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불완전함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조쉬 사프디 감독이 말한 ‘마티 슈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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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꿈을 향해 폭주하는 한 청년의 여정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삶을 들여다본다. 영화 ‘마티 슈프림’으로 돌아온 조쉬 사프디 감독은 결함을 지닌 인간을 이해하려는 시선에서 이야기를 출발시켰다고 밝혔다.
‘마티 슈프림’은 아무도 존중해 주지 않는 꿈에 사로잡힌 마티 마우저(티모시 샬라메 분)가 최고가 되기 위해 지옥까지 가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전 세계 유수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44개 부문 수상, 287개 부문 노미네이트를 기록했고, 북미 개봉 이후 북미 9,600만 달러, 전 세계 1억9,000만 달러 이상의 흥행 수익을 올리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입증했다.
메가폰은 ‘굿 타임’ ‘언컷 젬스’ 등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집착을 밀도 있게 그려온 조쉬 사프디 감독이 잡았다. 이번 작품에서는 성공을 향한 집착과 인정받고 싶은 욕망을 특유의 거친 에너지로 풀어냈다. 여기에 티모시 샬라메를 비롯해 기네스 팰트로·오데사 아지온·타일러 더 크리에이터(타일러 오코마) 등이 출연해 몰입도 높은 열연을 펼쳤다.
특히 티모시 샬라메는 성공을 향한 집착과 불안을 품은 마티 마우저로 분해 강렬한 에너지로 극을 이끌었고, 이러한 활약으로 제83회 골든글로브 코미디·뮤지컬 부문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전 세계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26관왕에 오르며 다시 한번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국내에서도 지난 1일 개봉해 흥행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조쉬 사프디 감독은 2일 진행된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의 탄생 과정과 캐릭터 설정, 티모시 샬라메와의 작업 비하인드, 결말에 담긴 의미 등 ‘마티 슈프림’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해당 기사에는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극적인 장면이 많아 허구의 비중이 상당해 보였다. 실제와 허구의 비중은 어떻게 설정했나.
“어디서부터 혼동이 시작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캐릭터는 내가 만들어낸 완전한 허구의 인물이다. 마티라는 이름은 마티 라이스먼과 같지만, 그 이름이 마음에 들어 사용했을 뿐 전혀 다른 캐릭터라고 보면 된다. 물론 그의 전기는 읽었다. 그 책은 내게 탁구의 세계로 들어가는 출입문 같은 역할을 했다. 덕분에 탁구라는 세계를 깊이 이해할 수 있었고 많은 영감을 얻었다. 나의 삼촌도 실제로 탁구 선수였고, 마티 라이스먼과 함께 탁구를 친 적이 있다. 그의 라이벌과는 우리 집에 와 함께 식사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또 그의 전기를 통해 탁구클럽의 활기찬 분위기와 미국에서 탁구가 발전한 과정, 아시아에서 탁구가 붐을 이루게 된 배경 등을 알게 됐다. 무엇보다 탁구를 둘러싼 지정학적 상황과 선수들의 열정적인 모습에서 큰 영감을 받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각본 파트너와 함께 마티 마우저라는 완전히 새로운 허구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탄생한 마티 마우저의 최종 지향점과 그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마티 마우저는 위대함과 무한함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는 인물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그가 자신의 열정만으로 그곳에 닿으려 하지만, 결국에는 예상치 못한 사고를 통해 위대함과 무한함에 다다르게 된다는 것이다. 마티는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는 바로 이 꿈 때문이고, 신이 내게 이런 재능을 준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반드시 위대함에 도달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자신이 이 기술을 갖고 태어난 것에도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개의치 않는다. 그런 믿음을 바탕으로 폭주 기관차처럼 끝까지 밀어붙이며 앞으로 나아가는 인물이다.”
-감독의 작품을 보면 관객이 인물을 완전히 응원하지도, 완전히 미워하지도 못하게 만드는 순간이 반복된다. 이번 작품에서도 마티를 그런 인물로 그린 이유가 궁금하다.
“각본을 함께 쓰는 파트너와 작업할 때 항상 사랑에서 출발한다. 편견을 갖거나 먼저 판단하지 않고, 인간의 불완전함과 복잡한 면모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나는 자라면서 결함이 많은 사람들을 많이 봤다. 그래서 그 사람들 안에 있는 선한 면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했다. 물론 누군가를 싫어하거나 미워할 수도 있지만, 그 안에 있는 좋은 면을 발견하려고 하다 보면 결국 존경과 애정이 생긴다. 그런 경험이 지금도 내 작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티모시 샬라메를 캐스팅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는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눈을 가진 배우다. 내가 만든 마티 마우저가 관객들에게 조금 더 부드럽게 다가가고 애정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티모시가 가진 사랑스럽고 따뜻한 면이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결함과 복잡성을 가진 존재기 때문에, 그 너머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관객이 ‘저 사람은 분명 잘못된 행동을 하는데 왜 나는 응원하고 있지?’라고 느낀다면, 그것은 그 인물에게 존경하거나 공감할 만한 무언가를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 ‘나는 저렇게는 못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과감하게 해내는 사람에게서는 어떠한 영웅성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티모시 샬라메가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완성했다. 감독이 본 티모시 샬라메는 어땠나. 연기에서 특히 강조한 지점이 있다면.
