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다섯남자가 26년 우정 지속할 수 있었던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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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는 몽골몽골] 김민석 PD “보폭 맞추고 기댈 수 있는 침묵을 내어주는 게 우정”

“다른 누구에게도 쉽게 대체될 수 없는 우정, 이를테면 3일차 새벽에 사막에서 공황증세가 온 태현을 경민이 말없이 텐트 밖으로 동행했던 모습은 이들 우정의 정체성을 함축하는 것 같았다… 나이가 들수록 서로에게 꼬치꼬치 묻기보다 그저 보폭을 맞추고 기댈 수 있는 침묵을 내어주는 게 더 필요한 우정임을 깨달았다.”

JTBC 예능 프로그램 ‘택배는 몽골몽골’이 13일 방송하는 9부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연예계에서 전무후무한 ’26년 찐우정’을 자랑하는 1976년생 스타들이 뭉쳐 몽골의 오지를 찾아다니면서 택배 배송을 하는 내용으로 웃음과 따스한 감동을 안겼다.

연출자인 김민석 PD는 용띠클럽의 멤버 차태현과 장혁, 김종국, 홍경인, 홍경민을 비롯해 막내 강훈을 이끌고 몽골 현지로 날아가 ‘오프로드 오지 택배 배송’을 완성했다. 자주 볼 수 없었던 몽골의 대자연을 무대로 펼쳐지는 오랜 친구들의 진한 우정이 빛을 발했고, 이들이 찾아 나선 몽골 현지 사람들의 이야기가 마음 한 켠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 “관계 자체가 ‘진짜’인 친구들”

‘택배는 몽골몽골’이 다른 예능과 신선한 차별화를 이룰 수 있던 데는 프로그램의 선장인 김민석 PD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앞서 2017년 KBS 2TV ‘용띠클럽-철부지 브로망스’를 통해 용띠클럽 멤버들과 한 차례 예능 경험을 쌓았고, 이후 tvN ‘유 퀴즈 온 더 블’에서 세상 곳곳에 숨어있는 비범한 사람들을 찾아내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해온 감각적인 연출자다.

프로그램 종영에 맞춰 김민석 PD에게 ‘택배는 몽골몽골’의 제작 과정을 들었다. 그는 프로그램이 얻고 있는 ‘새롭고 따뜻하다’는 반응의 공을 전적으로 출연진에게 돌렸다.

“프로그램의 재미는 출연자들이 이미 현장에서 대부분 구현해줬다”고 밝힌 김민석 PD는 “관계 자체가 ‘진짜’인 친구들이 오랜 세월을 기반으로 나눈 대화들, 서로에 대한 배려가 웃음꽃을 피게 했다”며 “여기에 막내 강훈의 등장으로 기존 용띠 친구들의 케미스트리도 달리 보일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연출자의 설명처럼 강훈의 합류는 용띠클럽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기분 좋은 자극제가 됐다.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 ‘작은 아씨들’ ‘너의 시간 속으로’ 등 화제작에서 선하고 맑은 에너지로 활약하는 강훈은 15살 많은 선배들과의 몽골 오지 택배라는 어려운 과정에 합류해서도 제 몫, 그 이상을 해냈다. 이에 대해 김민석 PD는 “예의바른 당당함이 강훈의 매력”이라고 짚었다.

● “택배의 반가움과 여행의 신비로움”

초원과 사막이 대부분인 몽골에서 시도하는 택배 배송은 사실 제작진에게 만만치 않은 과정이었다. 해외 로케 경험이 많은 제작진과 출연진이지만 이번 만큼은 고난도 여정을 소화해야 했다. 고생한 보람은 크게 돌아오는 법이다.

김민석 PD는 “택배 인프라가 부족한 몽골에서 택배 루트를 따라 여행하며 택배의 반가움과 여행의 신비로움을 함께 누릴 수 있었던 것에 보람을 느낀다”며 “어떤 택배를 통해서는 몽골 유목민의 로컬에 깊이 들어갈 수 있었고, 또 어떤 택배를 통해서는 출연자들 각자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서쪽으로 2000km를 횡단하는 여정 자체가 현재의 기쁨과 과거의 추억을 오가며 나름의 시간여행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나도 친구들과 저런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댓글을 보면서 택배여행이 꽤 의미가 있지 않았나 생각했다”고 만족을 표했다.

