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정우 감독 “네 번째 연출, 욕심내지 말자 깨달음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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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개봉한 영화 ‘윗집 사람들’은 ‘롤러코스터’와 ‘허삼관’ ‘로비’에 이어 하정우의 네 번째 연출 작품이다. 앞서 지난 4월 개봉한 ‘로비’로 아쉬운 성적표를 받은 하정우 감독은 ‘윗집 사람들’로 또 한 번 감독 시험대에 오른다.
하정우 감독은 2일 ‘윗집 사람들’ 인터뷰로 만난 자리에서 “이것도 운명이려니 생각한다”고 한 해에 두 편의 연출 작품을 선보이게 된 상황을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연출로는) 네 번째 작품이니까 나아져야 한다”는 말로 관객의 평가를 앞둔 긴장감을 내비쳤다.
●”섹스 코미디 아닌 관계 회복 드라마”
‘윗집 사람들’은 매일 밤 윗집에서 들려오는 야릇한 소리에 참다 못해 윗집 부부를 초대해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아랫집 부부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는 한 식탁에 마주 앉아 성에 관한 수위 높은 대화를 나누는 두 부부의 은밀한 욕망과 진심을 비춘다. 스페인 영화 ‘센티멘탈’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하정우 감독은 “원작은 담백하게 흘러가는데도 작품이 주는 여운이 컸다. 찡했다”고 원작에 매료돼 이 작품을 연출한 사실을 밝혔다.
“관객은 몇 가지 정보를 바탕으로 섹스 코미디로 알고 영화를 보러 올 텐데 ‘윗집 사람들’은 웃음도 있지만 사실은 관계 회복에 관한 작품이에요. 코미디보다도 영화에 숨어있는 드라마가 이번 영화의 비장의 카드입니다.”

하정우 감독은 ‘윗집 사람들’을 만들면서 별도의 리딩 배우를 섭외하고 개그맨의 감수를 받을 만큼 시나리오 작업에 공을 들였다.
“전작이 공감을 얻지 못한 부분에 대해 점검하면서 배우들과 더 많이 얘기하고 리딩도 더 많이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배우들과 음색이 비슷한 리딩 배우 네 명을 섭외해서 1주일에 5일씩 만나면서 리딩하고 수정하기를 반복했어요. 친한 개그맨들에게 감수도 받고, 연출부에 요청해서 10대들이 즐겨 쓰는 말도 수집했어요. 한순간도 허투루 치는 대사가 없기를 바랐죠.”
●전체 자막을 넣고, 공효진을 섭외한 이유
그가 이번 작품의 시나리오와 대사에 특별히 공들인 데에는, ‘윗집 사람들’이 한정된 공간에서 두 부부의 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작품 전체에 자막을 삽입하는 파격 시도를 했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대사가 안 들린다’는 얘기를 많이 하더군요. 제 영화뿐 아니라 다른 영화에 대해서도요. 개인적으로는 앞서 세 작품을 하면서 ‘좀 더 표현했어야 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그게 저한테는 스트레스였어요. 그래서 이번 영화는 시작할 때부터 표현의 수위를 ‘끝까지 밀어붙여 보자’ 마음먹었어요. 자막을 풀로 넣은 것도 같은 이유예요. 자막으로 인한 단점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대사를 놓치지 않으면서 감정을 차곡차곡 쌓게 하는 것이 더 중요했어요.”

‘윗집 사람들’은 원작과 달리 아랫집 남편이 아닌 아내 정아의 감정에 이입해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이 역할을 하정우 감독과 ‘러브픽션’ ‘577프로젝트’로 인연 깊은 공효진이 연기했다. 두 사람은 ‘윗집 사람들’로 13년 만에 다시 작품 인연을 맺었다. 하정우 감독은 “공효진 밖에 없었다”고 신뢰를 보였다.
“처음 원작을 보고 나서 영화로 만들기로 결심했을 때 단순하게 이 이야기는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더 재밌을 것 같았어요. 특히 공효진은 다른 배우들과 연기하는 방식이 달라요. 매번 쓰는 단어나 리듬이 달라서 날 것 같은, 사실적인 화술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 화술을 가진 공효진이 연기하면 이런 이야기가 현실성을 얻어서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이번 영화 작업하며 피로감 느낀 적 없어”
‘윗집 사람들’에 대한 하정우 감독의 만족도는 높다. 후반 작업을 하면서 그렇게 영화를 많이 보면서도 “전혀 피로감을 느끼지 못했다”는 그의 말에서 작품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부산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제에 초청돼 직접 체감한 관객의 호의적 반응도 힘이 됐다.
“돌이켜 보면, 지금까지는 작품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했어요. 캐릭터도 이야기도 과했어요. 연출자로서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인지 조급했었나 봐요. 이번 작품은 네 명밖에 나오지 않는데도 오히려 이야기에 집중력과 밀도가 생겼어요. 그러면서 깨달았죠. ‘아, 그동안 내가 과했구나’라는 것을요. 이번 영화를 통해서 욕심을 내려놓게 된 것이 저한테는 큰 의미예요.”
‘윗집 사람들’의 개봉과 홍보 활동을 마치면, 감독 하정우는 배우 하정우로 복귀한다. 그는 현재 촬영 중인 tvN 새 드라마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으로 안방극장 복귀를 앞두고 있다. TV 드라마는 2007년 MBC 드라마 ‘히트’ 이후 무려 19년 만의 일로 내년 상반기 방송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