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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st BIFF] “여성 영화의 언어는 다르다”… 매기 질렌할이 그린 100세 마릴린 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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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상영 초청작 ‘플레시 임팩트’를 들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매기 질렌할 감독. / 시사위크 DB
특별상영 초청작 ‘플레시 임팩트’를 들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매기 질렌할 감독. / 시사위크 DB

시사위크|부산=이영실 기자  마릴린 먼로가 100세까지 살아 있었다면 어떤 모습일까. 배우에서 감독으로 영역을 넓힌 매기 질렌할이 전 세계가 사랑한 아이콘에게 그가 살아보지 못한 시간을 돌려줬다. 영화 ‘플레시 임팩트’를 통해서다. 

지난 7일 부산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 특별상영 초청작 ‘플레시 임팩트’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매기 질렌할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플레시 임팩트’는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마릴린 먼로가 현재까지 살아 있다면 어떨지 상상에서 출발한 22분 분량의 단편이다. 엘런 버스틴과 다코타 존슨이 각각 노년과 젊은 시절의 먼로를 연기한다.

오랜 시간 여성 배우로 살아온 매기 질렌할이 메가폰을 잡아, 마릴린 먼로의 삶에서 여성과 배우의 경험을 들여다보고 자신만의 시선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완성했다.

이날 매기 질렌할 감독은 “미국에서 마릴린 먼로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나 역시 환상적이고 아이콘적인 이미지로만 알고 있었다”며 “제안을 받았을 때 ‘내가 이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답을 찾기 위해 관련 자료를 읽고 영화도 찾아보며 고민한 끝에 비로소 이야기가 떠올랐다는 그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뒤 그 주말에 각본을 모두 썼다”며 “계속 써 내려가면서 이 프로젝트가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후 엘런 버스틴과 다코타 존슨이 합류하면서 생명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고 돌아봤다.

캐스팅에서도 외적인 재현에 매달리지 않았다. 특히 다코타 존슨을 두고 마릴린 먼로와 닮지 않았다는 점을 고민하기도 했다는 그는 “마릴린 먼로는 아이콘화됐고 하나의 판타지를 주는 사람”이라며 “그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우리가 과연 그의 실제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면보다 외적인 모습이 소비됐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우들이 이미 보여준 모습을 반복하기보다 역할을 통해 스스로에게서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기를 바랐다”며 “누군가 나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봐 줄 때 배우에게는 마법 같은 순간이 찾아온다. 나 역시 배우들에게 그런 순간을 주고 싶었다. 역할을 통해 자신도 몰랐던 것을 발견하고 배우는 순간이 있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매기 질렌할 감독의 상상력, 시선으로 완성된 ‘플레시 임팩트’ 스틸. / 부산국제영화제사무국
매기 질렌할 감독의 상상력, 시선으로 완성된 ‘플레시 임팩트’ 스틸. / 부산국제영화제사무국

매기 질렌할 감독에게 이 작품은 자신이 오랜 시간 몸담았던 배우라는 직업, 나아가 여성으로 살아가는 경험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마릴린 먼로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세상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경험, 특히 여성 배우로 산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며 “나 역시 오랫동안 배우로 활동했다. 그런 경험이 이 작업을 하게 된 이유이자 연출한 이유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랜 배우 생활을 거쳐 각본가와 감독으로 영역을 넓힌 매기 질렌할 감독은 어린 시절에는 여성 감독 자체가 드물었기에 스토리텔러면서 여성이라면 배우가 되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고 했다. 배우로서 오랫동안 큰 만족감을 느꼈지만 어느 순간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 각본을 쓰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길에 들어섰다.

그는 “어느 순간 배우로서 할 것은 다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후 각본을 쓰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여정이 시작됐고 문이 열렸다”며 “그 뒤로는 돌아보지 않았다. 지금은 영감을 갖고 연출하는 일에서 굉장한 편안함을 느낀다”고 했다.

감독이 된 뒤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함께 영화를 만드는 이들의 ‘목소리’다. 매기 질렌할 감독은 배우 시절 자신에게 좋은 경험을 안겨준 감독들을 떠올리며 “훌륭한 감독들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이야기를 듣는 이들이었다”고 했다. 이어 “감독에게 권한이 있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묵살할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영화에는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혼자 상상한 것보다 훨씬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여성 창작자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기회의 중요성에도 주목했다. 여성에게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할 기회가 주어질 때 기존과 다른 관점과 방식의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매기 질렌할 감독은 “많은 여성들이 자신만의 언어와 관점으로 이야기에 접근하고, 집중하고자 하는 주제 역시 다르다”며 “우리가 자라면서 본 수많은 영화는 남성 감독이 만들었고 그중에는 내 인생을 바꾼 훌륭한 작품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여성 영화의 언어는 다르다”며 “많은 관객이 그 언어를 만나기 위해 노력해 줬으면 한다. 여성의 언어를 배우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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