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의 새 얼굴, 클래식의 탈을 쓴 ‘치정’과 ‘욕망’의 이야기
전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손꼽히는 여성 지휘자 마에스트라와 그가 펼치는 폭풍 같은 음악의 세계를 다루는 줄로만 알았더니 막상 베일을 벗은 드라마는 처절한 욕망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영애가 주연한 tvN 토일드라마 ‘마에스트라'(극본 윤민지·연출 김정권)의 시청률이 수직 상승하고 있다. 지난 9일 첫방송에서 4.2%(닐슨코리아·전국기준)로 출발한 시청률이 가장 최근 방송인 17일에는 6.1%까지 올랐다. 매회 상승 곡선을 그린 끝에 얻은 기록이다.
‘마에스트라’는 본 방송 직후 디즈니+를 통해서도 곧바로 작품을 공개하고 있다. 다소 시간 차를 두지만 사실상 동시 공개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특히 같은 시간 KBS 2TV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이 방송하는 경쟁 상황에서도 시청자의 관심이 꾸준히 집중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 ‘클래식인줄 알았더니 부부의 세계”
‘마에스트라’는 이영애가 펼치는 ‘원맨쇼’에 가까운 드라마다. 타이틀롤을 맡은 그가 작품 전체를 아우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상 공개된 이야기에서 이영애의 활약은 예측을 뛰어넘는다.
숱한 ‘전설적인 스토리’를 가진 천재적인 지휘자라는 설정의 주인공 차세음 역을 소화하고 있는 이영애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세계적인 성공이 보장된 자리를 뒤로하고 귀국해 서울의 한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는다. 처음에는 미스터리한 인물로만 묘사되지만 극이 진행되면서 비밀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갈등이 증폭되면서 긴장도 고조된다.
전체 12부작으로 이뤄진 ‘마에스트라’는 그만큼 이야기 전개 속도 역시 빠르다. 극 초반 차세음과 오케스트라 단원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종의 ‘기싸움’을 통해 클래식 음악계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드라마는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점차 차세음과 그 주변 인물들이 얽힌 치정과 욕망의 서사를 거침없이 풀어낸다.
그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이영애와 남편 역의 김영재, 그의 내연녀이자 오케스트라 단원인 이시원, 이영애의 과거 연인이자 아직도 잊지 못해 주변을 맴도는 재력가 이무생이 얽힌 복잡한 관계에 깊이 빠져들고 있다.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된 이영애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선택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행동들, 그 가운데 드러나는 남편의 비겁함과 내연녀의 당돌함, 그 상황 안으로 어떻게든 들어가려고 하는 이무생의 욕망이 어우러진 이야기에 시선을 떼기 어렵게 한다.
일부에서는 ‘클래식 드라마인줄 알았더니 부부의 세계였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불륜과 치정이 엃힌 소재가 워낙 강력한 힘을 발휘하면서 여성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이야기가 다소 뒤로 밀리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어서다.
● 이영애와 ‘이무생로랑’이 선사하는 팽팽한 긴장감
그럼에도 시선을 뗄 수 없는 인물은 바로 이영애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와 카리스마를 갖춘 지휘자 역을 맡은 이영애는 최근 주연한 드라마 ‘구경이’를 통해 도전한 탐정 범죄물에 이어 또 한번 과감한 연기 변신을 시도해 호평받고 있다. 극중 차세음이 벌이는 도가 지나친 언행,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대담한 행보를 ‘설득력있게’ 표현하면서 시청자의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런 가운데 최근 차세음이 감춘 비밀이 드러나 극의 긴장감이 한껏 고조되고 있다. 언제 시력을 잃을지 모르는 유전성 희귀병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는 차세음의 불안이 이영애의 흔들리는 눈빛을 통해 고스란히 시청자에게도 전달된다.
이영애와 이무생이 쌓아가는 위태로운 관계도 시청자의 시선을 붙잡는 요인이다.
극중 두 사람은 20대 시절 미국에서 뜨겁게 사랑했던 관계. 이무생은 자신을 떠나 음악을 선택한 이영애를 잊지 못해 그가 지휘를 맡은 오케스트라까지 인수하는 등 재력을 휘두른다.
둘이 관계에서 이무생은 타이틀롤 이영애 못지 않게 강력한 긴장을 유발하는 존재로 활약한다. 일찍이 김희애와 호흡을 맞춘 ‘부부의 세계’에서 마음에 품은 사람의 곁을 듣든하게 지키는 캐릭터로 사랑받으면서 ‘이무생로랑’이라는 달달한 별칭까지 얻은 그가 이번에는 분위기를 바꿔 욕망을 숨기지 않고 직진하는 캐릭터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