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 대신 전해진 홍명보 감독 내정 소식에 분노한 바그너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를 비롯한 축구협회 관계자를 만난 다비드 바그너 전 노리치 시티 감독이 홍명보 선임 소식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지난 8일 홍명보 울산HD 감독의 A대표팀 감독 선임을 발표한 이 이사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직접 선임 과정을 브리핑했다.
브리핑에 따르면 이 이사를 필두로 한 축구협회 관계자들은 지난 4일 오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힐튼 호텔로 향해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 최종 후보자인 바그너 감독과 만났다. 3시간가량 대면 면접을 마친 협회 관계자들은 곧바로 한국으로 향했다.
이후 지난 5일 밤 11시께 홍명보 감독과 접촉해 설득했고 이틀 뒤 홍명보 감독의 내정 소식이 전해졌다는 것이 이 이사의 브리핑 과정에서 나온 내용이다. 결국 돌고 돌아 홍 감독을 선임할 것이었다면 유럽 출장은 왜 강행한 것일까 의문이 남는다.
이와 관련해 브리핑이 끝난 오후 축구 관계자를 만난 스포츠조선은 유럽 미팅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9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바그너 감독은 이 이사를 필두로 한 축구협회 협상팀에 좋은 인상과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즉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자신이 잡게 될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바그너 감독은 미팅에서 연봉과 축협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내 상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어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축협과의 미팅도 아주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한다. 먼저 한국 감독직에 관심을 보였던 바그너 감독은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 만날 중동 팀들에 대한 대처법 등의 내용이 담긴 50페이지가 넘는 프레젠테이션을 직접 준비했다.
황당함, 실망감을 넘어서 불쾌감을 드러낸 바그너 감독
어떻게 경기를 운영할 것이며 훈련 프로그램을 어떻게 짤 것인지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게임 모델, 훈련 모델 영상도 제시하며 이 이사에게 어필했다.
미팅을 마친 바그너 감독은 이 이사 측에게 조건을 전달한 뒤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렸다고 한다. 그러나 협회로부터 연락을 받는 대신 7일 오후 홍 감독의 내정 소식을 전달받았다.
바그너 감독은 황당함, 실망감을 넘어서 불쾌함을 보였다고 한다. 그는 “우리가 선임되지 않을 수 있지만 후보자에게 사전 통보 없이 다른 감독 선임을 발표하는 경우가 어디 있냐”고 발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그너 감독의 에이전트는 위르겐 클롭 전 리버풀 감독의 에이전트이기도 한 마크 코시케다.
특히 유럽 출장길에서 돌아온 이 이사를 비롯한 축구협회 관계자들이 귀국 후 전력강화위원회를 소집하는 것이 아닌 늦은 밤 홍 감독 집을 찾아간 것을 두고 외국인 후보자들에 대한 꼼꼼한 검증이 없었던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 다수의 축구인들은 이 이사의 유럽 출장이 결론적으로 요식행위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를 두고 국내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유명 에이전트를 척지는 것은 미래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모든 일에는 절차가 있는데 이건 명확한 축구협회의 실수”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한편 홍 감독은 2년 뒤인 북중미 월드컵을 넘어 이듬해 아시안컵까지 임기를 보장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인 코치 2명 합류에 연봉도 외국인 수준으로 받을 예정이다. 홍 감독은 울산 구단과 협의해 대표팀 부임 시점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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