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중과 상연은 친구였지만, 선망과 원망을 오가며 두 번의 절교 끝에 마지막에는 서로를 이해하고 이해받게 되는 친구의 이야기로 눈물 나는 넷플릭스 드라마였다.
두 사람의 사이에 남자가 끼어들어 갈등이 증폭된 점은 아쉽기도 했으나, 그만큼 첫사랑이 친구의 연인이 되었다는 사실이 상연(박지현)의 마음을 더 아프게 만들었다.
이 드라마의 중심에는 친구 사이에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이 있다. 동경하고 좋아했지만, 동시에 질투하고 미워하기도 했던 마음.
우정은 때로 사랑으로 인해 갈등을 낳았고, 자기 파괴적인 화살이 친구를 향하기도 했다.
겉으로는 다 가진 것처럼 보였던 상연은 오히려 마음이 가난했다. 자격지심과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반면 가진 것이 없었지만 마음을 나눌 줄 알았던 은중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상연은 그런 은중이 부러웠고, 그 사랑받는 모습이 질투로 변질되었다.
친구 사이의 관계는 따뜻한 위로이자 가장 큰 지지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동경과 선망에서 출발한 마음은 곧 질투와 비교로 바뀌고, 그 과정에서 피해의식과 자격지심이 자라난다.
늘 더 가진 것 같고, 더 사랑받는 것처럼 보이는 친구 앞에서 나는 부족하고 뒤처진 존재처럼 느껴진다. 작은 말 한마디에도 상처를 받게 된다. 그렇게 쌓인 감정은 결국 관계를 무겁게 만들고, 친구를 향한 시선을 왜곡한다.
자격지심은 또 다른 그림자다. 내가 가진 것은 초라하고, 친구가 가진 것은 빛나 보인다. 그 차이를 견디지 못하면 우정은 응원이 아닌 경쟁이 된다. 좋아하면서도 미워하고, 가까이 있고 싶으면서도 밀어내는 모순 속에서 마음은 점점 피폐해진다.
결국 그 감정은 자기 자신을 파괴하고, 동시에 친구마저 무너뜨리고 싶은 충동으로 번진다. 너도 나처럼 아파야 한다고 말한 상연이다.
천상연은 영화사 대표가 된 후 백상예술대상 수상 소감에서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친구 류은중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중에게 그것은 어이없는 일이었다. 두 사람은 이미 10년 전 절교한 사이였기 때문이다. 상연이 은중이 기획한 영화를 가로채 큰 성공을 거둔 뒤였고, 은중은 배신감 속에 관계를 끊었다.
그런데 10년 만에 다시 연락해온 상연은 말기암에 걸려 있었고, 조력 사망을 위해 스위스로 함께 가 달라고 부탁한다. 은중은 그건 폭력적인 일이라며 처음엔 단호히 거절한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1992년, 11살 때였다. 공부도 잘하고 집안 배경도 좋았던 상연은 은중의 동경의 대상이었다. 반면 은중은 아버지가 없는 결핍을 안고 자랐고, 좋아했던 담임 윤현숙 선생님이 상연의 엄마였다는 사실은 더 큰 충격과 부러움이었다.
윤 선생님은 은중에게 따뜻한 어른이었지만, 상연은 엄마가 은중을 각별히 여기는 것을 시샘했다.
중학생이 된 두 사람은 수학여행에서 춤을 추며 가까워졌다. 그러나 상연의 오빠 천상학의 죽음은 모든 관계를 뒤흔들었다.
사진을 사랑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경영학과에 진학했던 상학은 군 입대를 앞두고 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은중은 상학의 카메라를 물려받았고, 대학교 사진동아리에서 김상학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5년 만에 다시 만난 은중과 상연은 다시 친구가 되지만 김상학이 상연의 첫사랑이었다는 게 문제였다. 그리고 상연은 친오빠 천상학의 죽음에 자신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때 힘이 돼준 게 온라인에서 이야기 나눴던 김상학이다.
상연은 자신의 첫사랑 김상학이 은중과 사귀고 있었기에 상연의 질투와 집착은 더욱 깊어졌다. 은중은 상학과 이별했고 상연은 은중에게 절교하자고 했다. 이후 두 사람은 30대에 PD가 되어 다시 만난다.
영화 촬영 감독이 된 김상학을 아직 좋아하고 있었던 상연은 마음을 고백했지만 김상학은 여전히 은중을 좋아하고 있었다. 은중은 김상학과 다시 시작할 마음이 없었다.
상연은 비뚤어진 마음으로 은중에게 “네가 멀쩡한 게 싫다. 너도 망가졌으면 좋겠다”고 상처를 남겼다. 이후 상연은 영화사를 차리며 은중의 기획안을 가로채 성공했고, 두 사람은 다시 절교했다. 20대에 한 번 30대에 한 번 두 번 절교를 했던 친구였다.
은중은 영화판을 떠나 드라마 작가로 새 삶을 시작했다. 세월이 흘러 40대가 된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상연은 가족을 잃고 혼자가 되었고, 은중은 여전히 상연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러나 상연은 고백한다. 엄마도, 오빠도, 첫사랑도 모두 은중을 좋아했다고. 나는 네가 부러워서, 미워서, 힘들었다고.
상연의 결혼생활도 오래가지 못했다. 불행한 결혼 생활을 6년이나 버틴 이유는 은중에게 나를 받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결국 이혼했고, 아무도 자신을 받아주지 않았다고 털어놓는다.
마지막 순간, 은중은 결국 상연의 부탁을 받아들이고 스위스로 함께 간다. 상연은 죽을 때 외롭지 않고, 너와 함께 있으니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다고 말한다. 존엄하고 행복한 죽음이었다. 조력 사망을 앞두고 상연은 다시 만나면 좋은 친구가 되어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눈을 감는다.
은중은 상연의 일기장을 바탕으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드라마 대본으로 남긴다. 그렇게 상연은 영원히 이야기 속에 살아 있게 된다.
이 넷플릭스 드라마는 친구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다루며, 나를 이해하고 받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일깨운다. 미워하고 사랑했던 친구 상연은 끝내 은중에게 이해를 받았고, 은중은 친구를 글 속에 영원히 품었다.
안녕
사랑하고 미워했던 나의 친구, 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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