공룡 장난감만 찾는다면 하나의 장난감에 너무 빠진 건 아닌지, 포악하고 사나운 육식 공룡에 심취한 나머지 폭력적인 성향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기도 하는데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폭력성과 공격성은 엄연히 다르며 적절한 공격성은 꼭 필요하다. 누군가 자기에게 위해를 가해도 대응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것. 아이가 힘이 세고 멋진 공룡을 동경하는 마음을 인정해주자. 공룡 장난감을 가지고 역할 놀이를 하거나, 관련 그림책을 함께 보며 아이의 취향을 존중해주고 공룡이 사는 곳을 블록으로 만들면서 놀이를 확장해 본다. 초식과 육식 공룡으로 분류해보거나 물속 공룡, 하늘을 나는 공룡, 땅 위에 사는 공룡을 구분하는 놀이 등으로 연계해본다.
로봇놀이, 안전에 신경 써주세요
변신로봇을 사랑하는 아이의 마음도 문제 될 건 없다. 아이의 취향을 존중해주되 다만 지나치게 캐릭터 따라 하기 놀이에 빠진 나머지 과격한 행동으로 다칠 위험이 있으니 갖고 놀기에 안전한 장난감을 장만하고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신경 쓴다.
프로젝트 [호제] 2023년 앙쥬 4월호
기획·글 앙쥬 편집부 담당 에디터 황지선(프리랜서) 내용출처 앙쥬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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