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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출제의 비밀] 신선한 소재, 딱 알맞은 온도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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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바이포엠스튜디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지방 소도시에서 국어 교사로 일하고 있는 맹보람(이선빈 분)에게 어느 날 비밀스러운 공문 한 통이 도착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으로 위촉됐다는 내용이다.

벅찬 마음을 안고 수능 출제 본부에 입성하지만 기쁨도 잠시, 동명이인으로 인한 행정 착오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미 휴대전화는 반납했고 출입문은 굳게 닫힌 상황. 결국 출제 본부에 남게 된 맹보람은 쟁쟁한 교수들 사이에서 40일간의 합숙을 시작한다.

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감독 이용재)은 대한민국 2급 국가기밀인 ‘수능 출제’를 위해 40일간 봉인되는 출제 본부에 얼떨결에 합류한 국어 교사 맹보람이 오탈자도 시비도 없는 ‘문제없는 문제’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은 미션 코미디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해치지 않아’의 각본을 쓴 이용재 감독의 연출 데뷔작으로, 이선빈을 비롯해 유재명·김영민·전석호 등이 출연한다.

모두의 관심사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던 ‘수능 출제’라는 소재가 가장 매력적이다. 익숙한 수능의 낯선 뒷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40일간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채 합숙하고 휴대전화도 반납해야 하는 출제 본부의 풍경부터 새롭다. 문제 하나를 두고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이 치열하게 의견을 주고받고, 작은 오류나 시비의 여지까지 잡아내기 위해 수없이 고치고 또 고친다. 실제 수능 출제 과정을 토대로 한 만큼 ‘문제없는 문제’ 하나를 완성하기까지의 고군분투가 꽤 생생하게 다가온다. 

유쾌한 시너지를 완성한 배우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선빈·김영민·유재명·전석호 / 바이포엠스튜디오
유쾌한 시너지를 완성한 배우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선빈·김영민·유재명·전석호 / 바이포엠스튜디오

웃음 타율도 높다. 배꼽 잡을 만큼 큰 웃음이 터지는 건 아니지만 소소한 웃음이 영화 내내 이어진다. 개성 강한 인물들이 한데 모여 부딪치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며 유쾌한 소동극을 완성한다. 더 큰 웃음을 위해 과도한 설정이나 상황을 더하지 않은 것도 좋다. 자칫 과하게 느껴질 수 있는 지점을 적절하게 조절하며 딱 맞는 온도로 웃음을 만든다.

여기에 현실을 향한 풍자를 자연스럽게 녹여내 생각할 거리도 안긴다. ‘공정한 문제’를 만들기 위해 모인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도 학벌과 지위에 따른 위계가 존재하고, 출제위원들은 저마다의 욕심과 이해관계로 부딪친다. 영화는 이 아이러니한 풍경을 유쾌하게 비틀며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배우들의 호연도 힘을 보탠다. 이선빈은 맹보람이 지닌 순수함과 학생들을 향한 진심을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쟁쟁한 교수들 사이에서도 학생들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이는 맹보람의 패기와 진심이 이선빈 특유의 밝고 씩씩한 에너지와 잘 어우러진다.

유재명도 좋다. 문주열은 권위와 욕심을 앞세우는, 자칫 뻔하고 평면적으로 그려질 수 있는 인물인데, 능청스러운 표정과 말투, 노련한 완급 조절을 더한 유재명의 맛깔나는 연기로 입체적으로 살아난다. 비호감 캐릭터가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인물로 완성된 것도 배우의 힘이다. 김영민·전석호를 비롯한 출제위원들도 저마다의 개성과 리듬으로 빈틈을 채우며 제 몫을 충실히 해낸다.

이용재 감독은 “교육이나 학교, 수능을 출제하는 공간의 이야기를 하다 보면 스승과 제자, 어른과 아이의 관계가 더 잘 드러난다”며 “좋은 어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좋은 문제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좋은 어른이란 무엇인가’라는 영화의 질문에 닿는다. 러닝타임 99분, 오는 2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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