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 사랑의 또 다른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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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유전병으로 점차 시력을 잃어가는 사진작가 서진(신민아 분)은 어느 날 자신보다 먼저 시력을 잃었지만 도예가로 성공한 쌍둥이 동생 서인(신민아 분)이 죽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모두가 자살이라 하지만, 서진은 무언가 잘못됐음을 직감한다. 동생의 작업실 속 의미를 알 수 없는 작품들, 그리고 그날 그 자리에 있었던 ‘누군가’. 아무도 자살이 아니라는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자, 직접 진실을 좇기 시작한 서진은 점점 꺼져가는 시야 속 범인의 또 다른 표적이 돼간다.
담당 형사 도혁(김남희 분)은 서진의 눈이 돼 함께 사건을 추적하고 서서히 드러나는 실체는 두 사람을 더욱 깊은 혼란 속으로 몰아넣는데…
영화 ‘눈동자’는 유전병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서진이 쌍둥이 동생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추적하다 사건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는 서스펜스 스릴러다. 영화 ‘옆집사람’으로 데뷔한 염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신민아·김남희가 주연을 맡았다.
눈으로 보는 것이 진실을 의미할까. 영화는 점차 시력을 잃어가는 한 여성의 시선을 따라가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 숨겨진 진실을 추적한다. 특히 시력을 잃어가는 설정을 장르적 장치로 활용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서진의 시야가 점차 흐려지고 좁아지는 과정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반영하며 관객 역시 인물의 상태를 간접 체험하게 만든다.
멀쩡하게 보이던 대상이 흐릿하게 번지고 눈앞의 존재가 누구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순간들이 반복되면서 불안감은 배가된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착각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서 눈앞의 모든 것을 의심하게 한다. 그 결과 서진이 느끼는 공포와 압박감은 자연스럽게 관객의 몫이 된다.

시각적 서스펜스는 사운드와 만나 한층 확장된다. 폭우 소리와 어둠 속 인기척, 발소리 등 다양한 소리를 활용해 긴장감을 쌓아 올린다. 시각이 제한될수록 다른 감각은 더욱 예민해지고 보이지 않는 존재의 위협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이 같은 감각적 연출은 서진의 불안과 공포를 더욱 실감 나게 전달한다.
미스터리 구조 역시 흥미롭다. 서진이 진실에 다가갈수록 의심의 대상을 끊임없이 바꿔놓는다. 초반부터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스토커를 비롯해 여러 인물을 용의선상에 올려놓는데, 특정 인물을 범인으로 확신하려는 순간마다 새로운 단서를 던지며 추측의 방향을 흔든다. 누구도 쉽게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며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 자체를 또 다른 긴장 요소로 기능하게 한다.
다만 후반부에는 다소 호불호가 갈릴 여지도 있다. 영화는 범인을 둘러싼 비밀이 드러난 이후 집착과 결핍, 상실에 관한 심리극으로 무게중심을 옮긴다. 타인을 향한 보호와 애정이 왜곡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사랑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 과정에서 일부 설정과 표현 방식은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보는 이에 따라 다소 과장되거나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에 전반부가 쌓아 올린 긴장감이 일부 희석되는 아쉬움도 남는다.
배우들은 호연을 펼친다. 신민아는 시력을 잃어가는 서진의 불안과 공포, 진실을 향한 집념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극의 중심을 단단히 이끈다. 특히 제한된 시야 속에서 혼란과 두려움을 겪는 인물의 심리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며 몰입도를 높인다. 김남희 역시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인물의 다층적인 면모를 밀도 있게 그려내며 강한 인상을 남긴다. 러닝타임 104분, 오는 2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