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공간을 마주하자마자
들었던 감정은 막막함이었다.
어떻게 배치해야 할지,
무엇을 사야 할지,
이게 나에게 정말 맞는 건지
제발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오늘, 집꾸미기는 자취 선배님을 모셔보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교직 10년 차, 자취 4년 차로 이제 막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는데 색깔을 찾아가고 있는 인테리어 새내기랍니다. 처음에는 넓고 수납이 잘 되는 게 최고라는 생각에 저만의 색깔을 표현하기에는 많이 서툴렀어요. 하지만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며 작은 소품이라도 뭔가 새로운 걸 구입해야 할 때면 직접 도면에 그려도 보고 사진을 캡처해서 가상으로 배치를 해보는 등 며칠이고 지겹도록 고민하다 보니 지금의 공간이 되었어요. 지금부터 조금씩 제 공간을 소개 드리고자 합니다.
자취 4년 차의 인테리어 꿀팁,
먼저 듣고 갈 수 있을까요?
본인의 생활 패턴에 맞춰 동선을 짜고 가구를 배치하는 게 가장 기본적인 팁인 것 같아요! 우선 공간에 따른 큰 가구를 먼저 배치하고 해당 가구와 조화로운 색감의 가구 및 소품을 골라 맞춰나가면 좋아요. 그리고 포인트로 원색이나 다양한 패턴의 소품을 넣어주면 센스만점 인테리어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소소한 팁을 두 개만 설명해 볼까 해요.
(1) 못질을 하지 못한다면
저처럼 벽에 마음대로 못질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블루텍이나 실리콘 테이프를 추천드려요. 마스킹 테이프는 순간 붙였다 떼는 건 괜찮은데 오랜 시간 붙여두면 끈적이가 남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고요. 그래서 벽에 붙이는 엽서는 무조건 블루텍으로 써요. 떨어지지도 않고 4년 동안 굳어지지도 않아서 안심하고 사용하고 있답니다.
(2) 천장에 무언가 달아야 한다면
그리고 천장에 뭔가를 달아야 할 때에는 실리콘 테이프를 사용해요. 물론 이건 제거하실 때 꼭 90도로 비틀어서 떼어내주셔야 벽지 손상이 없다는 것!
그 외 무거운 소품은 역시 꼭꼬핀이 진리입니다. 근데 꼭꼬핀도 소품에 따라서 너무 휘어서 좀 불안할 때가 있잖아요? 그때는 꼭꼬핀의 플라스틱 판과 핀 사이에 두꺼운 종이 같은 걸 작게 접어 끼워 넣어주셔서 기울지 않게 맞춰주시면 훨씬 벽지에 가해지는 부담이 덜하답니다.
지금 살고 계신 집은 어떤 공간인가요?
제가 살고 있는 이 집은 6평 오피스텔입니다. 첫 자취를 했던 오피스텔은 풀옵션 오피스텔로 서랍장과 옷장까지 모두 짜여 있었어요. 수납장이 많아 정리하기에는 베스트였지만, 수납장의 포인트 색깔이 녹색인데다 이리저리 가구 배치를 바꿀 수가 없으니 저만의 공간을 꾸미기에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엔 평수는 비슷하지만 최소한의 필요 옵션만을 갖춘 공간과 창밖 공원 뷰를 보고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널찍한 주차장과 직장과의 가까운 점도 한몫했죠.
그럼 호수 뷰에 반해서 입주하게 되신 건가요?
네, 게다가 신축 오피스텔이라 밝은 오트밀 색깔의 벽지와 연한 색의 바닥재가 어떤 가구와도 매치가 될 것 같았어요. 따로 꾸미거나 신경 쓰지 않아도 깔끔하게 생활이 가능했거든요.
사실 무엇보다 펜트리 옷장이 가장 인상적이었죠. 공간 차지를 하지 않으면서도 옷 외에도 여러 물품을 보이지 않게 보관하기에 최적이었거든요.
BEFORE
AFTER
6평 원룸에 살고 계시는데요.
구조는 어떻게 배치하셨나요?
처음엔 좁을 평수 때문에 벽 쪽으로 최대한 모든 가구를 배치하여 중앙을 넓게 사용했어요. 그래야 현관에서 보이는 공간이 탁 틔어서 방이 넓어 보일 것 같았거든요.
근데 2,3년 계속 살다 보니 옷도 점점 늘어나고 필요한 물품들과 취미용 식물들이 하나씩 더해지더라고요. 집이 북서향이라 그림자 없이 창가 쪽에 식물들을 배치해야 했고, 높은 옷장을 추가로 집어넣기 위해서는 배치를 바꿔야 했어요. 그 결과가 지금의 구조입니다.
벽 쪽으로 붙여둔 TV를 공간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아주 도전적으로 배치했어요. 너무 좁아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공간이 정확히 분리되니 오히려 가구를 배치하기가 편하더라고요. 공간을 색종이 접기처럼 4등분 해서 창가 쪽은 식물과 침대, 안쪽은 TV와 화장대를 배치하여 각각의 컨셉으로 공간을 분리하였어요.
