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타투, 두피에 직접 인쇄하는 뇌파 측정 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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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타투 적용 방식 / 출처 : 'Cell Biomaterials'
e-타투 적용 방식 / 출처 : ‘Cell Biomaterials’

두피 문신처럼 전극을 인쇄해 뇌파를 측정할 수 있는 e-타투 기술이 등장했다. 뇌와 신경계에 발생하는 질환을 진단하기 위한 뇌파 측정 기술이 한결 더 간소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타투에 관한 내용은 국제 저널 「Cell Biomaterials」에 현지 시각 2일(월) 게재됐다.

기존 뇌파 측정의 한계 : 번거로움

뇌파(Electroencephalography, EEG)는 뇌의 전기적 활동을 파동 형태로 기록하는 방법이다. 뇌의 전기 신호를 측정해 뇌 기능과 상태를 알 수 있는 척도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뇌파는 신경계에 발생하는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법을 찾는 데 매우 중요하다. 

뇌파 측정은 뇌와 신경계에 발생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질환을 진단하는 데 널리 활용된다. 여기에는 간질(뇌전증) 등 발작성 질환부터 뇌에 발생한 물리적 손상은 물론, 뇌졸중이나 뇌종양, 알츠하이머와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이 해당한다. 또한, 정신건강과 수면 관련 문제도 포함된다.

뇌파 측정의 유용성은 다른 무엇보다 ‘비침습성’에 있다. 두피에 전극을 부착해 뇌의 전기적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환자에게 통증이 가해지거나 신체적 부담을 주지 않는다. 뇌의 활동을 실시간으로 살펴볼 수 있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패턴이 나타날 경우 즉각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비교적 간단하고 빠르게 실시할 수 있고,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다는 것 또한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준비 과정이 다소 번거롭다는 것이 단점이다. 환자의 두피에 여러 개의 전극을 부착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상당히 걸린다. 명확한 검사 결과를 위해 머리카락과 두피를 깨끗하게 해야 하므로, 자칫 실제 검사 시간에 비해 준비하는 과정의 시간이 더 걸리는 경우도 있다. 

뇌파 검사는 ‘편안한 상태’에서 진행돼야 하는데, 시간이 지체됨에 따라 환자 입장에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검사 결과에 영향을 줄 우려도 있다. 특히 긴장하거나 불안한 상태가 되면 뇌파에 변화가 생길 수 있으며, 이를 비정상적인 패턴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e-타투, 피부 표면의 신호를 추적

미국 텍사스 대학 오스틴 캠퍼스의 난슈 루(Nanshu Lu) 박사 연구팀은 ‘전자 문신’ 또는 ‘e-타투’라고 알려진 기술로 이 분야에 해결책을 제시했다. e-타투는 인간의 피부 표면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추적하는 소형 센서를 말한다.

루 박사와 그 연구팀은 e-타투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신체 다양한 부위에 적용해 성능을 테스트해왔다. 가슴 부위에서 심전도를 측정하기도 하고, 근육에 적용해 근육의 피로도를 측정하기도 했다. 심지어 겨드랑이 아래쪽에 e-타투를 적용해 땀 성분을 측정하려는 시도도 했다.

기존의 e-타투는 얇은 접착성 재료에 인쇄된 다음 피부로 옮겨지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는 털이 없는 부위에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루 박사에 따르면, “털이 있든 없든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이 분야의 발전 과제였다.

루 박사 연구팀은 전도성 폴리머 기반의 액체 잉크를 고안했다. 머리카락이 있어도 그것을 통과해 두피에 닿을 수 있고, 액체 성분이 건조된 뒤에는 얇은 필름 형태의 센서로 작동한다. 즉, 기존의 뇌파 측정 방식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이 된다.

원리는 간단하다. 컴퓨터 알고리즘을 사용해 뇌파 측정용 전극을 어디에 부착할 것인지를 정한 다음, 디지털로 제어되는 프린터를 사용해 해당 지점에 액체 잉크를 분사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기존 EEG 측정 방식에 비해 빠르고, 전극을 피부에 접촉시킬 필요도 없기 때문에 환자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4배 이상의 연결 안정성 유지

연구팀은 실제로 짧은 머리를 가진 참가자 5명을 모집해 두피에 e-타투 방식으로 전극을 인쇄했다. 정확한 비교 측정을 위해 e-타투가 적용된 곳 옆에 기존의 EEG 측정용 전극을 부착했다. 비교 결과, e-타투는 약간의 노이즈가 발생하긴 했지만 비교적 잘 작동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6시간이 지나자, 기존 EEG 측정용 전극에 발랐던 젤이 마르면서 피부와 접촉이 줄어들었다. 신호 감지 정확도가 떨어지며 약 3분의 1 이상의 신호 불량이 발생했다. 반면, e-타투로 인쇄한 전극은 최소 24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연결돼 지속적으로 신호를 보내왔다.

또한, 연구팀은 전극 인쇄 지점에서 목 부위까지 이어지는 ‘e-타투 케이블’을 인쇄했다. 이를 통해 기존 EEG 측정 검사에서 사용하던 전선을 간소화했다. 전극 부착 지점까지 이어져야 하는 전선을 목 부위까지만 연결하면 되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훨씬 부담이 덜어지는 것이다.

연구팀은 머리에 인쇄된 e-타투 사이에 짧은 전선을 연결해, 뇌파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소형 장치에 연결했다. 연구팀은 향후 무선 데이터 전송기를 내장하는 방식으로, 완전한 무선 방식으로 뇌파 측정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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