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두 아이와 강아지의 엄마입니다.
청소나 정리는 루틴처럼 늘 하고 있어요. 정원에 찾아오는 길고양이와 새들을 위해 물과 먹이를 갈아주거나 강아지 산책을 시켜주기도 해요. 저희 집에는 아홉 살 된 암컷 비숑프리제 ‘오드리’가 있거든요. 어렸을 때 학대받고 파양된 아이인데요. 오드리는 세상에서 가장 착하고 순하고 예쁜 강아지예요. 하지만 입냄새 공주라는 별명이 있죠.
그 외에는 꽤 오랜시간 음악을 틀어놓고 따라부를 때도 있고 바이올린 연습을 하기도 하죠. 아이들 먹일 저녁을 미리 준비하기도 하고 전신거울 앞에서 땀 흘리며 홈트를 하기도 해요. 어느 날은 시간을 아끼겠다고 밥을 먹어가며 인강을 들을 때도 있지만 종일 게으름 피우며 거실에 누워 넷플릭스를 볼 때도 있으니, 집에 있는 하루란 게 얼마나 다채롭나요.
어릴 때부터 줄곧 건축이나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긴 했지만, 사실 세상의 아름다운 모든 것들에 무척이나 애정이 많은 편이에요. 사람의 사고나 세상의 이치, 동물이나 자연의 가치, 예술의 자유로움 같은 무형적인 것부터 잘 만든 의자의 쉐입이나 곱게 염색된 패브릭, 상업용품의 디자인적인 요소에도 줄곧 감탄하죠.
센스 넘치게 연출된 파괴적인 좀비 영화를 보면서도 빠져드는 아름다움을 느끼는 아잘사(아름다움을 잘 느끼는 사람) 입니다. 그래서 비슷한 하루라도 혼자 많은 것을 생각하고 감동하고 또 고민도 하는 것 같아요.
우리집 리모델링 일기
이렇게 다양하고도 많은 시간을 보내는 저희 집은, 18년 된 51평형 아파트입니다. 4개의 침실, 2개의 화장실, 거실, 주방, 베란다, 개인정원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단독주택을 알아보다 사정상 아파트로 우회한거라 아이들과 강아지가 뛰어놀 수 있는 마당이 있는 곳을 중점적으로 찾았어요.
1층 아파트의 단점이라면 외부와의 시선 차단이 어렵다는것과 채광이 안 좋다는 것인데, 그 부분을 만족시키는 집을 찾는게 가장 큰 미션이었어요. 아이들이 있다보니 학군이라든가 유흥시설 유무 같은 동네의 분위기를 체크하는것도 중요했죠. 공기가 좋았으면 해서 산을 끼고 있는 아파트를 우선적으로 봤던 것도 이 집을 선택하게 된 큰 이유 중 하나겠네요.
본격적인 리모델링 시작
BEFORE
AFTER
이사 후, 점차 우리 가족에게 맞는 집으로 꾸며가기 시작했죠. 가장 먼저 시각적으로 편안해 보이는 집이었으면 했어요.
화이트가 베이스가 되었지만 바닥재는 톤을 다운시켜 무게감을 주고 조도는 너무 밝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출했습니다. 집 전체에서 도는 뉘앙스가 화이트의 브라이트함보다는 연한 베이지나 그레이톤이 느껴지도록 했어요.
모던함과 내추럴, 아시안적인 무드를 적절히 섞어 단조롭지만 지루하지 않은 집이길 바랐고요, 그리고 실제로 편안함을 느끼고 실용적인 공간이길 원했어요.
멋진 것, 적용해 보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나와 내 가족이 살 집이 아름답지만 불필요하거나 불편한 것들로 가득차길 원하지 않았어요. 중요하지 않은 건 삭제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엔 과감히 투자했어요.
동선 하나하나까지 세세히 고려하고 가족의 생활 패턴이나 특징적인 부분도 최대한 반영하려 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플러스 보다는 마이너스를 유지하려 힘 빼는 공이 많이 들어간 공사였죠.
리모델링 당시 보통의 아파트와 다른 점이라면 정원이 있다는 거였어요.
