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후 시야장애, ‘디지털 치료제’ 처방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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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드 브레인 사용법과 치료효과를 설명하고 있는 강동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 출처 : 서울아산병원
비비드 브레인 사용법과 치료효과를 설명하고 있는 강동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 출처 : 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이 뇌졸중으로 인한 시야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최근 디지털 치료제 ‘비비드 브레인(vivid brain)’ 정식 처방을 시작했다.

비비드 브레인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강동화 교수가 개발했다. 시각 자극에 대한 반복적 학습 훈련을 통해 ‘시각정보 인식능력’을 향상시키는 ‘시야장애 디지털 치료제’다. 가상현실(VR)에 기반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구현해, 언제 어디서든 학습 훈련을 할 수 있다.

비비드 브레인은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았으며, 6월 보건복지부 고시를 통해 의료현장에서 처방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승인된 디지털 치료제 사례로는 세 번째다. 

뇌졸중 후유증, 명확한 치료법 없어

시야장애는 뇌졸중 환자의 약 20%가 경험하는 후유증이다. 시각피질인 ‘후두엽’이 손상돼, 시각 정보의 일부를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특정 방향이나 영역에서 아예 시각 인지를 하지 못하는 상태로, 예를 들어 뇌 오른쪽 부위에 뇌졸중을 경험한 경우 왼쪽 시야가 보이지 않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밖에 두 개의 이미지가 겹쳐서 보이는 ‘복시’ 증상이 나타나거나, 특정 장소에 물체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시각 인지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운전, 독서 등 일상적인 활동에 큰 불편을 느끼게 되며,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에 사고 위험도 높아진다. 뇌 손상이 원인이 되므로 명확한 치료법은 없는 상황이었다.

뇌 가소성을 촉진하는 치료법

강동화 교수는 지난 9월 12일(목) 뇌졸중 후유증으로 시야장애를 앓고 있는 50대 여성 환자에게 첫 비비드 브레인 처방을 진행했다. 환자는 12주에 걸쳐 VR기기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시지각 학습 훈련을 지속함으로써 손상된 시각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치료받게 된다.

이는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나 학습 훈련을 시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VR기기를 착용하고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한 후, 화면에 나타나는 과제를 보며 조이스틱을 누르는 방식이다. 시각 자극에 대한 지각능력을 꾸준히 학습하면서 시야 민감도를 향상시키고, ‘뇌 가소성’을 촉진시켜 뇌졸중이 발생한 부위 주변의 뇌를 깨운다는 개념이다.

개인 맞춤형 훈련 및 원격 피드백 제공

비비드 브레인은 먼저 시지각 평가 과정을 거쳐 어느 부위를 훈련시켜야 하는지를 찾는다. 환자마다 시야장애 양상과 패턴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학습 훈련 성적에 따라 자동적으로 난이도를 조정하도록 프로그래밍돼 있어, 환자 상태에 따른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

사용자들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학습 훈련 결과를 즉각 확인할 수 있다. 주기적으로 평가를 진행해 시각 기능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원격 모니터링을 통해 훈련 진척도에 따른 전문가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다.

안전성과 잠재력 갖춘 디지털 치료기술

강동화 교수는 직접 창업한 디지털 치료기기 전문기업 뉴냅스와 함께 지난 2022년 10월부터 10개월에 걸쳐 10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비비드 브레인을 통해 환자들의 ‘시야 민감도’가 유의미하게 호전됐음을 입증한 바 있다.

이후 식약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았으며,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심의를 받았다. 뇌졸중으로 인한 시야장애 개선에 대해 ‘안전하고 잠재성 있는 혁신의료기술’로 평가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6월 보건복지부 고시가 발령됐으며, 의료 현장에서 처방할 수 있게 돼 이번 첫 처방 사례를 남겼다.

강동화 교수는 “다른 국내 병원에서도 비비드 브레인 처방이 진행될 예정이며, 해외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라며 “비비드 브레인이 전 세계 시야장애 치료의 표준으로 자리잡아, 많은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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