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질문을 영화로, 영화는 관객에게… ‘감독’ 이창동이 걸어온 길

시사위크 조회수  

약 30년 간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쌓아온 이창동 감독. / 네이버영화, 넷플릭스, 그래픽=이주희
약 30년 간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쌓아온 이창동 감독. / 네이버영화, 넷플릭스, 그래픽=이주희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1997년 ‘초록물고기’로 장편 연출에 데뷔한 뒤 ‘박하사탕’ ‘오아시스’ ‘밀양’ ‘시’ ‘버닝’에 이르기까지 이창동 감독은 자신의 속도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쌓아왔다. 스스로 품은 질문을 끊임없이 영화로 옮겨온 그의 작품에 세계 영화제도 꾸준히 응답했다. 그리고 2026년, 이창동 감독은 24년 만에 다시 찾은 베니스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필모그래피에 또 하나의 기록을 더했다.

◇ ‘초록물고기’로 시작된 ‘감독’ 이창동

이창동 감독이 영화계에 발을 들인 것은 1990년대다. 국어교사로 재직하다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소설가로 등단한 그는 박광수 감독의 ‘그 섬에 가고 싶다’(1993)에서 각본과 조감독을 맡으며 영화 작업을 시작했고,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1995)의 각본에도 참여했다.

자신의 이름으로 처음 장편영화를 내놓은 것은 1997년이다. ‘초록물고기’로 감독 데뷔한 이창동 감독은 첫 작품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국내 주요 영화상에서 작품상과 감독상·각본상 등을 휩쓴 데 이어 밴쿠버국제영화제 용호상을 수상하며 해외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두 번째 장편 ‘박하사탕’으로는 칸에 처음 입성했다. 한 남자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개인의 삶과 한국 현대사의 상처를 맞물린 작품으로, 1999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처음 공개된 뒤 이듬해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카를로비바리국제영화제에서는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다.

세 번째 장편 ‘오아시스’는 이창동 감독을 베니스로 이끌었다. 장애가 있는 여성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남성의 사랑을 그린 ‘오아시스’는 2002년 제5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고, 이창동 감독은 은사자 감독상을 품었다. 문소리도 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 신인배우상을 수상했다. 여기에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상까지 더하며 이창동 감독의 이름을 국제무대에 확실하게 새겼다.

◇ 베니스에서 칸으로… 이어진 세계의 주목

‘오아시스’ 이후 이창동 감독은 잠시 영화 현장을 떠났다. 2003년부터 2004년까지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냈다.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다시 돌아간 곳 역시 영화였다. 복귀작은 2007년 선보인 ‘밀양’이었다.

‘밀양’은 이창동 감독과 칸의 본격적인 인연을 열었다. 제6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고, 신애 역의 전도연이 한국 배우 최초로 칸 여우주연상을 품었다. 3년 뒤 내놓은 ‘시’ 역시 칸 경쟁부문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이창동 감독 자신이 각본상을 수상했다.

이창동 감독을 향한 국제적인 주목은 영화제 수상에 그치지 않았다. 2006년에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이후 2009년 제6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 2011년에는 칸 비평가주간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차기작을 만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했지만, 칸은 돌아온 이창동 감독을 다시 불러들였다. ‘시’ 이후 8년 만인 2018년 내놓은 ‘버닝’은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고,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도 수상했다. 이로써 ‘밀양’과 ‘시’ ‘버닝’까지 세 편의 장편이 연이어 칸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이창동 감독. / 넷플릭스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이창동 감독. / 넷플릭스

◇ 8년 만의 귀환… 다시 베니스로

그렇게 다시 긴 시간이 흐른 뒤 이창동 감독은 넷플릭스와 손잡고 신작 ‘가능한 사랑’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오아시스’ 이후 24년 만에 이창동 감독을 베니스 경쟁부문으로 이끌었다.

결과는 또 한 번의 수상이었다. ‘가능한 사랑’은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받은 데 이어 심사위원대상을 품었다. 24년 전 ‘오아시스’로 감독상과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받았던 이창동 감독은 같은 무대에서 다시 두 개의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화제 심사위원이자 시상자로 나선 두기봉 감독은 ‘가능한 사랑’을 두고 “이창동 감독님이 만든 작품들 중에서 이 영화가 가장 성숙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스타일도 매우 섬세하고 은은하다. 영화 속 모든 디테일과 그 안에 담긴 성찰들이 마음에 들었으며 나는 절대 이런 영화를 만들지 못할 것 같다”고 찬사를 보냈다.

◇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봅니다”

이창동 감독은 이번 수상에 기쁨과 감사를 표하면서도 상 자체보다 관객과의 만남에 더 큰 의미를 뒀다. 그는 “황금사자가 아니어서 실망하는 분들도 계신데 저는 이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이 상도 상이지만 이번에 베니스에서 ‘가능한 사랑’을 처음 공개하고 관객과 만났는데, 영화를 본 관객들의 표정과 얼굴이 저한테는 더 중요하다. 그분들과 감정이 오고 가는 느낌이 저에게 아주 큰 힘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은 앞으로도 영화를 만들어갈 힘이 됐다. 이창동 감독은 “이 수상은 저에게 큰 힘이 되고 격려가 됐다”며 “영화를 만들면서 항상 제가 만드는 영화가 저 자신에게도 의미가 있고, 관객들에게도 의미가 있고, 영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가능한 사랑’이 앞으로 관객 여러분들에게 의미 있게 다가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이창동 감독에게 ‘가능한 사랑’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그는 “이제부터 저는 시작이라고 본다”며 “얼마나 많은 관객들과 만나 이 영화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영화에서 하려고 하는 이야기를 관객과 공유하고 서로 공감하게 될지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변함없이 그에게 중요한 것은 관객이다.

+1
0
+1
0
+1
0
+1
0
+1
0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