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 그 배당은 모두 미국으로?
미국계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가 한국에서 창출한 막대한 수익이 대부분 본사로 흘러가면서 국내 소비자들과 유통 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최근 발표된 실적 자료와 한국체인스토어협회 탈퇴 소식이 겹치며 코스트코의 사회적 책임 논란이 뜨겁다.
19일 공개된 코스트코코리아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3~2024 회계연도 동안 코스트코코리아는 영업이익 2,186억 원, 당기순이익 2,24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15.8%, 58.1% 증가하는 성과를 올렸다. 매출 역시 7.6% 증가한 6조 5,301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막대한 수익의 배분이다. 이번 회계연도 코스트코코리아의 배당 예정액은 1,500억 원으로 당기순이익의 67%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초과한 2,000억 원(배당 성향 141.2%) 배당금에 이어 또다시 고배당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코스트코코리아의 모든 지분을 보유한 미국 본사가 이 배당액을 모두 가져간다.
기부는 1%도 안 돼…한국 사회 기여 부족
높은 수익에도 코스트코코리아의 사회적 기여는 여전히 미흡하다. 이번 회계연도 코스트코코리아의 기부금은 12억 2,000만 원으로 전년(11억 8,000만 원)보다 3.5% 증가했지만, 이는 미국 본사로 보내는 배당액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처럼 적은 기부금은 과거에도 꾸준히 지적됐다. 직전 회계연도인 2022~2023년에도 코스트코코리아는 매출 6조 678억 원, 순이익 1,416억 원을 기록했지만, 기부금은 11억 8,0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오히려 8.1% 감소했다.
‘나홀로’ 행보…협회 탈퇴로 더 커진 논란
코스트코코리아는 국내 유통업계와의 상생 노력에도 미온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지난 5월 국내 최대 유통협회인 한국체인스토어협회를 돌연 탈퇴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대형마트와 중소 유통업체의 상생을 도모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단체다.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대형마트들은 지역 전통시장과의 상생을 위해 기부나 협약을 맺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코스트코는 이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평가가 있다. 코스트코코리아가 협회를 탈퇴한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미국 본사의 방침에 따른 결정이라는 의견이 많다.
코스트코코리아의 독자 행보는 이번 협회 탈퇴뿐만이 아니다.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월 2회 의무휴업 규제가 도입됐을 당시, 코스트코코리아는 이를 무시하고 영업을 지속하다 서울시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또한, 지난 1월 서초구와 한국체인스토어협회가 체결한 상생협약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협약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는 대신, 중소 유통업체와의 협력을 약속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그러나 코스트코는 논의에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번 코스트코 논란은 글로벌 기업이 국내 시장에서 거둔 이익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다시 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기업의 성장은 소비자와 지역사회와의 상생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코스트코코리아는 이제라도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유통업계와의 협력을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미국 본사 또한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현지화 전략과 상생 노력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은 단순히 ‘만만한 시장’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에게도 ‘책임’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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