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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선빈답게, ‘수능, 출제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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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선빈이 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로 관객 앞에 선다. / 바이포엠스튜디오
배우 이선빈이 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로 관객 앞에 선다. / 바이포엠스튜디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이선빈이 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감독 이용재)로 관객 앞에 선다. 꾸밈없는 모습부터 특유의 밝고 유쾌한 에너지까지, 맹보람이라는 인물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극을 이끈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수능, 출제의 비밀’은 대한민국 2급 국가기밀인 ‘수능 출제’를 위해 40일간 봉인되는 출제 본부에 얼떨결에 합류한 지방 소도시 국어 교사 맹보람(이선빈 분)이 ‘문제없는 문제’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극 중 이선빈은 행정 착오로 수능 출제 본부에 합류한 맹보람을 연기했다. 쟁쟁한 교수들 사이에서 학생들을 향한 진심 하나로 부딪히고 나아가는 인물이다. 이선빈은 꾸밈없는 모습과 어설프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으로 맹보람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최근 그를 만나 맹보람을 완성한 과정부터 선배 배우들과의 호흡, 배우로서의 고민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개봉 소감은.

“작품 하나가 나오기 정말 어려운 시기이지 않나. ‘수능, 출제의 비밀’이 나오기까지 정말 많은 분들이 고생했다. 흥행 여부를 떠나서 이 자체가 너무 귀하다고 생각한다. 주변에도 힘든 배우들이 정말 많고, 작품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얼마나 힘든 과정이 필요한지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작품을 선보이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나고 즐겁다.”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이 이야기가 어떻게 다가왔나.

“맨 처음에는 소재가 너무 신선했다. 우리나라에서 수능은 매년 전 국민의 이슈지 않나. 수능에 대한 이야기나 수능을 치러야 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많이 접했는데, 문제를 내는 수능 출제위원들의 이야기는 어디서도 못 봤던 것 같다. 대본 제목을 보는 순간 ‘그러게, 왜 이걸 안 궁금해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나리오를 펼쳐보니 신기한 게 정말 많았다. 보안의 정도라든지, 보안을 두고 벌어지는 에피소드나 선생님들 사이의 대립과 의견 충돌 같은 것들이 ‘진짜 이렇게까지 일어나나?’ 싶어서 감독님께 따로 물어보기도 했다. 그런데 정말 다 있는 일이라고 하더라. 쓰레기가 생겨도 바로 버리는 게 아니라 40일 동안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한다는 것도 몰랐다. 처음에는 판타지처럼 느껴졌는데 실제로 그렇게 이뤄진다고 하니까 신기했다. 나도 수능 세대를 살아온 사람인데 처음 알게 된 게 많았기 때문에 관객들도 새로운 점들을 많이 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맹보람이라는 인물의 어떤 점에 끌렸나.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앞으로 연기를 계속하면서 이만큼 순수하고, 마음속 진심 하나를 가지고 열정적으로 움직이는 인물을 얼마나 더 만날 수 있을까 싶었다. 촌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밉지 않은 연기 톤이나 캐릭터도 처음이었고, 나에게 새로운 모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함께 호흡하고 싶었던 선배님들이 계셨다.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대본에서도 매력을 느꼈고, 함께하고 싶었던 선배님들과 작업할 수 있다는 것도 영광이었고, 소재도 참신했다. 나에게는 그 삼박자가 다 좋았다.”

이선빈이 캐릭터 구축 과정을 떠올렸다. / 바이포엠스튜디오
이선빈이 캐릭터 구축 과정을 떠올렸다. / 바이포엠스튜디오

-선생님 역할을 위해 준비한 것이 있다면.

“처음 대본 제목만 봤을 때는 ‘선생님으로서 보여줘야 할 모습이 많을까? 그러면 인터넷 강의를 찾아보든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본을 펼쳐보니 완전히 다르게 느껴졌다. 오면 안 될 곳에 우연한 기회로 오게 된 인물이기 때문에 다른 출제위원들과의 차이가 굉장히 커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 출제위원으로 나오는 다른 선생님들보다 현저히 잘 몰라야 하고, 눈치도 없어 보여야 했다. 그렇지만 밉지는 않아야 했다. ‘열정만 가지고는 안 돼’라는 말을 계속 들을 만큼 순수하고, 아직 수능 출제의 무게를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는 선생님처럼 시작해야 했다. 오히려 너무 선생님 같거나 프로페셔널하지 않아야 맹보람이라는 캐릭터가 완성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뭘 연구해야 할까 생각했을 때 맹보람은 결국 학생을 향한 진심으로 움직이는 캐릭터더라. 나도 아직 고등학교 2, 3학년 때 담임 선생님들과 만나고 있다. 1년에 한 번씩은 꼭 찾아뵙는 것 같다. 정말 친했다. 아빠 같은 선생님도 있었고 무서운 아빠 같은 선생님도 있었다. 그분들의 눈빛이나 온도, 학생을 진심으로 내 딸, 내 아들처럼 대하던 모습과 마음가짐, 말투가 어땠는지를 많이 떠올리려고 했다.”

