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미스터리… 전문가들마저 “상식 거스르는 기이한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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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직원이 골드바를 정리하고 있다. / 뉴스1

금값이 정말 ‘금값’이 됐다.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시장에선 이례적이란 말이 나온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국제 거래소에 따르면 9일 오전 9시 기준 선물(6월물)의 가격은 1트로이온스(약 31.10g)당 전날보다 0.29% 오른 2357.85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전날 종가는 2330.20달러. 지난 1월 1일(종가 기준 2072.90달러)과 견줘 12.4%나 급등한 수치다.

국내 금값도 상승세이긴 마찬가지. 이날 오전 9시 기준 한국표준금거래소에 따르면 3.75g 24K 순금의 시세는 전일보다 2000원 상승했다. 살 때는 43만1000원, 팔 때는 38만1000원이다.

금 가격은 지난 3일부터 줄곧 상승세를 보인다. 살 때를 기준으로 3일 가격이 42만1000원, 4일 가격이 42만3000원, 5일 가격이 42만2000원, 6일 가격이 43만원이다.

금은 대표적 안전자산이다. 금리가 하락하면 오르는 것이 대체적인 경향이다. 그런데 요즘 금값은 미스터리로 여겨질 정도로 이상하게 오르고 있다. 금값은 지난달 초부터 급등해 지금까지 14% 올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요국이 정책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며 실질금리가 뛰고 달러 가치가 고공 행진함에도 전례 없는 상승폭을 기록하고 있다.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지정학적 긴장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몇 년 전부터 진행됐던 까닭에 금값 급등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으로 올랐을 가능성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한 달 전보다 훨씬 불투명해졌기에 역시 금값 급등을 설명할 재료로 볼 수 없다. 각국 중앙은행이 금을 경쟁적으로 매입하는 것도 아니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 구매량이 지난 1, 2월 전년 동기보다 43%나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블룸버그통신은 노련한 전문가들조차 금값 급등에 대한 명쾌한 해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한 바 있다. ETF 스토어의 네이트 제라시 대표는 “이는(최근 금값 급등은) ETF 시장에서 본 것 중 가장 기이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체 이유가 뭘까. 여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먼저 금값이 장기간 우상향하면서 금에 대한 분산 투자 매력도가 올라갔을 수 있다. 인플레이션 지속과 미국 경제의 경착륙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금 투자자들이 금을 사들였을 수도 있다. 세계 76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슈퍼 선거의 해’가 도래하고 중동 전쟁 확전 우려가 이는 등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하는 점도 여러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아시아, 아프리카 광산 등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금 채굴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금값 급등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더라도 여전히 높은 금리 상황에서 진행되는 금값 랠리는 일반의 상식을 거스르는 것임에 분명하다.

금 자료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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