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구 좋아서 한국까지 날아온 싱가포르 국민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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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포테이토 지수 83%] 싱가포르 ‘아줌마’, 한국서 자아찾기 대모험

“화장하고 머리를 자르고 멋진 여자로 태어날 거야…”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익숙한 언어의 노래가 나온다. 다비치, 씨야, 티아라가 부른 곡 ‘여성시대’는 외로워도 사는 게 슬퍼도 당당하고 꿋꿋하게 나를 위해 변할 거라는 다짐으로 가득 찬 노래다.

이 노래를 들으며 신나게 춤을 추는 여성은 다름 아닌 싱가포르 중년 여성 림메이화(홍휘팡)다. 그는 한국 드라마의 열성 팬이다. 남편이 세상을 떠났고, 아들도 일자리를 찾아 미국으로 떠나겠다고 선언하면서 결국 그녀의 곁에는 한국 드라마만 남는다.

우여곡절 끝에 아들과의 한국 여행을 준비하면서 설레는 일상을 보낸 것도 잠시, 아들은 미국 면접 때문에 함께 한국에 가지 못한다고 말한다. “직장 일도 중요하다”는 아들을 어찌 말리겠느냐. 여행을 포기하려던 림메이화는 “환불이 안 된다”는 여행사의 말에 망설이다 홀로 한국으로 떠난다.

● K드라마 팬, 한국에 낙오되다

영화 ‘아줌마’는 한국과 싱가포르의 첫 합작영화이자, 전체 분량의 80%를 한국에서 촬영한 허슈밍 감독의 첫 연출 데뷔작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마치 외국인 친구들의 한국 여행기를 담은 TV프로그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떠올리게 한다. 한류스타 여진구를 만나러 한국으로 패키지여행을 온 싱가포르 아줌마가 혼자 낙오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소동극이다.

‘아줌마’는 개봉에 앞서 지난해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의 떠오르는 신예 감독을 발굴하는 뉴 커런츠 부문에 초청됐다. 3차례 공식 상영 모두 매진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림메이화는 자신보다 아들이 늘 먼저다. 아들만 주려고 소고기를 굽고, 남편 기일에도 “우리 아들 건강하고 복 많이 받게 지켜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아들의 표정이 편하지만은 않다. 아들은 엄마의 곁을 떠나려고 하고, 림메이화는 이런 아들의 속내를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척한다.

답답한 일상의 한 줄기 빛으로 난생처음 한국 땅을 밟는 림메이화 앞에는 예기치 못한 일들이 펼쳐진다. 어딘가 허술한 가이드 권우(강형석) 때문에 서울에 온 첫날 무리에서 벗어난 그는 아파트 경비원 정수(정동환)의 도움을 받는다. 구사할 수 있는 영어를 동원해 림메이화에게 말을 건네는 정수의 따스한 모습에서 림메이화는 이웃의 정을 느끼고, 그렇게 혼자만의 여행을 시작한다.

림메이화는 낯선 곳에서의 경험과 낯선 이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자신에 대해 알아간다.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권우를 ‘불꽃 드라이브’로 추격하면서 자신도 몰랐던 재능을 찾기도 한다.

● 싱가포르 국민배우, 홍휘팡의 힘

영화는 자식 뒷바라지에 헌신한 중년 여성의 삶을 통해 공감의 폭을 넓힌다. 림메이화를 한국 중년 여성에 대입해도 무방할 정도로 보편적인 정서를 자극한다. 중년 여성의 이야기를 성장 서사로 풀어낸 감독의 시선이 따스하다.

싱가포르의 ‘국민배우’로 통하는 홍휘팡의 역할이 크다. 어설프게 한국말을 하거나 한국에 내리는 눈을 보며 맑고 환한 미소로 춤을 추는 홍휘팡의 사랑스러운 모습은 보는 이들을 웃음 짓게 한다.

정동환은 온화한 미소와 따뜻한 말투로 림메이화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강형석은 철없지만 미워할 수 없는 청년의 모습으로 림메이화가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볼 수 있도록 돕는다. 이어 림메이화의 자아찾기 대모험까지 함께한다. 한류스타 역의 여진구도 영화 중간 모습을 드러내 반가움을 더한다.

허슈밍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아줌마라는 단어의 부정적인 뉘앙스보다, 긍정적인 의미를 더하고 아줌마들이 당당하게 나아가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아줌마’의 영어 제목은 발음을 그대로 표기한 ‘Ajoomma’다. 다만 허 감독은 중년 여성의 밝은 미래를 기원하는 뜻에서 중국어 제목은 ‘꽃길 아줌마’로 지었다.

감독: 허슈밍 / 출연: 홍휘팡, 정동환, 강형석, 여진구 외 / 제작: 더웨일컴퍼니 / 개봉: 11월29일 /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장르: 드라마, 로드무비 / 러닝타임: 9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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