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심리’에 휩쓸리는 이유,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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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단체로 식당에 앉아 주문을 할 때,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다른 사람과 같은 것을 주문하는 경우. 혹은 먹고 싶은 것이 있었지만, 나를 제외한 모두가 같은 메뉴를 선택한다면 왠지 그 메뉴를 따라가게 되는 경우. 보통 ‘군중심리에 휩쓸린다’라고 말하는 상황이다. 왜 그렇게 되는 것일까? 이는 우리 뇌의 본능적 메커니즘과 관련이 있다.

휴리스틱, 직관적이고 신속한 판단

인간이 살아가면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들은 대부분 ‘사회적 상황’에 해당한다. 철저히 개인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다른 사람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이때 일반적으로는 ‘개인적 선호에 의한 판단’과 ‘타인의 관점’을 아우르게 되는 이른바 ‘통합 가치 판단’을 하게 된다.

이때 인간은 판단하고 결정하기 위해 충분한 정보를 필요로 한다. 정보가 불충분하면 판단과 결정을 망설이게 되는 이유다. 때때로 충분한 정보를 확보할 여유가 주어지지 않을 경우,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혹은 불확실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종종 주위 다른 사람의 선택을 따라가기도 한다. 보통 ‘군중심리’라고도 알려져 있는 이러한 현상은, 불확실한 환경에서 뇌가 활성화되는 ‘대체 전략’의 일종이다. 

군중심리와 비슷한 맥락에 있는 용어로 사회학, 심리학에서 쓰이는 ‘휴리스틱(heuristic)’이라는 말이 있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의사 결정을 해야할 때, 직관적이고 신속하게 판단하도록 하는 일련의 규칙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그간의 경험에 빗대 빠르게 결정하는 경향이다.

휴리스틱은 개인의 판단을 내릴 만큼 정보가 충분하지 않을 때 종종 사용된다.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내리는 개인의 판단이 최선의 전략이라 했을 때, 그것이 불가능한 상황에 발동되는 차선의 전략인 셈이다.

군중심리, 타인의 결정을 모방하는 이유

유니스트(UNIST) 생체공학과 정동일 교수팀은 미국 버지니아 공과대학과의 협력으로 이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했다. 어떤 개인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 다른 사람의 결정에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연구다.

이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개인적 선호도’에 따른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상황(불확실 환경)에서는 다른 사람의 결정을 모방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 또한 ‘휴리스틱’ 전략의 일종이다. 

일반적으로 불확실한 정보를 처리할 때는, 뇌의 ‘섬엽’ 또는 ‘등쪽 전대상피질(dACC)’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이 영역에 손상을 입은 사람을을 참가자로 모집해, 불확실한 상황이 주어졌을 때 어떤 식으로 의사결정을 하는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연구 참가자들은 두 가지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도박성 과제에 참여했다. 각각의 옵션은 고정된 확률을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보상이 크지만 위험한 선택, 다른 하나는 보상이 적지만 안전한 선택이었다.

실험은 크게 두 형태로 나누어서 진행됐다. 한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이 온전히 혼자서 결정을 내리도록 했다. 다른 한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이 결정을 내리기 전 다른 사람들의 선택을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실험 결과, 불확실한 정보를 처리하는 영역에 손상을 입은 참가자들은 온전히 혼자서 결정을 내리는 상황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들은 ‘안전’ 혹은 ‘위험’ 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지 망설이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다른 사람의 선택을 관찰할 수 있도록 했던 실험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선택을 따라가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군중심리, 청소년이 더 휩쓸리기 쉽다

연구팀은 이러한 발견이 청소년에게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청소년은 아직 ‘개인적 선호’가 명확하게 확립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혹은 선호도가 갖춰져 있다고 해도,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가능성이 더 높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타인의 결정(군중심리)을 따라갈 우려가 더 크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정동일 교수는 “이 연구는 개인적 선호도가 분명하지 않은 사람이 주변의 의견에 특히 민감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의 특정 행동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변에 ‘결정을 독려하고 지지해주는 환경’이 조성돼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예를 들어, 중독과 같은 문제 행동의 경우 비난하고 배척하는 것보다는 바람직한 방향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로 인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더 낫다는 의미다.

또한, 개인적 선호도를 분명히 확립하기 위해, 교육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구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소년을 비롯해 아직 개인적 선호도가 확립되지 않은 경우라면, 각각의 장단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형식의 교육적 접근을 통해 자신의 성향과 기준을 확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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