-맹보람의 순수하고 꾸밈없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외적인 부분에서도 고민했다고.

“아무것도 모르고 이런 곳에 처음 와봤고, 시골에서 올라온 데다 오류로 합류하게 된 선생님이지 않나. 그러면 세련되면 안 되고 당연히 촌스러워야 할 것 같았다. 의상 피팅을 할 때도 내 체격에 딱 맞거나 핏이 떨어지는 옷을 입으면 갖춰 입은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 맹보람이 밥을 우걱우걱 먹는 모습 같은 것들을 어떻게 하면 더 살릴 수 있을지 감독님과 많이 고민했다. 꾸미는 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처럼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작품 전에 제주도에서 두 달 동안 ‘숨비소리’를 촬영해서 피부가 자연스럽게 많이 탄 상태였다. 분장 선생님이 오히려 좋다고 하셨다. 일부러 피부를 다시 밝게 만들거나 ‘그래도 외모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없이 더 내려놨다. 머리도 두상이 예뻐 보이도록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질끈 묶었다. 어떨 때는 머리를 안 감은 것처럼 기름져 보이는 장면도 있는데 그런 것도 그냥 뒀다. 메이크업도 뽀송하면 화장한 것처럼 보이니까 더 민낯처럼 보이도록 했다. 얼굴이 부으면 붓는 대로 촬영했다. 촬영이 끝나면 이상하게 짠 게 당겨서 막 먹었더니 말도 안 되게 부어 있는 장면도 있다.(웃음)”

-‘너무 내려놨나’ 하는 걱정은 없었나.

“처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봤을 때는 ‘어떡하지, 너무 심했나’ 싶었다. 그런데 한 번 더 보니까 오히려 자신감이 생기더라. ‘잘했다. 차라리 이게 낫다’ 싶었다. 이선빈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맹보람으로 보이고 싶었는데 지인들도 ‘네가 없고 맹보람이 있더라’고 해줬다. 볼수록 정이 든다고도 했다. 그럼 됐다고 생각했다. 친구들은 정말 많이 놀렸다. 내 얼굴이 나오고 콧구멍이 커질 때마다 웃었다더라.(웃음) ‘이렇게까지 한다고?’라면서 놀랐는데, 볼수록 정이 들고 친한 사람의 연기를 보는 게 아니라 정말 모르는 사람의 연기를 보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오히려 더 뿌듯했다.”

특유의 건강하고 밝은 에너지로 캐릭터에 입체성을 불어넣은 이선빈. / 바이포엠스튜디오
특유의 건강하고 밝은 에너지로 캐릭터에 입체성을 불어넣은 이선빈. / 바이포엠스튜디오

-실제 맹보람과 닮은 지점도 있나.

“우당탕하고 덤벙대고 정신없는 건 정말 닮았다.(웃음) 그런데 맹보람 선생님처럼 진심 하나만 가지고 내공 차이가 나는 사람들과 맞설 줄도 알고, 무대포로 밀고 나갈 수 있는 용기가 있을까 생각하면 나는 그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도전해 보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나는 귀도 얇고 마음도 왔다 갔다 흔들리는 편이다. 무엇보다 ‘민폐를 끼치기 싫다’는 소심한 마음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내 의견을 주장하고 싶을 때도 달팽이처럼 숨어들 때가 많고, 그래서 내 것을 못 챙길 때도 있다. 그런데 보람이는 그렇지 않더라. 그 힘은 학생들을 향한 진심이 정말 크기 때문에 나오는 것 같았다.

반대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모습,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는 모습은 닮았다. 또 어떤 임무가 주어졌을 때 감사함을 알고, 그걸 해내기 위해 코피를 흘려가면서까지 고민하지 않나. 그 와중에도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정말 좋은 문제가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나도 작품을 할 때 비슷하다. 보람 선생님의 시작점은 학생들을 향한 진심이고, 나는 나를 보고 기대하는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한다는 점에서 시작은 다르지만 대본 하나를 준비할 때의 마음은 비슷하더라.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하고 싶을 때 풀어내는 방식은 맹보람 선생님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미디도 중요한 요소였다. 어떻게 만들어갔나.