하지만 엄연히 공유면적이기 때문에 공사 진행시 유의사항이나 제약적인 부분 또한 많았어요. 외부공사까지 함께 진행하면서 소음이 많이 발생했고, 외부적으로 보이는 모습도 중간 과정에선 딱히 보기 좋지도 않았던 터라 민원도 많았거든요. 그런 분쟁이나 마찰을 하나하나 해결해 가는 일이 여간 힘든게 아니었던 기억이에요.
하지만 또 그만큼 또 많은 분들이 좋은 말씀 해주시고 응원 해주시고, 어찌저찌 두통과 몸살을 격어가며 완성된 마당 있는 1층 아파트는 저희가족에게 최고의 보금자리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거실에서 정원까지
BEFORE
AFTER
거실에서 정원으로 나가는 문은 핸들 압착식 도어로 출입을 편리하게 하고, 문의 사이즈는 최대한 크게 설정해 열었을 때 개방감을 느낄 수 있게 했어요.
정원의 아름다움을 살려-
뷰의 확보를 위해 기존의 거실 창 밖으로 있던 난간과 여닫는 형식의 방범도어는 제거하고 방범의 문제는 삼중 잠금과 강한 스틸소재로 만들어진 방범 방충망으로 보완했어요.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다는 아파트의 장점도 개인 방범에 한몫했지요.
정원은 관리가 편리하도록 베이지색 자갈로 통일하고 데크계단은 오일 관리가 필요없는 합성목으로 제작했어요. 계단식 데크가 얼마나 실용적인지는 칭찬하고 또 칭찬하고 싶어요!
정원 한켠엔 아이들을 위한 뚜껑이 달린 모래 놀이터를 제작하고 수도와 콘센트 작업도 함께 진행해, 날이 좋을 땐 아이들은 내내 마당에서 모래 놀이와 물놀이를 하고 놀아요.
반대 쪽 마당 일부는 콩자갈을 시공해 매끈하고 평평한 바닥으로 쓸 수 있게 했어요. 지금은 큰 테이블이 놓여 있지만 때에 따라 요가매트를 깔거나 돗자리를 펼 수도 있겠죠. ^^
창 밖을 액자 삼아, 거실
거실이 외부로도 확장되어 보이기도 하고 낮이고 밤이고, 가족들과 친구와 앉아서 이야기 하기도, 맥주한잔 하기도, 햇빛을 쬐기에도, 이불을 털고 들어오기에도 최고의 공간이 되어줘요.
밤이면 실내 스위치로 은은한 조명을 켜고 끌 수 있어 낮과 밤에 또 다른 무드를 느끼며 지내는데요. 이렇게 다채로운 정원의 풍경을 액자처럼 집 안에 들여오고 싶어 거실은 최대한 심플하게 연출했어요.
눈이 온 날의 풍경
에어컨은 시스템에어컨으로 설치하고 샤시는 프레임은 간결하되, 하나의 창으로 이중창의 기능을 다할 수 있는 제품으로 업그레이드 했어요.
BEFORE
AFTER
기존 거실에 튀어 나와 있던 철거불가한 날개벽은 자연스럽게 쉐입을 연결시켜 에탄올 난로로 변신시켰더니 단조로운 거실에 최고의 포인트가 되어 주었죠.
모든 계절을 담는, 안방 욕실
그 외에 기억에 남는 공사가 있다면 안방 욕실이 될 것 같아요. 안방 욕실을 제외한 모든 집 안의 창을 통해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게 이 집의 아주 매력적인 부분이었어요.
작은 욕실이 답답해 옆방의 공간을 빌려와 욕실을 확장하면서 동시에 환기와 채광이 가능한 긴 창도 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 집은 정말 완벽히 집 안의 모든 곳 에서 창 밖의 계절을 느낄 수 있게 되었죠.
리모델링 일기를 마치며
저에게 집이란, 그릇이에요. 아주 큰 그릇. 나와 내 가족의 추억을 담는 곳이에요.
저는 그냥 이런 집이 좋아요. 내가 있는 집, 내 가족이 있는 집, 나의 보금자리가 너무 좋아요. 이 곳엔 내가 좋아하는게 좀 더 많았으면 하고, 내 가족이나 찾아와주는 친구들이 편안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사계절과 추억을 쌓으며 우리 집을 가꿔나가고 싶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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