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문화원, 유관순·방정환·한용운 AI영화 3편 15일 망우역사문화공원 무료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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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영상 제작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지역 문화기관이 역사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경상북도가 9월 3일부터 5일까지 연 2026 경북 국제 AI·메타버스 영상제(GAMFF)에는 97개국에서 3403편의 AI 영상이 출품돼 전년(1075편)의 3배를 넘었고, 제주특별자치도의 2026 제주 글로벌 AI 영상 공모전에도 101개국 1185편이 접수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 서울의 한 지역 문화원이 공원에 잠든 독립운동가와 아동문학가를 AI 영화로 다시 불러냈다.
서울 중랑문화원(원장 장순열)은 AI영화제 ‘멈춘 시간을 걷다’를 통해 제작한 역사인물 영화 세 편의 시민 무료 상영회를 연다고 8일 밝혔다. 유관순 열사를 다룬 ‘너의 봄’, 소파 방정환 선생을 그린 ‘환등’, 만해 한용운 선생을 기린 ‘만해’로, 10월 1일 시사회를 거쳐 8일 면목역 광장에 이어 15일 망우역사문화공원에서 상영된다.
세 인물은 모두 중랑구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잠들어 있다. 1933년 조성된 망우리공동묘지에서 출발한 이 공원에는 독립운동가와 문화예술인 등 근현대 인물 60여 명이 영면해 있으며, 유관순 열사가 합장된 이태원묘지 무연분묘 합장묘역과 방정환·한용운의 묘가 자리한다. 중랑구는 2020년 7월 서울시로부터 공원 관리를 위임받은 뒤 묘역 21곳을 추가 발굴하고 역사인물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으며, 2022년 4월에는 방문자센터인 중랑망우공간을 열었다. 이번 AI영화제는 이 공원에 잠든 세 인물을 다시 깨어나게 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잇는다는 구상에서 출발했다. 중랑문화원은 서울시문화원연합회 공모 사업에 선정돼 1억 5000만원의 예산을 보조받았고, 고증을 위해 방정환교육지원센터와 지역 사학자, 작가, 언론인 등으로 자문위원회를 꾸려 여러 차례 자문을 거쳤다.
‘멈춘 시간을 걷다’는 ‘망우(忘憂), 근심을 잊은 언덕’을 소재로 공원에 잠든 역사인물들의 이야기를 AI 영상으로 풀어낸 프로젝트다. 기록과 삶을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영상과 이미지로 관객이 인물을 직접 마주하는 듯한 경험을 겨냥했다. 김주신 감독의 ‘너의 봄’은 1919년의 유관순과 2026년의 유관순을 잇는 구성이고, 송영윤·강승표 감독이 공동 연출한 ‘환등’은 소년 방정환이 환등기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난 일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이진호·박진영 감독의 ‘만해’는 만주와 오세암에서의 한용운을 다루며 시 ‘님의 침묵’을 써 내려가는 장면으로 끝난다.
총괄 제작과 상영회 운영은 ‘반지의 제왕’ 등의 특수효과·소품 제작으로 알려진 뉴질랜드 웨타워크숍(Wētā Workshop)의 한국 협력사인 ㈜영화대장간이 맡았다. 세 편 모두 2027년 여러 국제영화제에 출품될 예정이며, 중랑문화원은 망우역사문화공간과 방정환지원센터, 세 인물의 기념사업회, 교육청 등에 영화를 교육자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문화계 인사들은 이번 영화에 대해 “중랑문화원이 전통문화 계승에 머무르지 않고, AI기술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문화영역을 확장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과거의 유관순이 현재의 유관순으로 다시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좋은 시도”라고 평가했다.
지역의 역사 인물과 문화유산을 생성형 AI 영상으로 재해석하는 시도는 올해 공공 영역에서 잇따르고 있다. 같은 중랑구의 중랑양원미디어센터는 문화체육관광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으로 8월 18일부터 11월 24일까지 AI 영화 제작 워크숍을 운영하며 주민들이 망우역사문화공원 인물을 소재로 단편 AI 영화를 직접 완성하도록 하고 있다. 국가유산청과 경상북도, 경주시가 주최한 2026 세계국가유산산업전은 9월 문화유산을 소재로 한 AI 영화를 모은 헤리티지 AI 시네마 특별상영전을 열었고, 제주 글로벌 AI 영상 공모전은 제주 4·3을 현재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는 세션을 신설했다. 생성형 AI로 장영실의 행방을 그린 장편 ‘한복 입은 남자’가 5월 21일 극장 개봉하는 등 국내 AI 영화는 공모전과 영화제를 거쳐 배급·상영 단계로 넓어지는 추세다.
지역 문화원이 보조금 1억 5000만원 규모로 역사인물 AI 영화 3편을 제작해 무료 상영과 교육자료 배포, 해외 영화제 출품까지 잇는 구조를 짠 이번 사례는 공공 문화기관의 AI 영상 활용이 체험 교육에서 제작·배급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15일 망우역사문화공원 상영회는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