그럼 인테리어 컨셉도 설명해 주시겠어요?
정확한 컨셉이 있었다기보다는 늘어가는 식물들에게 햇빛을 보여주기 위한 게 가장 컸어요. 식물 욕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눈에 띄면 사 오는데 막상 사 와서 키우다 보면 조그마했던 식물들이 빠르게 커가는 거죠. 그럼 더 큰 화분으로 분갈이를 하며 차지하는 공간도 덩달아 커져서 더 이상 창틀에 둘 수가 없게 되더라고요.
그렇다고 방 안쪽으로 옮기자니 북향이라 해가 깊이 들어오지 않아 시들시들해져서 너무 속상했어요. 그래서 식물들에게 햇빛을 듬뿍 주고자 창가 쪽 공간을 최대화할 수 있는 컨셉으로 가구를 배치했습니다.
나만의 공간 분리법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공간은 거실이네요.
거실에서 보통 많은 시간을 보내시죠?
네,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서 좌식으로 앉아 작업을 하거나, TV의 큰 화면을 보며 밥을 먹고 싶은 날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카펫과 좌식 의자만은 포기할 수 없었어요. 겨울날 카펫은 정말 난방비를 아낄 수 있는 최고의 아이템이에요. 제가 먼지 알레르기가 있어서 사실 카펫을 두는 것에 고민을 많이 했지만, 요즘은 저가의 카펫도 잘 나와서 그런지 먼지 날림도 없고 쉽게 망가지지도 않아요. 무엇보다 한겨울에 난방을 켜지 않아도 따뜻한 발바닥은 포기할 수 없죠.
TV 배치가 정말 독특한데요?
원래는 TV를 벽 쪽에 붙여서 침대에 누워 볼 수 있도록 했었는데 생활하다 보니 제 생각만큼 누워서 TV를 보는 일이 많이 없더라고요. 오히려 침대에서는 휴대폰이나 아이패드를 더 많이 사용해서 6평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과감히 TV를 침대로부터 돌려버렸습니다. 공간 배치에는 자신의 생활패턴이 어떤 지를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TV 뒤편으로는 식물원처럼 꾸미셨네요!
거실을 꾸미며 사실 가장 신경을 쓴 건 쑥쑥 커가는 식물들 때문에 공간 확보가 필요한 점이었어요. 덩그러니 공간 한복판에 식물을 두기보다는 이렇게 TV로 공간을 분리하면 TV 앞쪽으로도 뒤쪽으로도 추가 공간이 생기니까요. 덕분에 TV 앞쪽은 작업 및 휴식 공간, 뒤쪽은 오로지 식물을 두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식물 집사의 미니 식물원
미니 식물원도 소개해 주시겠어요?
정말 이 공간은 식물들을 위해 자리를 양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아요. 사람 살기도 좁은 집에 식물을 위해서라니! 왜들 ‘식집사’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아요. 사실 북서향의 집에서 이렇게 식물을 잔뜩 쑥쑥 키우기가 쉽지 않다고들 하는데 너무 고맙게도 아직까지 죽은 아이들은 없어요. 오히려 너무 자라서 가지치기한 녀석들을 물꽂이로 늘려가고 있죠. 이제 또 봄이라서 올해는 얼마나 자랄지 두렵습니다.
저는 식물 키우기가 세상에서 제일 어렵더라고요.
혹시 식물을 잘 키우는 노하우가 있나요?
식물 잘 키우는 팁이라면 주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물 주기 빈도인 것 같아요. 저는 딱히 빈도를 정해두지 않아요. 손가락 하나면 되거든요. 무조건 손가락을 흙에 넣어봐요. 한마디 정도 넣었을 때 손톱 안에 낀 흙들이 거의 없다 하면 그때 듬뿍 줘요.
그리고 평소 물 주실 때, 수돗물을 바로 주시지 마시고 이틀 정도 놓아두었다가 주세요. 안 그러면 수돗물의 성분이 화분의 숨구멍을 막거든요. 저는 다 먹은 생수병 3개에 수돗물을 받아두었다가 사용해요. 말은 못 하지만 돌본 만큼 새잎을 내주는 걸 보면 고맙다고 얘기해 주는 것 같아 혼자 가끔 감동 먹기도 한답니다.
어쩐지 식물들이 생기가 도네요!
하엽 지거나 웃자라는 아이들은 바로바로 잘라내주고, 분갈이 후 일주일 후부터는 영양제는 필수로 주는 편이거든요. 벌레가 생겼을 땐 그 부분은 싹 다 잘라내주시고, 그냥 욕실로 데려가셔서 샤워기로 힘차게 씻어내 주신 후, 비오킬을 한번 잎과 흙에 뿌려주시면 다시 새잎이 마구 돋아난답니다.
