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 ‘잠’ 보고 나서 아쉬워한 까닭은
“더 감정을 폭발했어야 했나 생각했다.”
정유미가 새 영화 ‘잠’을 통해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것에 대해 신기해하며 이 같이 말했다.
정유미는 “광기로 접근했던 게 아닌데 (맑눈광이란 말을) 듣고 나니 좀 더 과감하게 연기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더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오는 9월6일 개봉하는 ‘잠’은 남편의 수면 중에 일어나는 기이한 일로 인해 단란한 일상을 잃게 되는 신혼부부의 이야기를 그린다.
최근 언론에 공개된 ‘잠’에서 정유미는 남편의 이상행동을 불안하게 지켜보는 임산부를 연기했다. ‘맑눈광’이라고 들을 만큼 불안함을 넘어 강박 상태에 빠지는 인물을 탁월하게 표현해내 호평을 받았다.
정유미는 “감독님의 그날그날 디렉션을 충실하게 따랐을 뿐인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나조차 몰랐던 얼굴에 놀라는 순간이 있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잠’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2017) 연출부에 몸담았던 유재선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유 감독은 데뷔작으로 지난 5월 열린 칸 국제영화제의 비평가주간에 초청받는 행운을 누리며 봉준호 감독의 제자로도 주목을 받았다.
정유미는 봉준호 감독에게 ‘잠’의 시나리오를 건네받고 유재선 감독을 만났다. 그는 “감독님이 영화에 대해 처음에는 ‘스릴러 외피를 두른 러브스토리’라고 소개했다”며 “그런 표현을 하는 감독님이 영화를 어떻게 만들지 궁금했다”고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봉준호 감독님과 유재선 감독님이 순둥순둥하게 생겼는데, 외모와 정반대의 영화를 만드는 것이 비슷한 것 같다”며 웃었다. 결과물에 대한 만족감이 큰지 “유 감독님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봉준호 감독에게 고마워하기도 했다.
‘잠’은 정유미와 이선균의 재회로도 관심을 모은다. 두 사람은 홍상수 감독의 ‘첩첩산중'(2009) ‘옥희의 영화'(2010) ‘우리 선희'(2013)에 이어 10년 만에 다시 만났다.
부부로서 호흡은 처음이지만, 네 번째인 만큼 리허설 과정은 필요 없었다. 그는 “여러 작품을 같이 하면서 서로에 대해 훈련이 돼있어서 그런지, 이선균에 대한 믿음이 커서 그런지,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며 “항상 첫 촬영은 긴장을 하는데 오빠 덕분에 떨리지 않고 촬영을 할 수 있었다”고 이선균에 대해서도 고마워했다.
‘잠’은 칸 국제영화제에 이어 제56회 시체스 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48회 토론토 국제영화제에도 초대를 받으며 또 한 명의 걸출한 신인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정유미는 “신인감독의 스마트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며 “제가 많은 감독님을 만나본 건 아니지만 다음 영화가 궁금한 감독님이다. 또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감독”이라며 유재선 감독의 다음 행보를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