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돌’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부터 ‘경쟁영화제’로 변신하며 다채로운 작품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전 세계 유명 영화인들이 대거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게스트 라인업”을 자신했다. 한국영화의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 영화제가 위기 극복을 기원하는 축제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도 희망했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BIFF) 개최 기자회견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박광수 이사장, 정한석 집행위원장, 김영덕 마켓위원장, 박기언 수석 프로그래머가 참석해 올해 개막작과 초청 영화, 주요 행사 그리고 영화제 특징과 방향성 등에 대해 공개했다.
이날 박광수 이사장은 “올해는 경쟁 부문이 처음 만들어졌고, 14편 경쟁 부문의 영화들이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라며 “영화제의 정체성을 끈질기게 구현하려고 노력했다. 새로운 포맷이 한 번에 잘 완성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계속 고민하고 수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올해 공식 상영작은 64개국에서 초청된 241편으로 지난해에 비해 17편 늘었다. 시민 친화적 프로그램인 커뮤니티비프 상영작까지 합하면 전체 상영작은 328편이다. 영화의전당 등 기존 상영관 외에 관람의 편의성을 위해 CGV 센텀시티 아이맥스관, 동서대학교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등을 추가했다.
개막작은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가 선정됐다. 해고된 회사원이 가족과 집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로, ‘헤어질 결심’ 이후 박 감독의 3년 만의 신작이자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를 원작으로 한다.
무엇보다 지난해까지 비경쟁 영화제로 운영했던 부산국제영화제는 30주년을 맞아 본격적인 경쟁부문을 신설해 아시아의 시선으로 아시아영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이번 경쟁부문에는 아시아 주요 14편이 초청됐고 이 영화들 중 대상,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5개 부문에서 ‘부산 어워드’를 시상한다.
장률 감독의 ‘루오무의 황혼’을 비롯해 스리랑카 비묵티 지야순다라의 ‘스파이 스타’, 중국 비간 감독의 ‘광야시대’, 일본 미야케 쇼 감독의 ‘여행과 나날’ 그리고 ‘아노라’ 션 베이커 감독이 프로듀서를 맡은 ‘왼손잡이 소녀’, 대만을 대표하는 배우 수치(서기)의 연출 데뷔작 ‘소녀’, 수지 이진욱이 출연하고 임선애 감독의 연출한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한창록 감독의 ‘충충충’ 등이 있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공인된 거장 감독부터 데뷔 감독까지 아시아 영화의 수작들이 선정됐다”며 “동시대 아시아영화의 흐름과 새로운 영화 언어의 가능성을 제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경쟁부문은 처음이지만, 질적으로 뛰어난 작품을 확보했다. 열네 편의 작품들이 모여서 아시아 영화의 흐름과 비전, 경향을 보여주면서 동시대 가장 뛰어난 아시아영화들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보여줄 수 있으면 좋곘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에는 이란의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선정됐으며, 한국영화공로상은 정지영 감독, 까멜리아상은 대만 출신 실비아 창 감독에게 돌아갔다. 정 집행위원장은 “수년 전부터 자파르 파니히 감독에게 이 상을 헌사하고 싶었다”며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받기 전부터 제안해 수락받았다”고 이야기했다.
한국독립영화를 발굴하고 지지했던 한국영화의 오늘 – 비전 섹션은 ‘비전’ 단독 섹션으로 독립했고, 아시아 전역으로 넓혀 아시아와 한국으로 새롭게 운영한다. 아시아 11편, 한국 12편이 선정돼 독창적인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별기획 프로그램도 30주년을 기념해 대거 늘었다. 아시아영화의 흐름을 재조명하고 영화사적 가치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아시아영화의 결정적 순간들’을 선보인다. 이탈리아의 ‘마지막 거장’으로 평가받는 마르코 벨로키오가 생애 처음으로 아시아 영화제를 찾고, 그의 여덟 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세계적인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의 특별전을 통해 그의 작품 세계도 조명한다.
국내외 영화 및 문화계 명사들이 자신들이 사랑하는 영화를 직접 선정하고 관객과 대화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봉준호 감독부터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연출한 매기 강 감독, 배우 강동원 등이 참여한다.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스페셜 싱어롱으로 관객들을 찾는다.
재일교포 이상일 감독이 연출한 ‘국보’를 비롯해 변성현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굿뉴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그저 사고였을 뿐’ 등은 갈라 프레젠테이션으로 만난다. 거장의 최신작을 만날 수 있는 아이콘 섹션의 작품은 지난해 17편에서 올해 33편으로 늘어 역대 가장 많이 초청됐다.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 리메이크로 화제가 된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부고니아’ 등을 만날 수 있다.

● 그래서 누가 오나?
정 집행위원장은 “30회를 맞아 한국영화인들의 참여 의지가 높았다”면서 박찬욱 이창동 봉준호 류승완 김지운 임순례 김성수 장재현 민규동 감독 등의 참석을 알렸다. 해외 감독으로는 지아장커를 비롯해 두기봉, 차이밍량, 션 베이커, 마이클 만, 기예르모 델 토로 등이 초청 명단에 올랐다. 마르코 벨로키오와 줄리에트 비노슈의 참석도 눈길을 끈다.
일본의 와타나베 켄, 니시지마 히데토시, 오카다 준이치, 오구리 슌과 홍콩의 량자후이(양가휘), 대만의 이강생, 수치, 구이룬메이(계륜미), 쉬광한(허광한)도 참석한다. 정 집행위원장은 “이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기념비적인 자리를 만들었다는 자긍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수상작과 수상자는 폐막식 현장에서 공개된다. 박 이사장은 “폐막식 당일 오전에 열리는 기자회견에서도 공개되지 않고, 배우와 감독 역시 폐막식에 입장할 때까지 수상 여부를 알 수 없다”면서 “긴장감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더했다.
정 집행위원장은 “현재 한국영화가 위기에 처해있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며 “30회를 맞은 올해 영화제가 한국영화 위기 극복과 재도약을 기원하는 축제의 현장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다음 달 17일 개막해 26일까지 열흘간 열린다.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리는 개막식 진행은 배우 이병헌이, 폐막식은 배우 수현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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