햇살이 내리쬐는 휴식처
식물원 맞은편 창가에는 침대가 있네요.
TV처럼 침대도 배치를 바꿔볼까 여러 번 고민했지만 역시 침대에 누워서 식물과 창밖 하늘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는 건 힐링 그 자체잖아요. 그래서 침대는 창가 쪽에 그대로 두었습니다. 북서향이라 오후 4시쯤 햇빛이 쫘악 내리쬐어오면 조금 힘들긴 하지만 침대에서 벗어나서 보면 사진처럼 분위기 있답니다!
창가에 침대를 놓으면 불편한 점은 없으신가요?
이전 오피스텔에 살 때에는 벽에 딱 붙여서 침대를 배치했는데 이사할 때 보니 그 부분이 누렇게 변색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겨울 외풍 때문에 추운 감도 있고 곰팡이도 방지할 겸 통풍을 위해 창가로부터 공간을 조금 두고 침대를 배치했어요.
그리고 그 사이에는 트롤리를 두고 넣었다 뺐다 청소도 편하게 하고 식물과 필요 물품들을 올려놓을 수 있도록 했어요. 저렇게 큰 액자를 두면 바람막이 역할을 해주는지 조금은 덜 춥더라고요.
침구도 정말 예쁜 걸 쓰시네요!
침구는 방의 분위기를 바꾸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색깔만 바꾸어도 방의 분위기와 온도가 확확 달라지는 듯한 착각이 들거든요. 여름에는 푸르게 시원한 색깔로, 봄과 겨울에는 베이지의 따뜻한 색감으로 침구를 바꾸는 재미도 있답니다.
침실 공간에서 가장 아끼시는 아이템은 어떤 걸까요?
침대 옆 멀티탭과 리모컨은 필수인 것 같아요. 졸릴 때는 꼼짝도 하기 싫은데 버튼 한 개만 꾹 누르면 바로바로 꺼지니까요. 그래서 저는 침대에 누울 때 천장등을 잘 켜지 않아요. 어느 순간 곯아떨어질 걸 알기 때문에 잠깐 깼을 때 바로 불을 끌 수 있어야 하거든요.
그리고 저는 블라인드와 커튼, 두 가지를 모두 사용하고 있는데 사실 커튼보다는 블라인드가 편하고 먼지도 잘 붙지 않아서 좋더라고요. 베이지색인데도 햇빛을 잘 가려주고, 청소도 뜯어서 세탁할 필요 없이 청소기나 마른 걸레로 쓱쓱 하면 끝이거든요. 사실 청소를 거의 한 적이 없어요.
침대 옆 테이블도 눈에 띄는데요?
테이블은 사실 창가 쪽 구석에 있었는데 자꾸 식물을 올려놓기만 하고 제대로 탁자의 역할로 사용을 하지 않아서 아예 안쪽으로 가져왔어요. 침대는 저상에 테이블은 높아서 누웠을 때 답답할까 했는데 막상 생활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더라고요.
탁자 아래 바구니는 사실 제 간식 보관함이에요. 안에 과자와 간식거리를 넣어두고 일하다 배고프면 커피와 함께 야금야금 먹는답니다. 최애템이죠.
좁아도 알차게 쓰는 공간
BEFORE
AFTER
드레스룸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셨나요?
처음에 화장대는 ‘ㄱ’자가 아닌 일자로 벽 쪽에 배치되어 있었어요. 점점 옷이 많아지면서 옷장을 둘 공간이 필요했고 그래서 ‘ㄱ’ 자로 돌렸죠. 보기 싫은 화장대 뒷면의 합판은 큰 액자로 이렇게 가려두면 인테리어 효과도 함께 가져갈 수 있어요.
이렇게 자연스럽게 옷장과 화장대가 분리되면서 드레스룸처럼 공간을 활용하고 있어요. 좁은 원룸에는 공간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가구들이 꿀템인 것 같아요.
수납에도 많이 신경을 쓰셨다고요?
좁은 공간에는 높은 가구를 웬만하면 두지 않는 게 더 넓어 보인다고는 하지만 공간 활용에 있어서는 꼭 필요한 필수템이죠. 높은 만큼 수납도 많이 되니까요. 그래서 이렇게 높은 가구는 최대한 창가에서 멀리, 모서리 쪽으로 붙여서 사용하는 게 시각적으로 덜 답답해 보이는 것 같아요.
나에게 집이란
멋진 공간을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집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캔버스인 것 같아요. 자신만의 색깔로 꾸몄을 때 그 공간은 자신만의 집이 되는 거죠. 나만의 생활패턴을 따라 가구를 배치하고, 내 시선과 몸이 닿는 곳에 쉼이 있을 수 있는 것들로 꾸민 집. 여기저기 많이 둘러보고, 다양한 사진들을 참고하되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라기보다는 ‘정말 이거다!’ 싶은 걸 찾아 공간을 색칠한다면 그게 곧 최고의 인테리어가 아닐까요? 저희 집을 구경하러 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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