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선균이 20년이 넘는 연기 인생을 뒤로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향년 48세.
서울 성북경찰서는 27일 이선균이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에 세워진 차량 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날 아내 전혜진은 오전 10시 12분쯤 경찰에 ‘남편이 유서 같은 메모를 작성하고 집을 나섰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오전 10시 30분쯤 이선균 차량을 발견했다. 차량 내부에서는 번개탄 1점이 발견됐으며 경찰은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던 유명 배우가 마약 수사 선상에 올랐다는 소식으로 충격을 안긴 지 69일 만에 벌어진 비극이다. 이선균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대중들은 황망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선균은 지난 2001년 뮤지컬 ‘록키호러쇼’로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 ‘하얀거탑(2007)’, ‘커피프린스 1호점(2007)’, ‘파스타(2010)’, ‘골든타임(2012)’, ‘미스코리아(2013)’,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2016)’, ‘나의 아저씨(2018)’, ‘법쩐(2023)’ 등에 출연했다.
특히 그는 ‘파스타’를 통해 “봉골레 하나”라는 명대사를 남기며 큰 사랑을 받았다. 가수 아이유와 함께 출연한 ‘나의 아저씨’에서도 중후한 보이스와 완벽한 내면 연기를 선보여 대중들에게 ‘인생 드라마’로 평가받기도 했다.
이선균은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에서도 활약했다. 그는 영화 ‘체포왕(2011)’, ‘화차(2012)’,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끝까지 간다(2014)’, ‘성난 변호사(2015)’, ‘기생충(2019)’, ‘킹메이커(2022)’, ‘잠(2023)’ 등에서도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기생충’을 통해 2020년 제26회 미국배우조합상 영화 부문 앙상블상까지 받으며 화려한 연기 인생의 정점을 찍어나갔다.
그러나 이선균은 지난 10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혐의로 입건,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마약 정밀 검사는 음성으로 판정됐지만 강남 유흥업소 여실장 A씨(29)가 이선균과 자신의 집에서 여러 차례 마약을 투약했다고 주장한 진술을 바탕으로 수사가 계속됐다.
A씨는 경찰 수사 직전 이선균에게 ‘해커에게 협박 받고 있다’며 3억 5000만 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마약 전과 5범인 A씨는 또다시 마약을 하다 전 남자친구 B씨에게 들켰고 B씨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돈을 구하기 위해 이선균에게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경찰은 A씨가 이선균에게 일방적으로 보낸 문자만 보고 이선균을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했다. 이선균은 경찰 조사에서 A씨가 건넨 게 마약이 아닌 수면제인 줄 알고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며 줄곧 억울함을 드러냈다.
A씨의 증언 외에 별다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경찰로서는 자백을 받아내지 못하면 이선균의 마약 투약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워진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이선균은 마약간이시약검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모발 100가닥 정밀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A씨의 말만 믿고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은 “내사 단계에서 사건이 알려져 증거 확보가 쉽지 않았다”고 책임을 회피했지만 정확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선균의 실명을 언급해 치명타를 줬다는 비난만 커졌다.
현재 경찰은 이선균의 사망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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