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치료하는 개미의 행동 포착
개미가 다리를 다친 동료 개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상처를 진단하고, 감염 우려가 큰 다리를 선택적으로 절단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연구진은 인간 외 다른 동물에서 이런 정밀한 수술 치료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에릭 프랭크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진은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를 통해 플로리다 왕개미(Camponotus floridanus)의 치료 행동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플로리다 왕개미가 동료 개미의 다친 다리를 진단 후 소독하거나 절단하는 등 정교하게 치료하는 행동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치료 효과를 실험적으로 테스트한 결과 치료받은 개미의 생존율이 치료받지 못한 개미보다 월등히 높았다며 이처럼 상처를 체계적으로 진단해 절단 치료를 하는 사례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개미의 상처 치료 행동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프랭크 교수진은 지난해 스위스 로잔대 연구진과 공동으로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에 사는 마타벨레 개미(Megaponera analis)가 상처의 감염 여부를 구분해 체내 분비 항생물질로 치료하는 것을 보고한 바 있다.
그러나 항생물질 분비샘이 없는 플로리다 왕개미는 상처를 진단한 다음 입으로 상처 부위를 세척하거나 세척 후 다리를 완전히 절단하는 치료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연구에서 개미가 대퇴골 열상과 정강이에 열상을 입은 경우 동료 개미들이 어떻게 치료하는지 관찰하고, 각 치료법의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개미들은 대퇴골 열상의 경우에는 모두 상처 부위 세척 후 다리를 입으로 씹어 완전히 절단했으나, 정강이뼈 부상은 상처 부위를 입으로 세척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치료를 받은 개미는 모두 치료받지 못한 개미보다 생존율이 훨씬 높았다.
대퇴골 부상 후 다리가 절단된 개미는 90~95%가 생존했고, 정강이뼈 부상 후 세척 치료만 받은 개미는 75%의 생존율을 보였다. 치료받지 않은 개미의 생존율은 대퇴골 부상 40%, 정강이뼈 부상 15% 미만이었다.
연구진은 상처에 따라 다른 치료법을 쓰는 것은 감염 위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퇴골은 마이크로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대부분 근육 조직으로 돼 있어 혈액(혈림프)을 몸체로 밀어 보내는 역할을 하지만 정강이뼈 부분에는 근육 조직이 거의 없어 혈액 순환에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랭크 교수는 “대퇴골을 다치면 근육 손상으로 혈액 순환이 느려져 병원체가 혈액을 타고 몸으로 퍼질 위험이 적지만, 정강이뼈를 다치면 혈림프 흐름이 느려지지 않아 병원체가 더 빨리 체내에 침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정강이뼈 부상 때 다리를 절단하는 게 적절한 치료법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다리 절단에 최소 40분 이상이 걸린다는 점이라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실험 결과 정강이 부상의 경우 즉각 다리를 절단하지 않으면 생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랭크 박사는 “개미가 상처를 진단하고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치료하는 것은 인간에 필적할 수 있는 유일한 의료 체계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치료 행동의 정교한 특성을 고려할 때 개미들이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미의 행동은 나이에 따라 변하지만 치료 행동 학습에 대한 증거가 없는 점을 볼 때 이 모든 것은 타고난 행동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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