김민석 PD는 ‘용띠클럽-철부지 브로망스’에 이어 6년 만에 다시 용띠클럽 멤버들과 예능으로 만났다. 6년 전과 비교해 어떤 면이 달라졌을까.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건 서로를 향한 믿음과 애정, 달라진 게 있다면 서로의 고민을 더욱 깊이있게 생각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개인이 지닌 현재의 고민과 일상을 살아가는 면면은 조금씩 바뀌었겠지만 용띠클럽 친구들 자체의 관계성은 (6년 전과)변함이 없는 것 같아요. 오랜만에 만나도 친구들을 만날 때의 정서가 멈춰 있듯이 서로가 외롭지 않도록 늘 그 자리를 지켜주는 존재들 같았습니다.”

“다만 여행지가 바뀌면서 6년 전에는 발견할 수 없는 것들도 있었어요. 몽골이라는 결코 쉽지 않은 여행지를 동행하면서 하루에도 여러 번 감정이 요동쳤고, 서로가 견뎌주고 배려해줘야 하는 일들이 생겼거든요. 또한 고생 끝에 마주한 대자연 앞에서 깊은 속얘기를 나눌 기회도 많아졌고요. 서로가 꼭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현존하는 고민과 걱정을 나눌 수 있는 사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 연출자가 뽑은 ‘결정적인 순간들’

‘택배는 몽골몽골’의 제작 과정을 돌아보는 차원에서 김민석 PD에게 ‘결정적인 순간’을 뽑아달라고 했다. 매일, 매 순간이 소중했다는 듯 연출자의 답변은 길게 이어졌다.

“여행 1일차에 다같이 한 대의 차를 타고 나눴던 시답지 않은 대화, 그리고 2일차에 장혁 경인 씨가 말을 타고 광활한 초원을 누비는 모습, 3일차에 8시간 동안 차 타고, 말 타고 산꼭대기에 올라 택배를 배송하고 마주했던 그림같은 운무, 4일차에 유목민에게서 대접받은 한식, 5일차에 비좁은 게르 한 동에서 본인들 노래를 부르고 춤추며 했던 시간여행, 6일차에 바다같은 호수에서 한국의 가족, 지인으로부터 받은 택배, 7일차에 몽골의 서쪽 끝에서 마주한 여름의 설산까지… 하루하루 결정적이었던 순간들이 가슴에 남아요.”

그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그 모든 과정에서 출연자들은 풍광의 경이로움, 택배의 반가움도 느꼈겠지만 자신들도 모르게 이후의 일상을 더욱 열심히 살아갈 마음의 토양을 다졌다고 생각합니다. 택배를 통해 먼 거리의 마음들이 시공간을 초월해 이어지듯이 지금 함께 있든 함께 있지 않든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각자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갈 이유를 찾게 된 것 같아요.”

‘택배는 몽골몽골’은 26년 우정을 나눈 친구들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에게 울림을 안겼다. 그 울림은 연출자인 김민석 PD에게도 닿았다.

“여행 내내 지지고 볶으며 붙어 있었던 다섯 친구와 막내동생은 서로의 우정과 우애를 더 깊이 쌓지 않았을까 싶다”는 그는 “다른 누구에게도 쉽게 대체될 수 없는 우정, 이를테면 3일차 새벽에 사막에서 공황증세가 온 태현을 경민이 말없이 텐트 밖으로 동행했던 모습은 이들 우정의 정체성을 함축하는 것 같았다”고 돌이켰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수록 서로에게 꼬치꼬치 묻기보다 그저 보폭을 맞추고 기댈 수 있는 침묵을 내어주는 게 더 필요한 우정임을 깨달았다”며 “앞으로도 이런 멋진 관계에서 삶의 일부분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예능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김민석 PD의 다음 예능은 물론 ‘택배는 몽골몽골’ 시즌2가 기다려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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