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 안창호 선생의 외손자 필립 안 커디 씨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의 흥행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커디 씨는 지난 15일 미주 한국일보 인터넷판에 기고한 ‘도산 안창호와 이승만’이라는 글에서 “이 전 대통령이 1890년대 독립협회 시절부터 도산과 우리 가족에게 어려움을 끼쳤다”고 반발했다. 또 그는 이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도산의 측근이나 가족들이 한국에 방문하지 못하도록 막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 전 대통령은 독립운동가 시절 대한의 이익 보다는 이기적인 권력욕을 품은 지도자였다고 고발함과 동시에, 동지회를 만들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기금을 횡령하고, 상하이 지역 독립운동을 위해 모아진 자금을 빼앗았다고 언급했다.
커디 씨는“재미한족연합회는 어떻게 이승만이 독립운동을 방해했는가에 대한 많은 공식 리포트를 남겼다”라며 “내가 기부한 이 문서들은 현재 한국 독립기념관과 하와이 대학에 보관 중이다. 나는 이 외에도 이 전 대통령의 부정적인 리더십에 대해 원본들을 아직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925년 이 전 대통령은 미국에 거짓된 보고서를 제출해 도산이 시카고에서 체포되도록 한 일이 있다. 도산이 볼셰비키(공산주의자)라고 허위로 신고했고 대한인국민회와 흥사단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반미세력이라고 주장했다”며 “이 전 대통령과 동지회의 이런 주장은 1932년 홍커우 공원에서 일어난 윤봉길의 폭탄사건 이후 상하이에서 체포된 도산의 처지를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외에도 커디 씨는 1949년 김구 선생의 암살 당시, 도산의 가족은 이 전 대통령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으며”이승만을 옆에서 본 도산과 우리 가족이 알고 있는 역사는 현재 한국 미디어(건국전쟁)에서 나오는 이야기들과 사뭇 다르다”고 덧붙였다.
커디 씨는 “나의 할아버지(도산 안창호 선생)은 일제 식민주의자들에게 체포, 감금, 고문을 당한 끝에 죽음을 맞았다”라며 “왜곡된 역사를 사실처럼 믿고 있는 일부 한국인과 한국계 미국인들의 인식이 안타까울 따름이다”라며 말을 마쳤다.
커디 씨의 이 같은 주장은 최근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의 흥행으로 인해 이 전 대통령의 재평가를 우려한 것으로 여겨진다.
영화 ‘건국전쟁’은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이 전 대통령의 청년기와 개인 업적을 중심으로 건국사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건국전쟁’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나흘 간의 설 연휴 기간 동안 23만 6441명이 관람해 손익분기점 약 20만 명을 가볍게 넘어섰다.
여당인 국민의힘 역시 선거철을 앞두고 당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위해 ‘건국전쟁’ 관람 인증을 올리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동 한 극장에서 ‘건국전쟁’을 보고 기자들과 만나 “그분(이 전 대통령)의 모든 게 미화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굉장히 중요한 시대적 결단이 있었고, 그 결단에 대해 충분히 곱씹어 봐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2017년 자유한국당 시절 홍준표 당시 대표의 결정으로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등 3명의 전직 대통령 사진을 당사에 걸었다.
당시 홍 대표는 사진을 당사에 건 이유로 “각각 건국의 아버지, 조국 근대화의 아버지, 민주화의 아버지”라며”지난 70년동안 이 땅을 지켜온 건 보수우파 세력이다. 우리 보수우파 세력이 한국을 건국하고 조국을 근대화하고 문민정부를 탄생시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