“코미디 장르가 주는 힘이 있어야 하지 않나. 그 힘이 어디서 나올까 생각했다. 처음에는 어려웠다. 선생님들과 대립하는 부분에서 찾아야 할지, 문제를 냈다가 계속 반려되는 과정에서 찾아야 할지 고민했다. 선배님들과의 케미에서 답을 찾은 것 같다. 어른들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유치한 일로 싸우는 모습에서 오는 재미도 있었다. 그런 부분을 선배님들이 워낙 잘 살려주셔서 나는 따라가기 바빴다. 따라가기만 해도 애드리브를 맛있게 살려주시니까 내 반응 하나에도 웃음이 생기더라. 내가 통쾌해하거나 콧구멍을 벌렁거리는 장면도 일부러 웃기려고 한 게 아니라 촬영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온 거였다. 나도 영화를 보고 ‘내가 이랬었다고?’ 싶었다.(웃음)”

-유재명 등 선배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처음에는 너무 어려웠다. 쟁쟁한 선배님들만 계시니까 ‘이거 어떡하지’ 싶었다. 내 연기 내공이 너무 들통날 것 같았다. 아무리 내가 이 작품만 몇 년 동안 연습한다고 해도 내공과 연륜은 다른 문제이지 않나. 선배님들이 대사 하나를 툭 던지는데 확 차이가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 대립하는 장면과 호흡이 중요한데 내가 제대로 받아치지 못하면 상대 선배님의 연기에도 피해를 주는 거니까 걱정을 많이 했다. 부담스럽고 무섭다는 것도 선배님들께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대립하는 장면을 3~4회차 정도로 굉장히 초반에 찍었는데 서사가 아직 쌓이지 않은 상태라 ‘이게 맞나’ 싶고 불안했다. 그럴 때마다 선배님들이 용기를 주고 북돋아 주셨다. 실제로 서사를 쌓아가며 촬영하다 보니 앞서 찍었던 장면을 다시 찍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나는 먼저 이야기할 용기가 없었다. 유재명 선배님이 나서주셔서 다른 날 다시 촬영하기도 했다. 영화를 위해 선배님이 앞장서서 이야기해 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배울 게 많았고 ‘나도 이런 선배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선배들과 촬영할 때도 액션과 컷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텐션도 좋았다. 정말 재미있었고 케미가 좋았다.”

이선빈이 더 다채롭게 채워갈 앞날을 예고했다. / 바이포엠스튜디오
이선빈이 더 다채롭게 채워갈 앞날을 예고했다. / 바이포엠스튜디오

-맹보람처럼 배우에게도 건강하고 밝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많은 분들이 나를 건강하고 ‘해피 바이러스’ 같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사람으로 생각해 주신다. 그러다 보니 침체되거나 에너지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해 주시는 분들도 있었다. 그런데 매년 그렇지 않은 나를 보면서 ‘왜 그럴까’ 생각해 봤다. 오히려 어렸을 때 마음이 건강하지 못했던 것 같다. 소심한데 안에서는 열정이 들끓고 있었고, 예고에 가고 싶어도 형편이 안 됐다. 나는 준비된 것 같은데 할 수 있는 여건은 따라주지 않았다. 하고 싶은 걸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고3 때도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다.

아이돌 연습생을 할 때는 버스비가 없어서 연습실에서 1년 반, 찜질방에서 1년 반을 지내기도 했다.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혼자 나와 남을 비교하면서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던 때가 많았다. 그러다 꿈을 펼치기 시작하고 지금까지 오면서 내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이 계속 커지는 것 같다. 쉬지 못해서 오는 번아웃은 있을지언정 이 일을 열정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도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주변 환경의 영향도 크다. 고민을 털어놓는 선배님이나 친한 언니들, 친구들이 내가 힘든 생각에 너무 빠지지 않도록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정말 귀한 거다’ ‘복인 거다’라고 계속 일깨워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나도 그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앞서 선배들의 연륜을 따라갈 수 없다고 했는데 배우로서 쌓아가는 과정에 대한 기대와 설렘도 있을 것 같다.

“요즘 그런 마음이 생겼다. 새로운 작품의 대본을 받아 읽을 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 역할의 대사를 직접 해보는데, ‘나 왜 이렇게 어린애 같지?’ 싶을 때가 있다. 진중하고 성숙한 톤으로 읽어보려고 하면 ‘성숙한 척하는 이선빈’처럼 느껴지고. 그럴 때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나이대에서 할 수 있는 진중한 역할은 해봤고 또 할 수 있지만 그 너머의 진중함과 성숙함이 있는 것 같다. 단순히 목소리 톤을 낮춘다고 생기는 게 아니라 사람 자체에서 풍기는 무게랄까. 단어 하나만 이야기해도 무게가 느껴지는 연기가 있는데 나는 아직 그게 안 되더라. ‘도대체 이건 뭘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번뿐 아니라 다른 작품을 하면서도 선배님들이 대사 하나를 툭 던졌는데 ‘우와, 뭐야’ 싶었던 순간이 있었다. 나에게도 그런 시기가 언제 올까 생각해 보면 더 많은 경험과 연륜이 쌓여야 생기는 무게감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의 10년 후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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