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작 감소”…BIFF, 송강호·주윤발로 위기 돌파할까
아시아 대표 배우 송강호와 저우룬파(주윤발)가 인사잡음 이후 위태로운 부산국제영화제의 구원투수로 나선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이사장과 집행위원장 없이 치러지는 가운데, 두 배우가 그들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5일 온라인을 통해 남동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 강승아 운영위원장 직무대행이 참석한 가운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이 열렸다.
두 직무대행은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그 어느 해보다 내실 있는 축제의 장을 마련했다”며 올해 영화제 특징과 경향 및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송강호가 ‘올해의 호스트’를 맡게 된 점이 올해 영화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영화제는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의 공석을 대신해 송강호에게 호스트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남 직무대행은 “송강호가 올해 영화제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점을 고려해 흔쾌히 돕겠다고 했다”며 “호스트로서 영화제를 찾는 영화인들을 맞이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량차오웨이에 이어 올해 또 한 명의 홍콩스타가 부산을 찾는다. ‘영웅본색’으로 유명한 저우룬파가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선정돼 영화제에 참석한다. 남 직무대행은 “또 홍콩스타냐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저우룬파 역시 아시아영화인상에 걸맞은 업적과 아우라를 가진 배우로서 이 상을 줄 수 있는 것이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영화제에서는 아시아영화인상 시상과 함께 그의 신작 ‘원 모어 찬스’를 비롯해 ‘영웅본색’ ‘와호장룡’ 3편을 선보인다.
한국영화공로상 수상자로는 지난 1월 작고한 고 윤정희가 선정됐다. 영화제에서는 ‘안개’ ‘시’ 그의 대표작을 상영하는 특별상영을 마련했다. 지난 3월 유명을 달리한 일본 영화음악가 류이치 사가모토의 연주 장면을 담은 ‘류이치 사카모토:오퍼스’도 특별상영된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 폐막작 ‘영화의 황제’ 포함 총 269편이 상영된다. 상영작 가운데 공식 초청작은 지난해보다 33편 감소한 209편. 커뮤니티비프 상영작도 101편 감소한 60편으로 전반적으로 상영 규모가 줄었다. 두 직무대행은 “영화제 사태와 경기 침체로 예산이 줄어든 것이 작품 수에도 영향이 미쳤다”고 밝혔다.
작품 수는 줄었으나, 거장의 작품을 많이 초청했다는 게 영화제 측의 설명이다. 미국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바튼 아카데미’, 데이빗 핀처의 ‘더 킬러’, 요로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가여운 것들’, 영국 켄 로치 감독의 ‘나의 올드 오크’,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등이 상영된다. 뤽 베송 감독의 ‘도그맨’, 레아 세이두가 주연한 베르트랑 보넬로 감독의 ‘더 비스트’, 故 설리의 마지막 인터뷰 내용을 담은 ‘진리에게’ 등 화제작도 소개된다.
영화제는 또, ‘코리안 디아스포라’와 ‘인도네시아 영화의 르네상스’ 특별상영 프로그램을 마련해 재미교포 영화인들의 활약과 최근 급부상중인 동남아시아의 영화 강국 인도네시아 영화 산업을 조명한다.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 ‘서치’의 존 조, ‘파친코’의 저스틴 전 감독이 직접 부산을 찾는다.
앞서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5월 운영위원장 직제 신설 및 조종국 운영위원장 위촉 등에 대한 반발로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사퇴하고, 이어 이용관 이사장도 물러나면서 영화제 개최에 대한 영화계 안팎의 우려가 컸다. 이 과정에서 허 집행위원장에 대한 성폭력 의혹도 불거져 논란을 키웠다.
이와 관련 강 직무대행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위해 외부 센터 등에 조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사회는 결의를 통해 허 전 집행위원장에게 책임감 있게 조사에 임해달라는 공문을 이사회 명의로 발송할 예정”이라며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이유를 막론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올해 부산 국제영화제는 10월 4일부터 13일까지 열흘간 부산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