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20㎞씩 걸어도 약 8개월이 걸리는 초장거리 걷기 여행길이 국내에 새롭게 마련됐다. 대한민국의 외곽을 연결한 총 길이 4544㎞의 ‘코리아둘레길’이 이달 완전 개통됐다.
동해와 서해, 남해는 물론 북쪽 비무장지대(DMZ) 인근 지역까지 아우르는 이 걷기 여행길이 완성된 건 2009년 최초 계획 발표 이후 15년 만의 일이다.
코리아둘레길 조성은 한국에도 세계적인 걷기 여행길을 만들겠다는 포부에서 출발했다. 2009년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2016년 동해안의 ‘해파랑길’을 시작으로, 2020년 남해안의 ‘남파랑길’, 2022년 서해안의 ‘서해랑길’이 순차적으로 개통됐다. 그리고 올해 9월 마지막 코스인 북쪽 ‘DMZ 평화의 길’이 개통되면서 국토의 4면을 연결하는 코스가 완성됐다.
총 4544㎞의 코리아둘레길은 규모 면에서 해외 유명 트레킹 코스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적인 걷기 여행길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랑스 길’(약 800㎞)의 5배 이상이며, 미국의 ‘애팔래치안 트레일’(약 3500㎞)과 뉴질랜드의 ‘테 아라로아 트레일’(약 3000㎞)보다도 길다.
코리아둘레길은 단순한 장거리 걷기 코스에 그치지 않고, 세계적인 걷기 여행 브랜드를 육성하며 지역 발전도 도모하기 위해 추진된 범정부 프로젝트다. 서울, 제주 등 특정 도시만 방문하는 관광객을 넘어 ‘대한민국 구석구석 끝까지 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연간 550만 명이 코리아둘레길을 이용할 경우 약 7200억 원의 경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상건 한국관광공사 레저관광팀장은 “전국을 잇는 코리아둘레길은 자연과 지역 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새로운 여행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자연과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걷기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전국 단위의 걷기 여행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각 코스마다 독특한 매력을 지닌 코리아둘레길은 2016년 개통한 해파랑길이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까지 이어지는 총 50개 구간, 750㎞ 길이로, 이용자 만족도가 97%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파랑길(2020년 개통)은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전라남도 해남 땅끝마을까지 이어지는 90개 구간, 1470㎞ 길이로, 아름다운 해안경관과 소박한 마을의 매력으로 이용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서해랑길(2022년 개통)은 전라남도 해남 땅끝탑에서 인천 강화도까지 이어지는 109개 구간, 1800㎞ 길이로, 수도권과의 접근성도 좋다.
가장 최근에 개통된 북쪽 ‘DMZ 평화의 길’은 분단의 상징인 DMZ를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코스다. 이 길은 ‘횡단노선’과 ‘테마노선’으로 나뉘며, 횡단노선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지만, 테마노선은 군사·안보 지역을 포함해 단체 투어만 가능하다.
코리아둘레길의 완전 개통에 맞춰 다양한 기념 이벤트도 진행되고 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토 종주 릴레이 캠페인은 11월 30일까지 이어지며, 코리아둘레길 구간 중 한 곳을 걷고 인증하면 추첨을 통해 트레킹 세트를 경품으로 제공한다. ‘추천 45선 인증 이벤트’도 12월까지 진행된다.
정재은 한국관광공사 레저관광팀 차장은 “코리아둘레길 전 구간 완주 시 기념품과 함께 사진, 완주자 명단을 앱에 등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코리아둘레길이 매력적인 관광 코스가 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인프라와 서비스 확충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조언도 있다. 특히 부족한 이정표와 휴식 공간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현재 29개 쉼터가 운영되고 있으나, 4500㎞가 넘는 코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각 지자체와 협력해 내년까지 50개로 늘릴 계획이다.
또 여행 상품 구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여행업계에서는 유명 관광지와 연계한 상품만으로는 코리아둘레길이 ‘끼워팔기용’ 콘텐츠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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