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와 6년 함께 했는데.. 최근 180도 바뀐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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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연석은 2018년부터 청룡영화상의 사회 자리에 김혜수와 함께 섰다. 올해를 끝으로 사회자에서 물러난 김혜수의 곁에는 유연석이 든든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청룡영화상의 MC를 오랜기간 볼 정도로 유연석은 인성과 실력을 모두 겸비한 배우로 유명하다. 이런 그가 최근 공개된 신작에서는 사이코패스 살인마로 등장한다. 작품은 바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운수 오진 날’. 배우라면 악역에 대한 두려움이 어느정도 있었을 법도 한데, 유연석은 살인마로의 변신이 결코 두렵지 않았다고 한다. 

[인터뷰] “철 덜 든 아이처럼”…유연석, 살인마 변신이 두렵지 않았던 이유

“주변에서 악역이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더라고요.(웃음) 이 타이밍에 연쇄살인마 역할은 예측이 안됐던 거 같더라고요. 배우로서 희열이 있었어요. 악역의 이미지가 굳혀질 것이라는 두려움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과감하게 할 수 있었죠.”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운수 오진 날'(극본 김민성 송한나·연출 필감성)을 통해 악역의 계보를 새롭게 쓴 배우 유연석의 말이다.

유연석은 극중 이리저리 피를 뿌리고 다니는 잔혹한 연쇄살인마의 모습을 통해 극강의 스릴과 서스펜스를 선사하며 “얼굴 갈아 끼우고 나왔다” “안광이 돌아있다” 등 다채로운 평가를 들었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사랑의 이해’ 영화 ‘멍뭉이’ 등 최근 선하고 다정다감한 연기로 눈도장을 찍었던 만큼, 변신은 더욱 강하게 다가왔다. 함께 호흡을 맞춘 이정은은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는 거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의심의 눈길을 보낼 정도로 유연석은 역할에 완벽하게 몰입했다.

1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연석은 “웹툰을 봤는데 캐릭터가 독특하게 느껴졌다”며 “실사화가 어떻게 될지 궁금했고,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금혁수를 한다고 했을 때 커뮤니티에서 ‘상상이 안 된다’는 댓글을 봤다”며 “나조차도 잘할 수 있을까 호기심이 생겼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 “촬영과 일상 분리하려고 노력해”

지난 11월24일 공개된 ‘운수 오진 날’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평범한 택시기사 오택(이성민)이 고액을 제시하는 지방행 손님(유연석)을 태우고 가다 그가 연쇄살인마임을 깨닫게 되면서 공포의 주행을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다.

유연석은 통증을 못 느끼는 사이코패스 살인마 금혁수와 성공한 사업가 이병민 역을 맡았다. 파트1에서는 금혁수로, 파트2에서는 진짜 정체인 이병민의 모습을 드러냈다.

유연석은 금혁수·이병민에 대해 “감정 교류가 안 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오택이 무서워하든 긴장하든 상관없이 그냥 자신이 재밌었던 이야기를 즐기면서 털어놓는다”며 “눈빛도 강렬한 빌런보다 아이 같은 느낌으로 가져가려고 했다. 살인 무용담을 털어놓는 철이 덜 든 아이처럼 연기하려고 노력했다”고 이야기했다.

이 같은 모습은 유연석이 실제 사이코패스와 관련된 다큐멘터리 등을 보면서 얻은 힌트였다.

“자신의 범죄 행위를 얘기할 때 흔들림이 없더라고요. 즐기기도 하고 재밌어하기도 했죠. 시선을 피하지도 않고요. 상대가 본인에게 위협을 느끼고 있는지를 보기 위해 빤히 관찰하더라고요. 그렇게 연기하면 실제로 섬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악마를 보았다’ 그 자체인 사이코패스 살인마를 연기한 유연석이지만, 촬영과 일상을 분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는 “밤 촬영이 너무 많아서 생활 리듬이 깨졌다”며 “가끔씩 안 좋은 꿈을 꿀 때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촬영이 끝나면 빨리 제 자신으로 돌아오려고 했어요. 촬영할 때 ‘지금 일을 하러 온 것이고, 끝나면 퇴근하고 다시 나로 돌아오는 거야’라고 생각했습니다.”

● “악역 연기, 걱정 없었던 이유는…”

유연석은 교복을 입고 고등학생 연기를 소화하기도 했다. “당연히 아역이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라고 웃은 유연석은 “스태프들이 노력을 많이 해줬다. ‘디에이징'(de-aging)이라고 후반 작업의 힘도 받았다”고 했다.

“다행인 것은 큰 논란이 없었다는 점이에요.(웃음) 제작진이 강력하게 제안했는데, 40살이 다 된 배우가 교복을 입었다는 불편함보다는 제가 직접 소화했을 때 캐릭터가 쌓아가는 힘과 완성도가 높아질 수 있었다고 봤죠.”

살벌한 악역을 연기했지만, 이미지가 고착화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늑대소년’ ‘건축학개론’ 이후에 ‘응답하라 1994’에서 순애보적인 이미지를 보여줬고, ‘미스터 션샤인’을 통해 남성적인 모습을 연기했어요. 이후 ‘낭만닥터 김사부’나 ‘사랑의 이해’ 등에서 부드러운 캐릭터를 맡았죠. 좋은 작품을 만나면 이미지가 굳혀지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도 과감하게 연기했어요. 악역에 대한 걱정보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는 즐거움이 더 컸어요.”

2003년 영화 ‘올드보이’로 데뷔한 유연석은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이했다. “드라마, 영화, 뮤지컬, 예능, 유튜브까지 열정적으로 살았다”고 돌이킨 그는 “앞으로도 내 자신이 주저하지 않고 과감하게 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차기작에 대해서는 “사이코패스와는 다른 모습으로 인사드릴 수 있을 거 같다.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어렸을 때는 제 얼굴이 밍밍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너무 도드라지거나 선이 굵지 않으니까 다양한 색을 입혀도 잘 흡수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다양한 도전을 해나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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