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여성 발견 후 황령산으로 데려간 남성
만취한 여성을 테이프로 묶고 강제 키스했다가 혀가 잘리자 되려 ‘상해죄’로 여성을 신고한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사연은 4년 전 오늘로 거슬러 올라간다. 20대 여성 A 씨는 2020년 7월 19일 새벽, 술에 취해 부산 서면 번화가 길거리에 앉아 있었다. 이 모습을 본 30대 남성 B 씨는 “집이 어디냐, 태워 주겠다”며 A 씨에게 접근했다.
택시 기사로 착각한 A 씨는 “000동”이라며 차에 올라탔고 B 씨는 차를 돌려 000동이 아닌 6㎞가량 떨어진 연제구 황령산으로 향했다.
B 씨의 차량이 황령산 산길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 25분께. 새벽 운동시간, 출근 시간이 지난 관계로 지나가는 사람은 물론 차량도 뜸했다.
B 씨는 조수석에 잠들어 있는 A 씨를 두고 인근 편의점으로 가 청 테이프와 소주, 콘돔을 구매해 다시 돌아왔고 A 씨 몸을 청 테이프로 묶은 뒤 강제 키스를 시도했다.
이상한 느낌에 깜짝 놀란 A 씨는 B 씨의 혀를 깨물었다. 무의식적으로 방어본능이 발휘된 것. 혀끝 3㎝가량이 떨어져 나간 B 씨는 피를 흘리면서 인근 경찰 지구대를 찾아갔다.
그는 “저 X가 내 혀를 잘랐다”며 되려 A 씨를 중상해죄로 신고했다. 얼마 뒤 A 씨도 B 씨를 ‘강간 치상’ 혐의로 맞고소했다.
이후 B 씨는 경찰 조사 때 “편의점에서 음료수, 소주, 청 테이프 외 다른 물건을 구입한 적 없다”며 발뺌했다.
혀 잘리자 상해죄 신고했으나 법원은 무혐의 처분
그러나 경찰은 차량 블랙박스, 서면에서 황령산까지 설치된 CCTV, 편의점 CCTV 등을 살핀 결과 A 씨가 만취해 몸을 가누지 못한 상태, B 씨의 콘돔 구매 사실, 혀를 문 A 씨가 놀라 황급히 차 밖으로 달아나는 장면을 포착했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B 씨가 A 씨를 상대로 성폭행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2020년 11월 2일 정당방위 심사위원회를 열고 A 씨의 행위가 ‘과잉방어’이지만 형법 제21조 제3항 “공포를 느끼는 상황에서 당황해 이뤄진 행위는 벌할 수 없다”를 적용해 불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로 사건을 넘겼다.
부산 동부지검은 “A 씨가 혀를 깨문 것은 자기 신체와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벗어나기 위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며 2021년 2월 4일 A 씨에 대해 무혐의(중상해죄) 처분을 내렸다.
반면 B 씨를 강간치상 및 감금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2021년 8월 3일 부산지법 동부지원 제1형사부(부장 염경호)는 기소 내용을 모두 인정하고 B 씨에게 징역 3년 형을 선고했다.
더불어 4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에 3년간 취업 제한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B는 피해자가 혀를 깨물어 저항하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며 “피해자와 몸싸움하면서 상해를 입혔고 범행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 죄질이 나쁘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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