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은 잘 모르는 김 전 대통령의 삶, 펼쳐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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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포테이토 지수 85%] ‘길위에 김대중’, 행동하는 양심… 그 자체의 삶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고 김대중 전 대통령(1924년~2009년)은 연설을 할 때 늘 이 같은 말로 시작했다. 그는 국민을 존경하고, 사랑했다. 사형수로 감옥에 갇혀 있을 때도 “좌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민에 대한 신뢰, 역사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란다. 7전8기,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그 자체의 인생을 걸어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이 ‘김대중 탄생 100주년’을 맞아 내년 1월10일 스크린으로 살아 돌아온다.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연출 민환기·제작 명필름 시네마6411)은 굴곡진 현대사의 한복판에서 그 풍파를 온몸으로 맞으면서도 민주주의를 향한 필사의 발걸음을 걸어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전 음성, 과거 사진과 글·영상 자료, 측근의 증언, 역사학자의 설명, 미공개 영상 등을 통해 생생하게 김대중의 삶을 다룬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김 전 대통령의 첫 번째 아내인 차용애 여사와 그녀의 동생 등의 모습도 영화에 등장한다.

● 대통령이 되기까지 파란만장한 삶, 커다란 울림

‘길위에 김대중’은 목포의 청년사업가였던 김대중이 정치인이 되기로 결심하고 국회의원 선거와 박정희, 전두환 등 독재 정권의 탄압 속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며 1987년 대선 후보로 16년 만에 광주로 돌아가기까지의 과정을 담아냈다.

다큐멘터리 영화지만 김 전 대통령의 삶이 굴곡진 현대사만큼이나 파란만장했기에 그 어느 영화보다 긴박하고, 박진감 넘친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되기 이전의, 잘 알지 못했던 김 전 대통령의 삶이 주는 울림이 커다랗게 와닿는다.

1924년 일제강점기 전남 신안의 작은 섬에서 태어나 목포의 청년사업가로 성공한 김대중은 6·25 한국전쟁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전쟁의 참혹함을 목격한 뒤 정치계에 입문을 결심했다. 승승장구했던 사업과 달리 정치는 고배의 연속이었다. 1961년, 4전5기 끝에 국회의원이 됐지만 같은 해 박정희의 주도로 5·16 군사정변이 일어나면서 두 사람의 질기고 질긴 악연이 시작됐다.

이후 ‘길위에 김대중’은 1964년 한일협정 반대투쟁, 1969년 3선 개헌, 1971년 제7대 대통령 선거, 1972년 유신 체제, 1979년 10·26사건, 1979년 12·12군사반란, 1980년 5·18민주화운동, 1987년 6·29민주화선언 등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짚는다. 현재 흥행 중인 김성수 감독의 영화 ‘서울의 봄’과 맞물리는 내용도 다수 등장한다.

이 과정에서 김 전 대통령은 비주류에서 제7대 대통령 후보자가 되고, 박정희의 견제 속에서 민주주의의 원리에 기초를 둔 공약을 발표하고, 100만명이 집결한 장충단 공원 연설을 통해 대중을 사로잡는다.

생명의 위협도 수차례 받았다. 중앙정보부의 주도 하에 납치당하고, 가택연금도 당했다.

테러 및 납치 살해 위협, 사형선고 등 생애 걸쳐 다섯 번의 죽을 고비를 겪고, 6년간 감옥생활을 하고, 40년간 망명, 연금, 감시당하는 삶을 살았다.

영화는 포기하고 타협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타협하지 않는 김 전 대통령의 삶을 조명한다.

전두환 신군부는 5·18민주화운동을 내란 음모로 조작하고 김대중을 그 수괴범으로 몰아 사형선고를 했다. 그 와중에도 신군부에 타협하지 않았다. 감옥 내에서 수많은 책을 읽고 가족들과 편지를 주고받은 그는 ‘용서’와 ‘꽃이 피는’ 기대를 드러냈다.

영화에는 청주교도소에 있을 때 이희호 여사가 남편의 건강을 염려해 미국 망명을 설득하고, 김 전 대통령이 이에 대한 서약서를 쓰는 과정이 처음으로 공개한다. 재임 시절 김 전 대통령이 비서관에게 “사후에 공개하라”고 지시한 바로 그 영상이다.

미국으로 망명해 머물던 777일 동안 그는 무려 150번의 강연을 했다. 한국에 대한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미국 정치인들에게 독재 정권을 지지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했다. 그렇게 그는 늘 길 위에 있었다.

김성재 전 장관은 영화를 처음 공개한 시사회 직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망명 가서 잘 사는 줄 알았다”면서 “(미국)전국을 다니면서 한국의 민주주의를 역설했다. 길위에 김대중은 언제나 국민과 역사를 바로 봐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돌이켰다. 그는 “영화를 통해 우리의 어제, 오늘의 현실, 내일의 대한민국을 같이 봤으면 좋겠다”고도 희망했다.

1987년 9월 자유의 몸이 된 김대중 전 대통령이 16년 만에 광주로 향했다. 광주 시민들은 김대중을 환호하면서 불렀고, 김 전 대통령은 망월동 5·18 희생자 묘역에서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길위에 김대중’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열변을 토하던 그가 희생자 묘역에서 보여준 모습을 통해 정치가로 한 뼘 더 성장했다고 평가한다.

연출을 맡은 민환기 감독은 “1987년까지의 생애를 보면 그 이후 김대중 대통령의 선택들이 이해되는 지점들이 있었다”며 “그분을 이해한 상태에서 이후의 작품에서 대통령으로서의 공과과를 더 바라보고 싶은 것이 내 욕심이다”고 1987년도, 제13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다큐멘터리의 끝을 낸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길위에 김대중’ 제작사인 명필름과 시네마6411은 1987년 제13대 대통령 선거부터 김 전 대통령이 제15대 대통령이 된 이후의 삶까지를 그린 작품과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룬 1997년(제15대 대통령 선거), 그 1년만을 다룬 또 다른 작품을 기획 중이다.

감독: 민환기 / 출연: 김대중 외 / 제작: 명필름, 시네마6411 / 개봉: 2024년1월10일 /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장르: 다큐멘터리 영화 / 러닝타임: 1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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