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혈증 단일 치료제’ 후보물질 개발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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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혈증 치료제 후보물질 동물실험 결과 / 출처 :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홈페이지
패혈증 치료제 후보물질 동물실험 결과 / 출처 :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홈페이지

패혈증으로 인한 전신 염증 및 장기 손상을 완화할 수 있는 약물치료 후보물질이 개발됐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신경과 김치경 교수를 주축으로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과 (주)현텍엔바이오가 참여한 산·학·연 공동연구팀의 성과다.

다발성 장기 부전 유발할 수 있는 패혈증

패혈증(Sepsis)은 감염이 전신으로 퍼지면서 면역계가 과도하게 반응함으로써 발생한다. 신체 방어 기전인 염증이 지나치게 발생하면서, 염증 물질로 인해 혈관이 확장되고 혈압이 떨어진다. 산소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여러 장기가 손상되거나 기능을 상실하며 ‘패혈증 쇼크’를 유발할 수 있다.

패혈증의 발생 원인은 폐렴, 요로 감염, 복부 감염 등 세균에 의한 감염이 가장 일반적이다. 인플루엔자나 코로나19 등의 바이러스 감염도 포함된다. 만성 질환을 앓고 있거나 면역 억제 치료를 받고 있는 등의 이유로 면역력이 약해져 있는 경우 특히 패혈증 발생 위험이 높다. 

또한, 드물지만 감염이 없어도 패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 심한 외상이나 화상을 입었을 때, 그리고 수술 후에 나타나는 염증 반응이 그 예다. 특히 크고 복잡한 수술을 마친 환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패혈증 위험이 높다.

패혈증은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이어지는 원인이 되므로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감염균을 특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에 맞는 항생제를 조기 투여하는 방법, 혈압을 안정시키기 위해 수액을 투여하는 방법, 산소 공급을 통해 긴급 조치를 하는 방법 등이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패혈증을 근본적으로는 치료하기 위해서는 염증 반응을 조절해야 하지만, 이는 한계가 있는 방법이다. 염증 반응의 지나친 억제는 면역력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활성산소종(ROS)에 의한 산화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조절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산화 스트레스는 염증 반응 및 장기 손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신장에서 여과될 수 있는 나노 입자 복합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주로 항산화와 항염증 성능에 주목해왔다. 기존 약품들보다 항산화 및 항염증 성능이 뛰어난 무기 나노입자들이 치료제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이들은 근본적으로 금속이기 때문에, 체내에 축적될 경우 독성을 띌 수 있어 임상에서의 사용이 제한됐다.

이에 김치경 교수를 비롯한 공동연구팀은 새로운 치료 후보물질로 ‘세륨-DTPA 복합체’를 개발했다. 지나친 염증 반응을 완화하면서 체외 배출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존 후보들의 한계였던 체내 축적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세륨-DTPA 복합체는 신장을 통해 배출할 수 있는 나노 입자를 형성, 세륨 이온이 체내에서 누출되는 것을 방지했다. 세륨(Cerium)은 희토류 금속의 일종으로 항산화 작용을 통해 세포를 보호하지만, 체내 축적될 경우 세포 손상 및 염증 반응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에 누출되지 않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철 이온과 DTPA가 결합한 복합체를 함께 적용해 항산화 및 항염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철 이온은 ROS 제거에 기여하며, DTPA는 철 이온을 안정화시켜 과도한 산화 스트레스를 막는다. 또한, 염증 물질의 생성을 억제하고 염증 매개체의 활성화를 감소시켜 염증 완화에도 기여한다. 

기존 치료제 후보들이 임상에서 사용할 수 없었던 원인이 체내 축적이었던 만큼, 이 부분을 거듭 확인했다. 세륨-DTPA 복합체는 나노 입자로 형성되며, 기능을 수행한 뒤 체내 대사를 통해 신장으로 이동한다. 나노 입자는 신장의 여과 기능을 통해 배출될 수 있을 만큼 작은 크기이므로, 복합체의 안정성이 유지되는 한 체내에 남을 우려가 없다.

패혈증 단일 치료제 가능성 확인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이 복합체를 활용한 치료제의 효과를 확인했다. 패혈증을 유발시킨 실험 쥐의 혈관에 치료제를 주사한 결과, 염증 물질인 사이토카인의 과도한 발현이 감소했다. 간, 비장, 신장의 장기 손상이 완화됐으며, 치료제를 투여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생존율이 약 5배 증가함을 확인했다.

김치경 교수는 “패혈증은 전신 염증 반응으로, 아직 단일 치료 약물이 없어 동시 다발적 조치를 통해 치료가 이루어지지만, 그 효율성이 낮아 치료제 개발이 필요하다”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패혈증 치료 후보물질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단일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주)현텍앤바이오의 소민 CTO는 “나노 의약품의 상업화를 위해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이번 연구 성과를 평했다. 그는 “기존 나노의학의 당면 과제였던 ‘장기간 독성’에 대한 해결법을 제시했으며, 향후 대량생산과 임상시험을 통해 패혈증 치료제 승인을 달성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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