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그립지만…”
그가 가족들을 만날 수 없는 사연
개그맨 정명재가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했던 사연이 공개되며 대중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의 유쾌한 개그맨 시절과는 다른 외로운 현실은 많은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정명재는 과거 ‘네로 25시’에서 페트로니우스 역으로 큰 인기를 끌며 골뱅이와 맥주를 유행시킨 장본인으로 기억된다. 당시 술 취한 연기를 하며 “골뱅이”라는 단어를 종종 언급했는데, 이로 인해 골뱅이가 맥주와 함께 전국적으로 사랑받는 메뉴가 됐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는 그 에피소드를 회상하며 농담조로 “골뱅이 깡통을 한 번도 제공받지 못했다. 참 의리가 없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그의 웃음 뒤에는 씁쓸한 현실이 숨어 있었다.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이유
정명재는 현재 29년째 기러기 아빠로 살아가고 있다. 1985년에 결혼한 그는 가족을 위해 1995년 아내와 두 자녀를 미국으로 보냈다. 그 후 그는 홀로 남아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한때 여의도에서 작은 이벤트 회사를 운영하며 자리를 잡으려 했지만, IMF 경제 위기로 인해 회사가 무너졌다. 방송계 역시 세대 교체 바람이 불며 설 자리를 잃은 정명재는 미국에 생활비를 송금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다.
정명재는 “환율이 너무 올라서 돈을 보낼 때마다 휘청거렸다”며 “미국에 갈 때마다 큰돈이 들었기 때문에 자주 갈 수 없었다. 가족들에게 보낼 돈도 빠듯했다”고 말했다.
미국에 가족을 보내놓고도 그들과 자주 만날 수 없었던 그는 오랜만에 미국으로 건너갔을 때 딸에게 받은 차가운 반응을 떠올리며 “공항에서 딸이 나를 피해 다가오지 않더라. 그때 정말 많이 울었다”고 고백했다.
딸과의 서먹해진 관계를 회복하는 데 며칠이 걸렸지만, 정명재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고, 그 이후로는 가족을 직접 만나기 어려웠다.
홀로 한국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시간을 보내는 정명재는 가끔 자식들이 어렸을 때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추억에 잠긴다. 그는 앨범을 꺼내며 “아이들과 함께 방학 과제를 하던 때가 그립다”고 말했다. 그의 집에는 오직 TV 소리만이 움직이고 있을 뿐, 그 외에는 정적만이 감돈다고 한다.
그는 “혼자 살면 밥을 먹는 게 힘들다. 같이 먹을 사람도 없고, 혼자서 해 먹기도 좀 그렇다. 식당을 차리고 나니 식사는 해결돼서 좋다”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현재 정명재는 가족이 한국으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지만, 미국에 적응한 가족들과의 거리는 여전히 멀게만 느껴진다. “나는 영어도 못 하고, 미국에 지인도 없다”며 고립된 자신의 상황을 털어놓은 그는 여전히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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