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가 봉인가요” … 직장인 두 번 울리는 정부의 ‘민낯’

52
지난해 직장인 근로소득세 61조원 돌파
국세수입 5분의 1 차지하며 역대 최대 비중
직장인
사진 = 연합뉴스

“임금이 올라도 실질 소득은 그대로인데 세금만 늘어나네요.”

직장인 A 씨는 올해 연봉이 5% 올랐지만, 체감 소득은 오히려 줄었다고 토로했다. 생활비 부담이 커진 와중에 세금 부담까지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부가 거둬들이는 전체 세금 중 근로소득세 비중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다. 지난해 근로소득세 수입은 61조 원으로 10년 전보다 2.4배 증가했다.

직장인
사진 = 연합뉴스

반면 경기 침체로 인해 기업이 내는 법인세는 2년 연속 감소하면서 근로소득세와 비슷한 규모로 축소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임광현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세 수입은 62조 5천억 원으로 전년보다 17조 9천억 원 줄었다.

반면 직장인들이 낸 근로소득세는 꾸준히 증가해 국가 세수의 18.1%를 차지했다. 관련 통계가 확인된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이다.

물가는 올랐는데… 과표 구간은 16년째 그대로

직장인
사진 = 연합뉴스

직장인들의 세 부담이 커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이 16년째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소득세 과표 구간은 ▲1,200만 원 이하 6% ▲1,200만~4,600만 원 15% ▲4,600만~8,800만 원 24% ▲8,800만~1억 5,000만 원 35% ▲1억 5,000만 원 초과 40%로 설정돼 있다.

문제는 물가 상승으로 월급이 오르면 자동으로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구조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4,500만 원을 벌던 직장인의 연봉이 5,000만 원으로 오르면, 기존 15% 세율에서 24% 세율을 적용받는다.

직장인
사진 = 연합뉴스

실질 소득 증가율보다 세 부담 증가율이 더 크기 때문에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서울에서 판매되는 냉면 한 그릇 가격은 평균 1만 1,923원으로 5년 전보다 33% 넘게 올랐다.

삼겹살 1인분 가격도 2만 원에 육박하는 등 생활비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세금 체계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줄어드는 법인세, 늘어나는 서민 부담

직장인
사진 = 연합뉴스

근로소득세 부담이 커진 반면, 기업이 내는 법인세는 오히려 줄었다.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 6천억 원에서 2023년 80조 4천억 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62조 5천억 원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근로소득세는 계속 증가하며 법인세와 격차를 좁혔다.

전문가들은 법인세 감세 정책과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직장인들이 부족한 세수를 메우는 구조가 됐다고 분석한다.

임광현 의원은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기업이 부담해야 할 세금이 줄어든 반면, 직장인들의 세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근로소득세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는 걸 막기 위해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지포인트도 과세 대상? … 직장인 울상

직장인
사진 = 연합뉴스

여기에 기업이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복지포인트마저 근로소득으로 인정받아 세금이 부과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기업이 제공하는 복지포인트도 근로소득세 부과 대상”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한 글로벌 기업은 직원들에게 지급한 복지포인트에 대한 세금을 환급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직장인
사진 = 연합뉴스

재판부는 “복지포인트는 직접적인 근로의 대가는 아니지만, 근로와의 상관관계가 인정되는 급여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앞으로 복지포인트에도 세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크다.

직장인들은 “월급에서 세금 떼고 남은 돈으로 생활하는 것도 빠듯한데, 이제 복지포인트까지 세금 내라는 거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세수 확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직장인들의 부담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구조는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직장인
사진 = 연합뉴스

한 전문가는 “물가와 월급이 오르면 세수도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근로소득세 비중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근로소득세 과표 구간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거나, 중산층 세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법인세 감세로 기업 부담을 줄여주면서, 직장인들에게만 세금 부담을 떠넘기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올해도 근로소득세가 법인세를 추월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실시간 인기기사

+1
0
+1
0
+1
0
+1
0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