“티모시 샬라메에게 가장 크게 매력을 느낀 부분은 강렬함이었다. 그 강렬함은 보이시한 이미지와 세상을 바라보는 어린아이 같은 눈, 젊은 에너지에서 나온다. 그래서 오히려 부드럽게 다가오는 힘이 있다. 함께 작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티모시는 자신의 작업 방식이 굉장히 구체적인 배우였다. 반면 나는 여러 생각이 한꺼번에 떠오르는 스타일이다. 티모시는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있으면 연출 노트처럼 정리해서 달라고 요청했다. 처음에는 그렇게 맞춰봤지만 나중에는 내 방식대로 작업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해 방식을 바꾸기도 했다. 그만큼 티모시는 연기에 있어서 굉장히 진지하고 집요한 배우라 큰 존경심을 갖고 있다. 책을 읽어달라고 하면 일주일 만에 다 읽고 왔고, 탁구를 배워달라고 했을 때도 대본이 완성되기 전부터 나를 믿고 먼저 연습을 시작할 정도로 작품에 매우 열성적으로 임했다.”
-영화의 마지막은 구원의 해피엔딩으로도, 아메리칸 드림의 실패로도 읽힐 수 있다. 관객이 어떤 감정을 안고 극장을 나서길 바라나.
“관객들이 내 영화를 보고 많이 고민하고 생각해 봤으면 한다. 엔딩이 복잡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해피엔딩이라고 부를 수도 있지만, 동시에 굉장히 씁쓸하고 멜랑콜리한 감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마티는 지금까지 좇은 하나의 꿈을 끝내고 또 다른 꿈을 맞이한다. 하나의 꿈이 죽으면 또 다른 꿈이 태어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게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삶이 망가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끝까지 붙잡았던 꿈은 헛된 것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꿈을 다 꾼 뒤에야 그것이 헛된 꿈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계속 꿈을 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꿈을 꾸는 것 자체가 삶이라고 믿는다.
영화에 사용된 ‘에브리바디 원츠 투 룰 더 월드(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라는 음악도 그런 감정을 담고 있다. 가사는 멜랑콜리하지만, 경쾌한 비트가 더해지면서 복합적인 감정을 만들어낸다. 영화의 엔딩도 그런 감정에 닿아 있다. 마지막에 마티는 자신의 아이를 바라보며 새로운 무한함과 희열을 느낀다. 동시에 관객은 앞으로 그가 어떤 삶을 살아갈지 질문하게 된다. 좋은 아버지가 될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겪었던 아버지의 부재를 되풀이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새로운 여정이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나는 관객들이 ‘이것이 정말 해피엔딩인가’ ‘해피엔딩이란 무엇인가’를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좋겠다.”
-또 다른 엔딩을 구상한 게 있나.
“있었다. 마티가 아이의 탄생을 지켜본 뒤 몽타주 시퀀스가 이어지는 버전이었다. 둘째와 셋째 아이가 태어나고, 반려견이 죽고, 삼촌의 사업을 물려받아 미국 전역에 지점을 낼 정도로 크게 키우는 과정, 롱아일랜드의 대저택으로 이사해 노년을 보내는 모습까지 모두 몽타주로 담았다. 마지막에는 1989년 콘서트장에서 마티가 처음 태어난 아들과 손녀와 함께 공연을 보고 있다. 영화에서 흘러나오던 ‘에브리바디 원츠 투 룰 더 월드’를 무대에서 직접 즐기는 장면이다. 그런데 갑자기 록웰(케빈 오리어리 분)이 뒤에서 나타난다. 수십 년이 지났지만 과거와 똑같은 모습으로 등장해 마티의 목을 뱀파이어처럼 문다. 그런 엔딩도 구상했었다.(웃음)”
-끝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은 항상 가고 싶어 하는 나라 중 하나다. 특히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을 갖고 있다. 한국 관객들도 영화를 굉장히 사랑하고 큰 열정을 갖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내 전작에 보내준 애정도 잘 알고 있다. 감사하다. 직접 한국에 가서 관객들을 만나지 못해 무척 아쉽다. 1950년대 미국의 드리머를 다룬 이 이야기가 많은 분들에게 영감을 주길 바란다. 영감을 주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영화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