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의 감동, 어떻게 현실이 될까… ‘모아나’가 찾은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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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원작의 감동을 어떻게 실사로 옮길 것인가. 디즈니 라이브 액션 영화 ‘모아나’의 배우들과 제작진은 그 답을 ‘정체성’과 ‘진정성’에서 찾았다.
배우 드웨인 존슨과 캐서린 라가이아, 토마스 카일 감독은 29일 진행된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원작의 유산을 잇는 동시에 실사만의 진정성을 담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모아나’는 바다가 선택한 소녀 모아나가 전설의 영웅 마우이와 함께 저주에 빠진 섬을 구하기 위해 미지의 바다로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 오션 어드벤처다. 국내외에서 큰 사랑을 받은 동명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작품이다.
연출은 뮤지컬 ‘해밀턴’으로 잘 알려진 토마스 카일 감독이 맡았다. 또 애니메이션 ‘모아나’의 대표곡 ‘How Far I’ll Go(하우 파 아일 고)’를 비롯한 음악 작업에 참여했던 린 마누엘 미란다가 프로듀서로 합류했다.
특히 폴리네시아 문화권 출신 배우들을 중심에 세우며 원작이 지닌 문화적 정체성을 이어가는 데 집중했다. 주인공 모아나 역에는 사모아 혈통의 신예 캐서린 라가이아를 발탁했고, 사모아계인 드웨인 존슨도 원작 애니메이션에 이어 실사 영화에서도 마우이 역을 맡으며 원작과의 연결성을 더했다.
토마스 카일 감독은 이날 간담회에서 약 3만2,000명의 오디션 지원자 가운데 모아나로 캐서린 라가이아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감정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쉽지 않은 역할이었다”며 “캐서린이 보낸 오디션 영상을 봤을 때 노래를 정말 잘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모아나의 감정과 갈망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 배우라면 캐릭터를 해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드웨인 존슨과의 케미스트리도 중요했다. 토마스 카일 감독은 “드웨인 존슨이 이미 마우이로 존재감을 갖춘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와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배우를 찾는 것도 중요했다”며 “캐서린이 뉴욕에 와 처음 방으로 들어오는 순간 ‘드디어 모아나를 찾았다’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캐서린 라가이아에게 모아나는 단순한 배역이 아니었다. 그는 “어린 시절 애니메이션 속 모아나를 보며 태평양 섬나라 여성을 대표하는 캐릭터를 만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모아나가 보여준 대담함과 용기, 호기심은 자신이 성장하는 과정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이번 작품에서는 그런 정신을 다시 이어가고 싶었다”고 했다.
2016년 처음 만난 ‘모아나’에게 헌사를 보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그 캐릭터를 보며 자라왔고, 그가 가진 용기와 대담함, 호기심을 나 역시 담아내고 싶었다”며 “여러 면에서 모아나와 닮은 점이 많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실제 자신의 경험 역시 모아나의 여정과 맞닿아 있었다. 익숙한 삶의 터전을 떠나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과정에서 느꼈던 설렘과 두려움이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캐서린 라가이아는 “촬영을 위해 집을 떠날 당시 영화 속에서 모아나가 엄마에게 용기를 얻는 장면이 많이 떠올랐다”며 “어머니도 ‘분명 이 역할에 선택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심어주셨다.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모아나의 감정에 깊이 공감했다”고 전했다.
드웨인 존슨은 자신의 문화적 뿌리를 되새기며 마우이를 다시 연기했다고 했다. 가장 공을 들인 부분으로는 마우이의 ‘인간적인 얼굴’을 꼽았다. 애니메이션 속 마우이가 유쾌하고 자신감 넘치는 영웅이었다면, 실사 영화에서는 그 이면에 있는 상처와 나약함까지 함께 담아내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마우이는 여전히 장난기 넘치고 자신감 있고 유쾌한 인물”이라며 “노래도 하고 움직이는 타투와 초능력도 보여준다. 하지만 사람이 직접 연기하는 만큼 조금 더 인간적인 진정성을 담고 싶었다”고 했다.
또 “마우이는 남성적이고 강인한 인물이지만 동시에 자신의 나약함을 드러낼 줄 아는 용기를 가진 캐릭터이기도 하다”며 “사람들은 자신의 약한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지만, 마우이는 모아나를 만나면서 어린 시절 바다에 버려졌던 상처를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모아나가 겉모습이 아닌 내면을 이해해 주는 존재라는 점도 두 사람의 관계를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라고 짚었다.
10년 가까이 마우이와 함께해 온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의 삶도 다시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특히 모아나를 바라보는 마우이의 시선에서 아버지로서의 자신을 발견했다고 털어놨다.
드웨인 존슨은 “마우이는 어느 순간 이 어린 소녀가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막는 것이 아니라 지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며 “딸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도 그렇다. 캐서린을 처음 만났을 때도 낯설고 두려울 수 있는 현장에서 자신의 연기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든든하게 응원해 주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토마스 카일 감독은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창작 파트너 린 마누엘 미란다와 다시 호흡을 맞춘 점도 작품의 든든한 기반이 됐다고 했다. 그는 ‘모아나’의 대표곡을 만든 린 마누엘 미란다와의 인연을 떠올리며 “2002년 처음 만나 함께 작업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대화가 끝난 적이 없다고 해도 될 정도”라며 “창작 파트너이자 친구인 린이 있었기에 새로운 도전을 할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뮤지컬이든 영화든 중요한 것은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일”이라며 “감독의 역할은 정답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와 스태프가 같은 이야기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영화 연출 데뷔작에 가까운 작품이었던 만큼 현장에서는 스스로도 끊임없이 배우려는 자세를 유지하려 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 드웨인을 만났을 때도, 캐서린을 만났을 때도 ‘나 역시 처음이니 함께 만들어가자’고 이야기했다”며 “리더가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배우려 할 때 현장 역시 더욱 솔직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에 대해 토마스 카일 감독은 가장 중요한 장면으로 탈라 할머니가 모아나에게 ‘어디를 가든 항상 함께할 것’이라고 말하는 순간을 꼽으며 “이 한마디에 영화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모두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집을 떠나본 사람도, 소중한 사람을 잃어본 사람도 결국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비록 곁에 없더라도 마음속에는 언제나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존재를 느낄 수 있을 때 우리는 새로운 도전을 향해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것도 먼저 길을 닦아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영화 속 노래와 이야기, 여러 장면에 그런 마음을 담았다. 2016년 ‘모아나’와 ‘모아나 2’를 사랑했던 관객들에게 이번 작품이 그 여정을 함께 이어가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캐서린 라가이아 역시 모아나가 보여주는 도전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모아나는 암초 너머로 나아가기 위해 두려움을 감수한다. 그 과정은 힘들지만 결국 그것을 해냈을 때 느끼는 놀라움과 자부심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라고 생각한다”며 “불가능해 보였던 일에 도전하고 끝내 해내는 모습이 바로 모아나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짚었다.
드웨인 존슨은 한국 관객을 향한 애정을 전했다. 여러 차례 한국을 찾았던 그는 폴리네시아와 한국이 공유하는 가치에도 주목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며 “폴리네시아와 한국은 가족과 공동체를 소중히 여기는 가치관이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문화적인 공감대도 함께 느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 영화는 모험과 웃음은 물론 깊은 감동까지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지금까지 가장 큰 자부심을 갖고 선보이는 작품 중 하나”라며 “한 번 보고 끝나는 영화가 아니라 다시 찾고 싶어지는 작품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는 7월 8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