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데뷔작 감독이 밝힌 이정재의 20대 “잘생기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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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탄생”…배창호 감독 ‘젊은남자’ 속 X세대를 말하다

“이정재가 그렇게 월드스타가 될 줄 알았나요. 한국영화계 스타가 될 감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세계적인 지명도를 가질 줄은 몰랐죠. 하하. 의리가 있어서 추석 때 자주 선물을 보내줘요. 이제 그만 보내도 되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올해 추석에는 모르겠네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월드스타 반열에 오른 배우 이정재의 신인시절 모습을 볼 수 있는 ‘젊은 남자'(1994년)의 연출자 배창호 감독의 말이다.

관객과의 대화에 나선 배창호 감독. 사진=김대일 작가
관객과의 대화에 나선 배창호 감독. 사진=김대일 작가

배창호 감독의 ‘젊은 남자’가 지난 27일 전북 부안군 변산 해수욕장에서 ‘팝업시네마:부안 무빙'(Pop-Up Cinema: Buan Moving)의 폐막작으로 선정돼 상황리에 상영됐다. ‘젊은 남자’는 1990년대 일명 ‘X세대’라 불리는 청춘의 욕망과 사랑, 꿈과 좌절을 그린 당대 대표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

이정재를 비롯해 신은경, 이응경, 김보연, 전미선, 권오중, 최재원 등이 출연한다. 깊어가는 일요일 밤, 변산해수욕장의 아름다운 풍광과 어우러진 작품은 관객들을 그때 그 시절로 빨아들였다.

● 왜 X세대 이야기였나

배창호 감독은 시대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감독으로 유명한다. 연출 데뷔작인 ‘꼬방동네 사람들'(1982년)에서는 달동네 사람들과 서민들의 삶에 대한 끈질긴 애착과 생명력을 현실감 있게 그렸고, ‘고래사냥'(1984년)을 통해 1980년대 청춘의 또 다른 자화상을 담았다.

배창호 감독은 “‘젊은 남자’를 만들기 이전에 휴식기를 가졌다. 1990년대가 되면서 몸 관리도 하고, 결혼도 하면서 다음 작품을 고민했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요즘은 MZ세대라고 하지 않나요. 저희 때는 마침 X세대라는, 새로운 시대의 조류가 있었어요. 자기현시 욕구, 즉 자신을 더 나타내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하고 소비적인 젊은이들이 일반적인 현상이 된 거죠. 그들의 욕구를 부추기는 대중소비문화도 활발했어요. CF, 모델, 영화 등을 통해 유명해지고 뜨고 싶은 젊은이들의 욕구가 많아졌죠. 그래서 다시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착수했습니다.”

‘젊은 남자’를 연출할 당시 배창호 감독은 40대 초반의 나이였다. 배 감독은 “40대가 20대를 그릴 때 이질감이 보일까 봐 영화에 출연한 권오중 등 젊은 친구들과 술도 마시고 얘기를 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며 “록카페 등에 가는 것은 하나의 현상이고, 본질은 나 때의 20대와 다르지 않았다. 본질은 놓치지 말고, 나타내는 건 젊은이들과 호흡하면서 찍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흥행이 크게 되지는 않았다. 해피엔딩도 아니고 갈수록 무겁고 비극적으로 돼서 그런 게 아닐까 한다”면서도 “세월이 흘러서 ‘젊은 남자’를 인생영화라고 말하는 분들을 간간이 만나는데, 그 당시 가슴 깊이 새겼던 사람은 있었다는 생각은 들었다”고 미소 지었다.

'젊은 남자'의 한 장면. 사진제공=스튜디오보난자
‘젊은 남자’의 한 장면. 사진제공=스튜디오보난자

● 오디션 없이 이정재 캐스팅한 이유

‘젊은 남자’는 이정재라는 신예를 발굴해낸 작품이다. 이제는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글로벌 스타로 거듭났지만, 이정재는 당시 신인으로서 이 작품이 영화 데뷔작이었다. ‘젊은 남자’를 통해 이정재는 대종상과 청룡영화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상을 석권할 만큼 호평받았고, 이후 드라마 ‘모래시계'(1995년)를 통해 스타의 위상을 굳혔다.

배창호 감독은 이정재를 두고 “새로운 스타일의 배우였다”고 회상했다. “작품에 맞는 것이 중요하다”며 오디션도 없이 바로 이정재를 캐스팅하기도 했다.

“그렇게 잘생긴 것은 아닌데, 호감이 있고 털털하고 귀엽고 반항적인 면모가 있었죠. 연기할 때 이정재가 ‘연기 지도 안 해주시나요?’라고 물을 정도로 디렉션을 안 줬어요.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을 잘 나타냈으면 했어요. ‘젊은 남자’ 이후 그 유명한 ‘모래시계’를 촬영하고 바로 군대를 가는 일정 때문에 힘들어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젊고 체력이 좋아서 잘 해냈죠. 영화는 1994년 12월에 개봉했고, ‘모래시계’가 1995년도 1월에 공개됐는데, 보디가드 역할로 엄청나게 떴어요. 그때 이후 개봉을 했다면 수익을 더 올릴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웃음)”

좌석으로 입장하는 배창호 감독 와이프 김유미와 배창호 감독. 사진=김대일 작가
좌석으로 입장하는 배창호 감독 와이프 김유미와 배창호 감독. 사진=김대일 작가

● “나에게 영화란? 사랑과 마음의 양식”

이날 배창호 감독의 “광팬”을 자처한 한 관객은 그의 필모그래피를 나열하면서 “내 마음의 고향 같은 분“이라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어 “‘젊은 남자’는 1994년도에 개봉했지만, 지금 극장에 걸린다고 해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배 감독에게 “영화는 어떤 의미인지, 다음 생애 태어나면 다시 영화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해 물었다.

“영화가 하고 싶어서 그냥 독학으로 닥치는 대로 했습니다. 제가 어릴 때에는 전문서적도 많지 않았고 수입되는 영화도 별로 없었는데요. 아버님의 권유로 경영학과(연세대)에 들어갔지만, 그럼에도 영화를 좋아해서 조감독까지 하게 됐죠. 이후 데뷔작인 ‘꼬방동네 사람들’을 찍으면서 엔딩 장면이 고민스러웠어요. 그때 생각한 것이 ‘사랑’으로 풀어내자는 거였죠. 남녀 간의 사랑만을 말하는 건 아닙니다. 사랑으로 보니까 풀리더라고요. 그때부터 제 영화의 테마는 사랑과 그에 반대되는 욕망이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많이 봐서 몽상가적인 면모가 있죠. 그래서 영화가 예술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도 고민했어요. 영화는 ‘마음의 양식’이에요. 육체를 위해 옷도 입고 밥도 먹잖아요. 영혼을 위해 예술을 먹어야죠. 이렇듯 저에게 영화는 사랑과 마음의 양식이고, 그런 영화를 하려고 합니다. 다음 생애는 태어나고 싶지는 않지만, 만약 태어난다면 영화보다는 손재주를 활용하고 싶네요. (웃음)”

이날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한 배창호 감독은 “내 영화에 바다가 많이 나온다. 바다를 좋아한다”며 “‘팝업시네마:부안 무빙’이 새로운 시도로 알고 있는데, 편안한 의자에서 푹신하게 관람했다. 화면도 선명하고 사운드도 좋았다. 앞으로 야외상영하기에 좋은 장소가 될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젊은 남자'의 한 장면. 사진제공=스튜디오보난자
‘젊은 남자’의 한 장면. 사진제공=스튜디오보난자

※이 콘텐츠는 부안군청의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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